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부도’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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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부도’가 남긴 것
  • 글/ 신혜영 기자
  • 승인 2007.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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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사태로 위기감 고조된 건설업계, 해법은 없나
지난 6월 13일 주택건설 전문업체인 (주)신일이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지역 건설 산업에 더욱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부채비율이 147%에 불과하고 2년 연속 흑자를 낸 (주)신일이 끝내 부도를 맞게 되자 도내 건설업계는 “남의 일이 아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는 추가 연쇄 부도를 우려하는가 하면 자금력과 브랜드가 약한 편인 중견 건설업체들은 금융권의 위험관리 강화로 자금줄이 차단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는 지방 건설경기를 살릴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검토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별 소용이 없을 거란 관측을 내놓고 있어 앞으로 신일 부도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의문이다.

일반인들에게 ‘해피트리’란 브랜드로 잘 알려진 (주)신일은 서울과 전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도급 순위 57위의 중견 건설업체다. 비상장회사인 신일은 관계사인 (주)신일하우징이 2006년 말 기준으로 발행주식의 42%인 251만9,825주를 가지고 있으며, 심상권 회장이 40.98%인 245만9,195주를 보유하고 있다. 관계사로는 (주)신일하우징, (주)일등건설, (주)아성건설, (주)신일산업개발, (주)창선개발이 있다.


중견 건설업체 신일, 부도 왜 났나
신일은 2000년 이후 아파트 건설 호황을 발판으로 수도권 진출에 성공을 거뒀고 영남 지역인 대구에서도 공격적인 분양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영 위기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 충남 천안 3곳에 1,026가구의 대규모 분양을 추진했으며 현재 총 14개 공구 1만339가구의 주공아파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결국 무리한 사업 확장은 지난 6월 13일 최종 부도라는 불명예를 안겼다. 전문가들은 시장흐름을 읽지 못한 것을 신일 부도의 1차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주택업체 관계자들은 “신일이 지난해 이후 대구와 울산 등 지방 시장에서 적극적인 공략에 나선 결과 상대적으로 많은 미분양 물량을 떠안게 됐고 결국 1차 부도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일은 당시 천안지역이 공급과잉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지를 3년 전에 이미 확보해 더 이상 미룰 경우 막대한 금융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어 분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신일이 2004년을 기점으로 지방 분양시장이 공급과잉 조짐을 보였음에도 그런 흐름을 빠르게 대비하지 못하고 당시의 분양열기에 편승해 막차를 탔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대구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6개 신규분양 사업장도 신일 부도에 한몫 했다.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초부터로 신일의 경우 현재 대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이보다 최소 1~2년 전부터 시작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신일이 지방 분양시장 참여 판단을 내렸을 당시는 서울·수도권 투자자들이 지방 분양시장을 휩쓸고 있는 시기였다. 이러한 미분양사태로 신일은 대구와 충남 천안의 사업부진으로 1,000억 원대의 채무를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단지별로 분양률이 20%안팎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신일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80억원으로 좋은 실적을 냈지만 미수금이 1년 매출액 4,300억 원의 30%가 넘는 300여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일 부도 원인으로 지방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된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신일’ 부도 불똥 어디까지 튈까
신일의 아파트 협력업체 수는 전국적으로 240여 개로 이번 신일 부도로 수십억 원의 피해를 입은 철강 유통업체만도 10여개에 달하며 적어도 20여 개의 업체가 수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철강만 1천억 원대의 피해가 예상된다.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들 업체들에게 어음을 받은 업체들이 현재는 영업이 가능하겠지만 2~3개월 내 돌아올 어음으로 인해 추가 도산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건설업체들의 추가 부도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신일 부도직후 곧바로 중견 업체들의 자금 조달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택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소형 지방 아파트를 분양하는 10여 개 건설사도 자금 유동성 때문에 추가 도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이 건설사의 추가 부도를 우려해 자금줄을 조이면서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돼 실제 부도로 이어질 위험성이 커진 것이다.
또한 신일이 부도 처리되면서 지역 건설업계는 추가 연쇄 부도를 우려해 몇몇 건설사들은 이미 잡아 놓았던 신규분양 시기를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 건설업계는 이번 신일의 부도로 지역 진출 건설업체들의 연쇄부도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크게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대구에서 분양준비 중이던 모 건설사는 신일이 부도처리 되면서 6월 분양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오는 10월로 분양을 재조정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이러한 위축된 분위기 속에 어느 건설사가 분양을 하겠느냐?”라며 “투기지역 해제가 예상되는 오는 10월 이후에는 분양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건설업체와 직거래를 하던 수입업체들도 타격을 입었으며, 경기침체로 시행사로부터 공사 대금을 제때 못 받거나 아예 빌려준 대여금을 떼이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부도난 신일의 경우 대구 등 지방에 몰린 공사 미수금이 1,000억 원대에 육박했고, 시행사에 빌려준 대여금도 700억~800억 원이 회수되지 못한 게 결정타였다. 아파트 분양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수도권이나 지방에서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은 악재를 맞게 됐다고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분양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제 1금융권은 중견 및 중소업체가 진행하는 분양사업에 대출을 꺼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주택사업이 아예 중단될 정도는 아니지만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계약자 및 입주자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는 게 관계 기관들의 얘기다. 분양 현장에 브랜드는 시공사 이름을 달지만 법적으로 사업주체는 시행사이며 부도가 날 경우에는 대한주택보증에서 시공책임을 안게 된다.


쌓이는 미분양에 주택업계 울쌍
이번 신일 부도가 미분양으로 인한 유동성 부족으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자금사정이 좋지 않거나 미분양 물량이 많은 업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신일부도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4~5개 업체는 이미 실명까지 거론되면서 부도설이 나돌고 있다. 소비지들은 중견기업도 부도난 판에 잘 알려지지 않은 건설기업들이 분양중인 아파트는 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이에 정부는 “대부분 분양 보증에 가입해 설사 부도나도 분양금을 떼일 염려는 없다”고 말하지만 입주지연 가능성과 집값 하락 우려감으로 소비자들은 선뜻 나서길 꺼려한다.
경기도에서 분양을 앞둔 F사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괜찮은 업체까지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힐까 걱정”이라고 말했으며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대부분 아파트는 분양 보증에 가입해 시공사가 부도나도 입주만 다소 지연될 뿐, 분양 대금은 안전하게 보호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도업체 아파트란 이미지가 입주 후 집값 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적지 않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오히려 중소업체 중에는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품질이 좋은 회사도 많다”면서 “무조건 대형업체를 찾기보다 회사 신인도나 입지·분양 조건 등을 잘 따져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의 대표 신도시인 정관지구에는 중견 건설업체들이 미분양 아파트 처분을 위해 물신양면 노력 중이다. A사는 ‘계약금 1%’란 파격조건을 내걸었지만 계약률은 1년째 20% 아래에서 맴돌고 있다. B사는 고객이 자사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 계약이 성사되면 1건당 700만원씩 지급하는 ‘소개 수수료’까지 도입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 부산의 모 업체는 워낙 미분양이 많아 모든 계약자에게 계약금을 돌려주고 일괄 해약한 뒤 2,000만~3,000만원쯤 분양가를 깎아 재분양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한 중견 건설업체인 A사의 지난 2005년 주택 실적은 662세대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178세대에 그쳤으며 올해는 112세대에 불과하다. 이 건설업체 관계자는 "후반기에 특별한 분양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의 D사는 입주 1년이 지난 지금도 30여 가구가 미분양 상태다. 충남 아산에는 70여 가구가 미분양 상태인 E사측은 “미분양으로 200억 원이 넘는 돈이 잠겨 있는데 미분양 주택에 대한 재산세까지 5억~6억원쯤 물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7만 3,162가구로 수도권이 3,532가구, 지방이 6만 9,630가구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소업체가 주로 분양했던 지방 아파트가 6만 9,000가구에 달한다. 가구당 1억 원씩만 잡아도 6조 9,000억원에 달한다. 대구시는 5월 말 현재 대구지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총 1만 888가구로 처음으로 1만 가구를 넘어섰다. 대구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1월 9,467가구를 기록해 사상 첫 9,000가구를 넘어선 후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나 분양경기가 침체되면서 지난달 신규 분양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 증가로 사상 최악의 공급과잉 상태를 맞고 있다. 부산시는 4월 말 현재 부산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8,146세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6,890세대나 2005년 4월 6,229세대에 비해 크게 늘어난 상태다.

신일 사태 후 정부의 향방은
신일 부도로 일각에서는 지방 부동산 시장 위기 타개 대책으로 정부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민형 연구위원은 “건설업체는 사업을 보수적으로 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며 “정부는 수요자나 지역을 구분해 선별적으로 대출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지방 미분양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가 없는 곳에 과도한 물량이 공급된 것이 주 원인”이라며 “건설경기에 의지하는 지방경제구조가 근복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현재의 공급추세라면 수도권도 2~3년 후면 공급과잉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건교부는 지난 6월 14일 발표한 신일부도 후속대책을 통해 지방의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기 위한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분양권 전매가 충청권 3년, 여타 지방은 1년간 제한돼 있어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으로 지적되어왔다. 특히 미분양이 심각한 부산과 대구, 광주 등이 일차 해제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형 주택건설협회 상무는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주택수요자들이 분양시장에 참여하도록 하는 데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또 분양계약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한주택보증에 조속한 보증 이행을 요청했으며, 지난 4월 발표한 지방 중소건설업체 지원 대책도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재정경제부는 6월 중 주택정책심의위원회에서 지방 아파트 미분양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며 투기지역 해제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 관계자는 “신일의 부도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지역 협력업체를 위해 긴급경영자금 1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며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은 신일의 협력업체에 한하며 시에 융자 신청할 경우 자체 심사를 거쳐 업체당 3억원까지 지원해주고 금융기관에서 책정한 이자의 2∼3%를 보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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