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하명남 기자] 언캐니 'UNCANNY', 데자부, 도플갱어와 같이 기이하게 느껴지는 심리적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더위를 앞세운 여름을 앞둔 6월 장범순 ‘UNCANNY' 초대전, 낯설고 묘한 전시회가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관장 허성미) 5층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 장범순은 현대사회의 억압된 모순을 유쾌한 상상력과 유연한 드로잉적 표현으로 캔버스 위에 표현해내고 있다. 단순하지만 대담한 구도와 작품 구성을 통해 감상자로 하여금 획일화된 사회 속 규칙을 벗어난 자유로움을 선사하고 있다.
장범순 작가 “미술 계통을 구분하는 데 있어 흔히 음악적 미술과 문학적 미술이라고 표현하는 데 음악적 미술이 추상화, 풍경화 계통의 표현이라면 제 작품은 문학적 미술 계통으로 메시지를 닮는 작품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문학청년으로 지냈던 젊은 시절 또한 지금 미술 작업에 발현되고 있기도 합니다.”
<정오의 절규>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으로 항해해야 할 배가 제자리걸음 하는 현대사회의 현상을 배 위에서 절규하는 캐릭터로 표현한 작품이다.
<불통>은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굴이지 않고 앵무새처럼 자기 밀만 반복하는 현대인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작품으로 정상적이어야 할 귀의 방향이 서로 틀어져 표현되어 있다.
<열린 문>은 작가가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자기 앞에 문은 열려 있지만 활짝 열려있는 문은 좀처럼 찾기 힘들고 특히 젊은이들은 어느 문을 선택해야 할지 한치 앞을 보기 힘든 세상을 표현했다.
장범순 교수의 작품 속에서 진정으로 음미할 회화성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다른 많은 작가들이 갖지 못한 높은 간결한 비유와 은근히 내려놓고 침묵하는 은유적인 감성. 그리하여 그 문학적 메타포로 사람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 서정성의 여운과 울림이다.
또 하나는 그의 작품 전 편에서 부조리한 형상을 띄면서도 적절한 패러디와 아이러니한 수사법으로 우리들의 현실을 은근 슬쩍 비틀어 놓는 것이 한 매력이다.
이와 더불어 눈여겨 볼만한 작업기법의 특징은 이번 전시 역시 그동안의 작업 연장인 ‘Uncanny'란 테마로 배경을 독자적 mix media 기법으로 처리 했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 전통 여인의 머리빗을 표현 도구로 의류 직조의 날실 씨실의 조합을 연상시키듯 우리네 인생사의 인연과 애환, 그 삶의 부조리를 한 땀 한 땀 엮어 빗질로 다듬듯이 모든 작품을 완성 했다는 것이다. 장범순 교수는 이렇게 소리 높은 이야기를 목청 돋우지 않고, 나지막하게 속삭이듯이 가장 낮게 던져 놓아 함께 생각하게 하는 힘을 불러일으키는 은유적인 수사학을 충실하게 보여준다.
이것이 그의 그림을 우리가 자꾸 곱씹는 이유이며 <힘내라구>처럼 서로 다른 자세로 손을 잡는 부조리한 형상이 주는 별난 맛이다.
- 김종근 (미술평론가 ) -
작가와 몇 마디를 나누는 중에 작품을 관람하던 손님이 작가로부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눈치가 보인다.
장범순 작가 “작품에 메시지를 넣어 놓다 보니 종종 관람객에게 작품 의도를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습니다. 번거롭지 않은 작가가 관객과 대화할 수 있는 것은 운명처럼 업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소중한 행복입니다.”
복잡한 현대사회 속에서 잠시 벗어나 일상 속 보다 특별한 하루, 장범순 작가의 전시회는 6월 4일까지 문화예술의 중심지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5F-4관(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34-1)에서 감상 할 수 있으며, 관람시간은 월-일 10:30 - 19:00 연중무류로 운영, 무료관람으로 감상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