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박희윤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 반기를 들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심각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는 문 총장의 발언에 대해 '(법안 처리는) 국회에서 논의할 일'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문 총장은 전날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 총장은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 "특정한 기관(경찰)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런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 총장은 현재 사법공조 체결을 위해 외국 출장 중이다. 문 총장은 지난달 28일부터 오만·키르기스스탄·에콰도르 대검찰청과 우즈베키스탄 대검찰청 및 내무부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일정 일부를 취소하고 귀국 일정을 닷새 앞당겨 귀국한다.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검찰총장의 해외출장 일정이 일부 변경됐다"며 "검찰총장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오만,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고, 2일 현재 키르기스스탄을 방문 중이며, 에콰도르 방문 일정은 취소하고 4일 귀국할 예정이다. 국내 현안, 에콰도르 일정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한 조치다"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행정부에 속해 있는 검찰이 법안에 반발하는 것은 특정 정당이 반대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계속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파열음이 커질 경우 법안 처리의 추진력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 출신 여당 의원들이 겸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에서 수사권을 분리하기 위해 시작된 검·경수사권 조정의 당초 취지와는 정반대로 결론지워진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조 의원은 자신이 속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사·보임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금 의원은 지난달 11일 페이스북에 "공수처 설치가 검찰 개혁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고 만일 설치에 성공한다면 오히려 개혁과는 반대 방향으로 갈 위험성이 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