피우는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의 끝없는 대립은 어디까지
2005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51.2%가 다른 사람이 피우는 담배연기로 인한 간접흡연을 매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간접흡연노출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전체적으로는 46%였으며 8.5% 정도는 1시간 이상 매일 간접흡연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에 실시된 대구시 청소년 흡연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 흡연 초등학생의 50%, 중고등학생의 40% 정도가 1주일에 하루 이상 집안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되고, 특히 10% 가까이는 거의 매일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금연아파트와 금연공원을 지정하고, 버스정류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키로 하는 등 '금연도시 서울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시민 90%가 이 같은 정책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시민 1564명을 대상으로 스쿨존과 버스정류소 등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데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90.7%(1419명)이 찬성했다고 30일 밝혔다.
‘보행 중 흡연금지와 같은 강력한 금연정책을 실시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78.3%(1224명)이 ‘지금 바로 실시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응답자는 21.7%(340명)에 그쳤다. 담배꽁초 무단투기에 대한 과태료의 적정 부과금액은 ‘3만원 내지 7만원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73%(1143명)로 가장 많았다. 20만 원 이상의 과태료를 부과해야한다는 의견도 10%(156명)나 됐다.
서울시, 비 흡연자를 위한 금연도시화
서울시가 건강하고 깨끗한 도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버스정류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서울을 금연도시로 만들기 위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서울시는 지난 5월 29일 시민들의 간접흡연 피해 등을 막기 위해 종로2가 중앙차로 정류소 등 시내 버스정류소 6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로2가 정류소 이외에 시범 금연 버스정류장으로 지정된 곳은 구로디지털단지, 청량리환승센터, 백병원, 강남역, 연세대 등이다.
시범 금연버스정류소는 30일 선포식을 거쳐 8월31일까지 3개월 간 운영되며 오는 9월부터는 서울시 전 버스정류소로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또 어린이대공원, 서울대공원 등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공원을 우선 금연공연으로 선정해 시민들의 금연을 유도하고 서울시 및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공원에 대해서는 관련규정 개정 등을 통해 금연공연으로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금연아파트를 선정하기로 하고 다음달부터 2,652개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 관리사무소에 공문을 보내 금연아파트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기로 했다. 금연아파트가 되면 자치구 보건소에서 이동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입주민을 위한 건강 검진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또 흡연실 설치를 희망하면 기술지원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각 구 보건소에 담뱃불로 인한 피해를 신고 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보상 중재를 실시할 예정이다.
전국은 지금 담배연기 없는 거리 열풍
올해부터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과 동백섬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부산 해운대구는 지난 6월 2일 모래축제 개막과 함께 해운대 백사장 중앙무대와 관광시설 관리사업소 앞에서 ‘금연구역 선포식’을 개최하고 일단 금연을 시민 자율에 맡기고 홍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먼저 해수욕장 입구와 동백섬 입구에 금연 조형물을 설치하고 호안도로와 동백섬 산책로에는 금연표지판을 부착할 계획이다. 또 ‘금연 애드벌룬’을 띄우고 백사장 인근에 건강체험부스를 만들어 흡연피해의 심각성을 알릴 예정이다. 7월 해수욕장 개장 이후에는 파라솔 등 각종 해수욕 물품에 금연마크를 부착할 방침이다.
비 흡연자 등 다수를 위한 이 금연법은 어기더라도 당분간 아무런 제재가 없다. 현행법상 실외금연을 강제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제재 없는 금연구역 지정은 이벤트성 시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수많은 금연표지판으로 미관만 해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금연에 대한 관심은 부산뿐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계속되고 있다. 김문수 경기 도지사사 주재의 실, 국장회의에서 경기도 청사 내 모든 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논의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지사는 실, 국장 회의에서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공청사, 체육시설, 학교 등에서의 금연을 하도록 하는 예를 들어 도청사 내에서의 금연을 제안했다. 이에 보건위생정책과와 청사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회계과, 총무과 등이 조만간 회의를 가져 세부적인 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도청사에서부터 금연을 시작할 경우 시. 군은 물론 산하기관들에게도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도청사 내 금연구역 지정과 관련해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합의까지를 이끌어내야 가능하다는 걸림돌도 상존하고 있어 세부적인 시행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흡연자들의 '행복 추구권'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있어 세부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담당부서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의 비 흡연자 보호법
세계 여러 국가들이 오래 전부터 담배 연기로부터 비 흡연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왔다. 특히 2003년 5월 WHO가 '담배규제기본협약'을 채택해 실내작업장, 대중교통수단, 실내 공공장소 등에서 담배연기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금연구역 설치를 제시함으로써 각국에서는 금연 구역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아일랜드는 2004년 3월 세계 최초로 식당이나 술집을 포함한 대부분의 공공장소와 직장 내에서 금연을 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3개월 뒤엔 노르웨이에서도 비슷한 법률이 제정됐고, 뉴질랜드, 이탈리아, 우루과이 등 많은 국가와 도시들이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주법(州法)에 따라 실내금연을 실시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 캐나다에선 인구의 80%, 미국의 경우 인구의 50%가 술집이나 식당을 포함한 모든 공공장소와 직장에서 금연을 하도록 한 주(州)에 살고 있다. 호주에서도 2007년 10월에 비슷한 법률이 발효될 예정이다. 영국은 올해 모든 공공장소와 직장의 실내를 100% 금연구역을 하는 법안을 제정하거나 확대할 예정이며, 싱가포르는 냉방기가 설치된 가라오케나 나이트클럽까지 금연 관련법의 적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세계의 담배 공장인 중국에도 금연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올림픽 조직위는 내년 베이징 올픽픽을 '담배 없는 대회'로 치를 것이라고 밝히고 우선 올림픽 기간동안 경기장을 비롯해 호텔과 식당 등을 금역 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주재 WHO 세계보
기구의 헨크 베케담 대표는 올림픽이 흡연자의 행동을 변화시킬 '일생에 한번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WHO는 현재 100만 명에 이르는 중국의 담배관련 질병 사망자가 2020년까지 22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하지만 세계 담배의 1/3을 생산하는 중국은 담배를 전매사업으로 하고 있어 개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금연운동단체들은 이번 올림픽을 담배광고 금지, 경고문 게제 등 금연운동의 강력한 계기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학교 건물, 의료기관, 보건소 및 보건의료원, 보육시설 등이 전체 금연 구역으로 돼 있고, 다른 시설물의 경우 규모나 용도에 따라 별도의 금연구역을 지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청소년이 자주 이용하는 PC방, 만화방, 음식점 등의 시설에선 절대 금연구역화가 되어 있지 않아 청소년들이 간접흡연에 많이 노출되고 있는 형편이다.
흡연자 ‘흡연권을 인정해야’
지난달 5월31일 제20회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한국금연운동협회가 공원, 해변, 버스정류장, 길거리 등을 포함하는 모든 공공장소를 금연지역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하자 찬·반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담배소비자와 해당 사업자들이 합리적 흡연권 보장 없는 일방적 금연구역 확대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비 흡연자의 건강권과 환경권, 생명권 침해 주장과 흡연자의 인간의 기본적인 행동자유권과 개인생활자유권 보장 등의 의견의 대립도 만만치 않다. (사)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 관계자는 “공공장소에서의 무조건적인 금연은 실내 흡연실 설치 지원 등 흡연권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이 없는 1,200만여 명의 담배소비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다수의 국민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근시안적인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흡연자들은 “흡연권은 기호식품인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권의 일종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며 “기호식품인 커피도 일부 임상적으로 건강에 유해하다는 보고가 있지만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커피를 마시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가지는 개인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 것인 만큼 담배 역시 사회공동체의 전통이나 기본질서에 반하는 금지품으로 정하지 않은 이상 개인의 자율권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금연구역 지정 확대가 이처럼 비흡연자와 흡연자 간의 마찰로 빚어지는 바람에 지난 2002년 식당 등 금연구역 확대 이후 또다시 사회문제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Bus Stop Smoking??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시정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서울시가 금연 시범구역으로 지정된 버스 정류소에 엉터리로 표기된 영문 금연구역 스티커를 붙여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세계 금연의 날(5월31일)을 계기로 지난달 31일 종로2가 등 시내 주요 버스 정류소 6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한글과 영어가 함께 적힌 금연 정류소 스티커를 붙였다. 원형의 스티커에는 연기가 나는 담배 그림에 빨간 사선이 그어진 금연 마크와 함께 한글로 ‘금연 정류소’,영어로는 ‘Bus Stop Smoking’이라고 적혀있다.
문제는 ‘Bus Stop Smoking’이 영문법에 어긋날 뿐 아니라 어떻게 해석해도 금연 정류소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Bus-Stop Smoking’으로 보면 ‘버스-담배를 끊으세요’가 되며 ‘Bus Stop-Smoking’은 '버스 정류소-담배를 피우다'로 해석된다.
금연 정류소의 올바른 영어 표기는 ‘Bus Stop No Smoking’이나 ‘Smoking is prohibited at the bus stop’이다.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서울시는 ‘Bus Stop No Smoking’으로 스티커 문구를 고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