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작품의 최대 소장처 ‘파리 마르모땅 미술관’ 걸작들이 한자리에
끌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19세기 미술계의 최대혁명이었던 인상주의 미술의 선구자다. 빛이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운동은 사물을 보는 시·지각의 변화를 초래, 르네상스 이래 지속된 서구회화의 전통에 대한 대변혁을 일으키며, 근대미술의 탄생을 알리는 최초 미술운동으로 기록되었다. 1874년 파리 살롱전에 출품한 모네의 작품 『인상, 해돋이』는 ‘인상주의’라는 말을 탄생시킨 불후의 명작이 되었다.
인상주의 대표 화가 모네, 한국을 찾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모네의 작품들이 한국을 찾아왔다. 지난 6월부터 9월 2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2, 3층에서는 ‘물의 풍경’이라는 테마로 모네의 회화작품 6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모네 예술의 결정판인 초대형 『수련』연작을 비롯하여 그의 가족을 그린 인물화로 구성된 『가족의 초상』, 모네의 삶의 반을 차지하면서 정원에 서식하는 다양한 수상식물과 풍경을 집요하게 그려낸 『지베르니의 정원』, 모네 작품의 주된 소재를 구성하는 초기부터 지베르니에 이르는 다양한 풍경을 그린 『센느강과 바다』, 그리고 모네의 눈에 비친 유럽의 풍경을 담은 『유럽의 빛』이 주된 구성이다. 이번 전시는 파리의 마르모땅 미술관 이외에 전 세계 20여 곳 공공미술관의 소장품으로 구성되었는데,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의 걸작 『네덜란드의 튤립 밭』을 비롯해 모네가 유년시절을 보낸 르아브르의 앙드레 말로 미술관 소장의 걸작 『런던 국회의사당』, 뚜르 시립미술관, 릴르 미술관, 마콩 시립미술관, 스위스 루가노 시립미술과, 벨기에 리에쥬 근대미술관, 일본의 도쿄 후지 미술관과 같은 공공미술관 소장품이 주를 이룬다. 이외에도 툴루즈의 벰베르그 재단 미술관, 네덜란드의 트리튼 재단 미술관 작품들이 첫 선을 보이며, 특히 모네의 최초의 화상이자 오랜 후원자였던 뒤랑 뤼엘 화랑의 자손들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 또한 개인 소장품으로 귀한 작품들로서 이번 전시의 의미를 한층 더 소중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공개되는 작품들은 국내에는 첫 선을 보이는 역사적인 작품들이다. 그 동안 해외 미술관 컬렉션전을 통해 간헐적으로 모네의 작품이 선보인 적은 있지만, 70여 점에 달하는 모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며 모네의 국내 최초의 회고전이기도 하다. 작품들이 현재 세계 도처에 열리고 있는 모네전에 분산되어 한꺼번에 다 접할 수 없는 아쉬움은 남지만, 이번 전시에는 모네 전시사상 그 어떤 전시에서도 모아진 적이 없는 『수련』과 지베르니의 걸작들이 여타 모네 전시와 차별성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독보적인 위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상주의의 선구자, 빛의 화가 모네
인상주의 화가의 대표 인물인 끌로드 모네는 상업적 화가이자 캐리커처 화가로 출발했다. 모네는 햇살이 가득하고 물기를 머금은 노르망디 해안의 풍경을 그리며 유람하다가, 일순간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자연의 인상을 기록하는 인상주의 미술의 선두주자로 나서게 된다. 영국작가 터너와 콘스터블의 작품을 익힌 그는 새로운 사조의 중심작 『인상, 해돋이』를 통해 새로운 예술의 중심에 섰고, 이후 반세기 동안 빛은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신조에 충실한 작가였다. 그는 40세가 될 때까지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지만, 인상주의 신념에 충실하기 위해 매일 수십 개의 캔버스를 들고 야외에 나가 빛의 변화에 따른 반사현상을 포착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이 같은 집념어린 그의 노력은 작품 『루앙 대성당』『런던 국회의사당』등의 연작을 탄생시킨 계기가 되었고, 이러한 인상주의 기법은 『수련』시리즈에 와서 그 결정체를 만들어 냈다. 인상주의 화가로서 오늘날 모네의 명성은 세계적이지만 단지 그가 인상주의의 선구자이기에 세계의 수많은 미술관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그의 전시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상주의 탄생의 주역이었으며 최후의 인상주의자로서 그 누구보다도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인상주의의 신념에 충실했던 그였기에, 미술사에 남긴 그의 족적은 모든 시대를 넘어 지대하다. 그는 회화에 있어서 전통을 부수고 빛의 시대를 연 최초의 화가였고, 아뜰리에의 고리타분한 모방적 사실주의를 탈피하고 자연으로 나가 야외풍경 묘사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빛의 효과를 포착하는 시간성을 추구한 최초의 화가였다. 또한 이 같은 빛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같은 사물을 반복해서 그리는 시리즈 작품을 발명한 최초의 화가임과 동시에 급기야는 색채와 터치만을 사용해 모티브의 형상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현대추상의 문을 연 19세기의 화가였다.
오랜 작가인생에서 보여준 독창성과 실험정신은 20세기 미술의 포석으로 자리하여, 2차 대전 이후의 미국 추상표현주의미술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동시대를 살면서 근대미술의 또 하나의 창을 연 동료화가 세잔느는 모네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모네가 가진 것은 눈 밖에 없다. 그러나 얼마나 위대한 눈인가!”라고. 빛의 시대를 연 모네의 다양한 풍경 작품과 인상주의의 성서라고 불리는 모네 예술의 진수 ‘수련’을 통해 근대 미술사의 흐름을 살펴보고 그 주역인 모네 예술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시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