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하명남 기자] 꽃이 피고 흐드러지는 봄의 절정에서, <김혜원 초대전>이 5월 15일부터 21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5층 4관에서 열리고 있다.
김혜원 작가는 현재 뉴욕을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로 뉴욕과 한국에서 쉬지 않고 작업해온 작품들을 이번 한국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김혜원 작가는 “뉴욕 거리를 걷다 보면 가끔 제 디자인을 입고 있는 사람이 눈에 띄어요. 옷가게에 걸려 있는 제 디자인을 발견할 때도 많고요. 그 때의 뿌듯함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죠.” 라고 말하는 작가는 자기 일과 작품활동에 대한 확신과 사랑이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홍익대 시각디자인을 졸업한 작가는 한국에서 삼성, 제일은행 등 대기업 웹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할 정도로 웹 디자이너로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7년 전, 그녀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 서른이 넘어 미국 유학길을 택했다.
김 작가는 “한국에서 웹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원하는 곳까지 갔다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우울함이 몰려왔어요.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따라 디자인을 만들고 갈아 치우고, 사람들이 물건을 사도록 현혹하는 포장을 만든다는 생각에 어느 순간부터 제 일에 대한 회의가 온 거에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난 왜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부터 들고, 이렇게 계속 산다고 생각하면 싫더라구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려서 노력 끝에 좋은 학교도 가고 졸업 후엔 부족하지 않게 돈도 벌고 있었지만 계속 공허했어요. 내가 원하는 대로 거의 다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그러다가 그 동안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쫓아서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후로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죠.”
김 작가는 그후, 2006년 Textile Design을 공부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났고 졸업 후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Textile Studio인 TOM CODY에 입사하여 Textile Original designer로서의 삶을 살았다.

순수미술로의 전향
웹 디자인을 그만두고 막연히 순수미술로 대학원을 준비하던 작가는 동양화 개인 교습을 받으면서 꽃 그림을 접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재된 예술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 운명처럼 텍스타일 디자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동양인의 정서로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그린다면 미국에서도 자신을 원하는 곳은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작가는 “뉴욕에서 매일 치열한 경쟁으로 하루 하루 살아가는 디자이너로서 가슴 한켠의 허무함과 예술적 갈증이 나의 생각과 예술적 감성을 그림에 잘 스며들게 한 것 같아요. 지금은 Fabric Designer로, Artist로 균형을 잡으며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삶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뉴욕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만나게 된 작가분들과 홍익대 동문전시를 3년에 걸쳐 하고 나서 Art Mora 라는 갤러리에서 전속작가로 제안이 들어왔고 지금도 뉴욕과 뉴저지에서 매년 전시를 진행하며 저만의 작업에 집중하며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다.” 고 말하며 창작에 대한 열정과 의욕을 드러냈다.
현재 텍스타일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기도 하지만, 디자인을 포함한 ‘예술’을 하는 것이 작가의 목표라고 말한다. 평생 그림을 그리는 것이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예술에는 노력과 고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무엇을 이루어야겠다고 조급해 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텍스타일 디자인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그림을 평생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 또한 순간을 즐기며 작업하고 있다.

동양화와 현대적 감각의 조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전통적인 산수화 풍에 그 기반을 두고 있지만 새롭고 현대적인 색채와 재료로 신선한 느낌을 준다. 텍스타일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의 천에 채색한 작품도 작가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