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과학의 세계를 담은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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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과학의 세계를 담은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9.05.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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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과학책 앞에 서면 누구나 답답해진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과학이라지만, 일반인에게 ‘과학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기란 난망한 일이다. 결국 과학책을 고를 때 가장 필요한 건 ‘책들의 지도’다. 과학책에는 어떤 키워드들이 있는지, 무슨 책으로 시작할지, 그리고 한 권을 읽고 나면 다음에는 어떤 책이 적절한지, 그것이 알고 싶다. 생소한 과학 세계로 안내해주는 친절한 여행 가이드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 책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은 어떤 과학책이 얼마나 좋고, 얼마나 재미있고, 또 얼마나 유익한지에 대해서 ‘미리’ 알려주는 본격 과학서평집이다. 저자 이정모 관장(서울시립과학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유명하다. 출판계에는 “과학책은 이정모 관장의 추천사가 들어가는 책, 들어가지 않는 책 두 종류로 나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인데, 실제로 그가 써낸 추천사와 서평은 거의 300여 편에 달한다. 뇌과학자 정재승이 그를 가리켜 “가장 믿음직스러운 지식탐험가”라고 부르는 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정모 관장은 세상의 모든 과학책을 섭렵하고, 그중 우리에게 매력적인 책만을 골라 친절하게 소개한다. 그는 겸손하게 자신의 서평을 ‘주례사 서평’이라 부르는데, 단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사회에 녹아들게 만드는 것이 서평의 역할이라 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쯤, 독자들은 ‘책들의 지도’를 넘어 ‘지식의 지형도’를 선물처럼 얻게 된다. 나아가 진지한 사유뿐 아니라 생활의 유머와 독서의 즐거움까지 담뿍 담아냈다. 모든 사람들에게 권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고, 유익한 ‘생활밀착형’ 과학서평집이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

- ‘과학 거간꾼’ 이정모 관장, 유쾌하게 과학과 세상을 연결하다

집을 팔려는 사람과 집을 구하려는 사람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래서 부동산업자라는 거간꾼이 필요하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과학은 일상 언어가 아닌 수학이라는 특이한 언어를 쓴다. 그렇기에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특별한 거간꾼이 꼭 필요하다.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은 ‘과학 거간꾼’ 이정모 관장이 막연하고 어렵게만 여겨지는 과학을 친근한 일상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며 써 온 100여 편의 과학책 서평 가운데 77편의 서평을 엄선해 담았다. 핵심 포인트는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합리적인 태도”라는 것.

“과학이 어려운 게 아니라 쉬운 것이고 지겨운 게 아니라 신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달라는 주문을 자주 받는다. 나는 2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한다.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과학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만 어려운 게 아니다. 역사, 철학, 문학, 예술도 어렵다. 단지 과학은 수학이라는 자연적이지 못한 언어를 사용해서 유달리 어려워 보일 뿐이다. 그래서 수학이 아닌 자연어로 쓰인 교양 과학서가 필요하다. 교양 과학이란 지식의 나열이 아니다. 교양 과학서란 생각하는 방법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주는 책이다.” (16쪽)

교양 과학서는 과학과 세상, 과학자와 대중을 매개한다.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은 한 발 더 나아가 교양 과학서와 독자를 연결해준다. 수많은 교양 과학서들 가운데 좋은 책만을 골라서 조목조목 소개하는 것이다. 다루는 범위도 무척이나 다채롭다. 생명, 진화, 우주, 원자, 주기율표, 양자역학, 인류, 빅히스토리, 과학기술학 등 과학의 전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이정모 관장의 글쓰기에는 때론 웃음 짓게 하고, 때론 가슴 설레게 하는 두근두근함과 생생함이 가득하다. 직접 경험하고 체험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어려운 과학 지식을 일상 이야기에 녹여내는 재주 때문이다. 이를 두고 소설가 김탁환은 “이보다 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평 쓸 수 없다! 포복절도의 자세와 빅뱅 직전의 문장”이라고 극찬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결국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 이렇게나 재미있는 과학책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데, 어째서 우리들은 그 보물창고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과학 초심자를 위한 명랑하고 친절한 본격 과학책 안내서가 없었던 탓이다. 이젠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이 있다.

 

과학의 지도를 그리다

- 생명과 진화에서 우주와 원자까지, 미생물에서 인공지능까지

이 책은 ‘작은 과학책방’처럼 구성되어 있다. 책방의 여러 코너들이 저마다의 주제에 맞게 추천 도서를 큐레이팅하는 것처럼,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은 여섯 가지 테마로 다양한 분야의 과학책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1부 ‘지금 놀러 갑니다, 과학 속으로’는 과학 맛보기 편이다.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쉽고 재밌는 교양 과학서들을 다뤘다. 특히 1부의 마지막 글에서는 저자가 어떤 자세로 서평을 쓰는지 드러나 있다. 2부 ‘모든 것은 진화한다’에서는 생명과 진화에 관한 책들을 소개한다. 어떻게 과학자들이 자연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인류의 세계관을 영원히 바꿔놓을 혁명(“진화”)에 불을 질렀는지 생생하게 묘사한다.

3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우주 하나씩은 필요하다’는 우주에서 원자에 이르는 물리와 화학 그리고 천문학 서적을 소개한다. 이 우주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느낄 수밖에 없다. 4부 ‘인간은 외롭지 않다’는 인류사와 빅히스토리에 관한 서평을 담았다. 왜 지금 인류사인가? 역사를 통해 망하지 않을 방법을 배우듯이, 인류사를 통해 우리가 지구에서 살아나갈 방책을 고민하고 지혜를 찾아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5부와 6부는 과학 일반에 관한 이야기다. 5부 ‘과학자는 실패하는 사람’에는 과학자의 삶과 생각에 관한 책을 소개한다. 통념과 달리 과학자는 천재가 아니라 오히려 실패를 잘 하는 사람이다. 6부 ‘우리 안에 과학 있다’에서는 일상을 과학의 눈으로 살펴본 책을 소개한다. 그렇다. 과학은 모든 곳에 있다. 단지 우리가 몰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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