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하명남 기자] [극단 낯선사람, PLAY BUS 세계공연유랑기] 제18화. 이별 그리고 생사의 기로에 섰던 13시간의 비포장도로
마지막 인사

겨우 며칠 함께 있었던 것 뿐인데 한 가족이 되어버린 박소영 선생님. 마지막으로 함께한 아침식사에는 따뜻한 된장찌개와 얼마전에 함께 캔 봄나물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우리가 떠난다고 아침 일찍부터 숙소에 와서 작별인사를 해준 알리샤와 안젤라는 떠나기 전 할 말이 있다며 손수 써온 한글 편지를 읽어준다.
'만나서 너무 반가웠고 찾아와줘서 고맙다. 공연이 감동적이었고 한국의 사회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너네들의 공연이 내 영혼을 만지는 것과 같았다. 오늘 떠나는게 맞을까? 여러분들은 꼭 성공할것이고 다음에 또다시 만나자'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떠난 여정이었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러사모(러시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우리의 여정을 알렸고, 우리의 이야기를 알게 된 박소영 선생님이 도움의 손길을 건내주었다. 노보시비르스크와 예카테린부르크, 앞으로 이어지는 공연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아무런 조건없이 9명이나 되는 우리를 거두어주셨다. 그 소중한 배려와 따스한 관심이 없었다면, 우리는 공연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금새 지쳐 포기해 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별의 시간. 꼭 무사히 여정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아쉬운 마음을 두고 버스는 다음 목적지로 출발했다.
안녕 예카테린부르크, 박소영선생님

끝없이 이어지는 비포장도로

다음 목적지인 카잔으로 향하는 길은 걱정했던대로 심각한 비포장도로였다. 꿀렁꿀렁, 극장이(play bus)도 힘겨운지 거친 엔진음을 외치며 시동이 꺼지기 일쑤였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었지만 산 속이라 휴게소도 없고 그렇다고 길에 정박을 하자니 진짜 '곰'을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밤길이 위험하긴 하지만 야생동물의 저녁식사가 될 순 없어 멈추지 않고 달리기로 했다. 선생님께서 떠나는 길에 요기하라며 바리바리 싸주신 삼각김밥이 없었다면 하루종일 먹지도 못하고 끝이 안보이는 숲 속을 해매다 지쳤을 것이다.
태양을 향해 달리는 극장이

결국 13시간을 꼬박 기어간 끝에 자정이 넘어 비포장 도로를 탈출할 수 있었다! 생사의 기로를 함께 헤쳐나간 낯선사람들, “무사해줘서 감사합니다!!!”
[극단 낯선사람] 공연 확정!
"헬로 스트레인저" 한국 초연!!!
2019년 7월 2일부터 8월 11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인사아트홀(종로구 인사동 소재)
*. <PLAY BUS 세계공연유랑기>는 [극단 낯선사람]의 연출 황유택, 기획 최주희, 배우 이영재, 박정현, 유승민의 2018년 4월 출발부터 한국에 복귀한 후 2019년 현재까지 세계공연유랑 여정 중 작성한 기록을 바탕으로 직접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극단 낯선사람]의 아홉 청춘들의 담대한 도전을 격려하며 시사매거진 단독으로 그들의 여정을 함께 합니다. 또한 [극단 낯선사람]의 앞으로의 활동을 후원하실 기업과 서포터즈를 모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