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브릭 이인구 대표 '자영업, 망해봐야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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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브릭 이인구 대표 '자영업, 망해봐야 보이는 것들'
  • 전진홍 기자
  • 승인 2019.05.3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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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전진홍 기자] 최근 자영업자들과 대통령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영업 위기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장기적인 저성장기조, 산업의 발달과 생활의 변화에 따른 시장의 변화와 여러 정책적 영향이 더해져 자영업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체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직 후 뚜렷한 대안이 없는 은퇴자 중 상당수는 여전히 창업시장으로 몰리고 있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커피브릭 이인구 대표를 만나 창업 시장에서 치킨집과 더불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커피업계를 통해 자영업 시장에 대한 탈출구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이 대표가 장 처음 건넨 말이다. 지난 8년여 간 본인의 매장뿐 아니라 많은 사업자들이 실패한 사례들을 수집해 학생들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 이 대표가 던지는 말에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묵직함이 있었다.

“분명 커피가 좋아서 창업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가 걱정하는 건 준비 안 된 노후로 인한 비자발적 창업이다. 은퇴자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한 상황에서 그들이 창업시장으로 몰리는 현상을 ‘사장소리 듣고 싶어 하는 사람’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도 모두 각자의 상황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다”

이 대표는 창업을 쉽게 생각하고 시작하는 사람은 요즘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이 들거나, 창업 후의 내밀한 운영에 관한 부분까지는 알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이에 이 대표는 외식업 창업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 이외의 면들을 강조한다.

“위생적이고, 친절하고, 합리적인 가격과 최선의 맛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기본은 기본으로써 당연히 갖추어야 하고,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크게는 마케팅, 금융, 세무 등에서부터 작게는 고장 난 기계들 수리하는 것까지 이에 포함된다. 기계가 고장 나면 고칠 때까지 영업을 못하고, 수리비도 많이 나가게 되는데 이걸 혼자 할 수 있으면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다”   

“마법같이 성공하는 창업의 비법? 그런 건 없다” 망해보고 나서야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이 대표는 “창업의 비법을 알려주신다는 분들도 많은데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한다. 정말 마법같이 성공하는 비법이 있다면 자신이라도 배우고 싶다는 것. “그런 건 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인테리어에 대해 전혀 몰라 전적으로 맡긴 설비 등이 끊임없이 문제가 되어 영업도중 수리기사님이 오실 때까지 발을 동동 굴러도 보고, 초기 비용에 너무 많은 비중을 투자해 운영 내내 현금 유동성 문제로 허덕여도 보고, 임대차 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보증금도 떼여보고, 쫓겨나 보기도 하고, 세금폭탄도 맞아보며 하나씩 하나씩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생존해 있고, 수익성도 좋아진다고 믿는다”

이렇게 현장에서 쌓인 지식들이 자산이 되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2, 제3의 도전을 하면서 효율성과 수익성, 더 나아가 오래도록 생존하는 매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구로디지털단지의 작은 로드카페에서 시작한 이 대표는 이후 자신의 상가건물을 취득하고 김포 고촌 본점, 하남점, 석촌호수점, 부천역점, 화곡점 등 다수의 직영점과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이 대표는 “창업은 시작하는 것도 힘들지만, 빠져나가는 것 역시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부채가 있는 경우도 많고, 투자한 비용 회수에 대한 미련이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고, 폐업 시에 철거까지 해야 하는 등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라는 것. 그는 마지막까지 입에 발린 달콤한 말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뼈 있는 조언을 전했다.

“이미 시작을 했거나, 시작을 해야만 하는 분들께 막연하게 희망적인 이야기는 드릴 수 없다. 하지만, 정말 하셔야만 한다면 아르바이트 몇 개월 경험해 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보다 더 내밀한 운영에 관한 부분들을 충분히 배우신 후 창업하시기를 바란다. 또한, 혹시 폐업을 고려한다면 권리금에 대한 미련을 조금 내려 놓으시라고 감히 조언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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