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분산·적립투자’의 원칙을 지켜야…선진·신흥시장간 적절한 분산 투자가 필수적
지난해는 ‘해외펀드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해외펀드가 대세였다.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중국 펀드의 경우 평균 75.36%(기준 통화 수익률)의 수익률을 올렸으며 홍콩, 남미이머징마켓, 인도 등 8개 지역별 펀드도 41~25%의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었다. 지난 2006년 초부터 3월까지 이어진 우리나라 증시의 하락으로 국내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하면서 사람들이 해외 펀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자산배분상의 새로운 흐름 ‘해외펀드’
지난해 국내 증시가 횡보하고 중국펀드를 비롯한 일부 해외펀드가 연 6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해외펀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3월 5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 해외펀드로 투자 규모는 국내운용사의 해외투자펀드의 수탁액 25조2,935억원(2월 28일 기준)과 해외 운용사의 역외펀드 수탁액 13조5,571억원(1월 31일 기준)을 합쳐 약 39조원에 이른다. 해외펀드 투자 증가 속도는 폭발적인 수준이다. 해외투자펀드는 지난 10월 말 11조8,364억원에서 4개월 만에 두 배 이상인 13조4,571억원이 늘었다. 역외펀드도 지난 10월 말(9조7,528억원) 이후 3개월 만에 3조8,043억원이나 증가했다.
이처럼 해외펀드시장이 불과 2~3년 사이에 자산운용의 중심으로 부상한 데에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자본시장의 규모는 2%가 채 안 되는데 반해 해외펀드는 전 세계 자본의 98%인 해외시장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펀드보다는 해외펀드가 고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아 인도와 같은 특정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2005년에는 2배 가까운 수익을 거두기도 해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신상근 삼성증권 자산배분전략파트장은 투자자들이 해외펀드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해외증시는 장기간에 걸쳐 한국증시를 꾸준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앞서왔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새삼스럽게 해외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동안 국내증시의 고유 리스크 분산을 통해 장기적 수익을 추구하려는 자산배분상의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말 정부가 환율안정을 위해 국내운용사의 해외펀드에 대해 3년간 양도차익 비과세혜택을 부여하면서 투자 열기는 더욱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해외주식 직접투자시대 열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펀드는 소수의 부자들만이 가입하는 상품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해외주식 직접투자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투자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해외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증권사마다 경쟁적으로 해외증시 실시간 거래 서비스를 하면서 최근 해외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신규 투자자가 월 평균 1,500명을 웃돌고 있다. 지난 4월 10일 해외 주식 직접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7개 증권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해외 주식투자 계좌를 보유한 투자자는 3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며 지난해 10월 새로 개설된 해외투자 계좌는 844개였으나 11월 이후에는 매달 1,500개 안팎으로 불어났다. 이처럼 해외 직접투자 계좌는 해외펀드가 각광 받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직접투자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증권에 따르면 2005년 하반기 이후 중국에 직접투자를 한 고객들 중 상당수가 200% 가까운 수익을 올려 같은 기간 중국 펀드 투자자들의 수익률 60~70%를 크게 앞질렀다. 한화증권이 지난 3월 5일 중국에 대해 직접 투자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5월 키움증권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 홍콩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 해외주식 직접투자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리딩투자증권으로 2002년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 홍콩, 일본, 인도네시아까지 거래가능 지역을 넓혔다. 현재는 미국만 HTS(Home Trading System)를 이용하고 나머지는 전화 주문이다. HTS는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전용 HTS 소프트웨어를 내려 받아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리딩투자증권의 HTS는 영어 전용 프로그램이다.
이트레이드증권은 WTS(Web Trading System)나 전화로 일본에 투자할 수 있다. WTS는 고객이 증권사 홈페이지에 있는 해외주식거래 코너에서 직접 주식을 사고파는 방법이다. 현재 WTS는 이트레이드증권만이 사용하고 있으며, 한글 서비스가 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아직 해외주식 직접투자를 하지 않고 있지만 다음달 홍콩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중국, 일본, 미국 등 4개국에 HTS를 이용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중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굿모닝신한증권과 한화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4개사가 해외주식 직접투자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경우 미국과는 HTS가 가능하며, 중국, 홍콩, 일본은 전화주문 방식을 쓰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외국 증권사의 전용 프로그램을 부분 수정해 주 메뉴는 한글로, 세부 메뉴는 영어로 활용하게 돼있다.
한화증권은 중국과 홍콩을 우리투자증권은 미국, 중국, 일본, 홍콩, 호주, 현대증권은 일본, 미국, 홍콩, 캐나다와 전화 거래를 할 수 있다. 증권사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자체 프로그램을 이용해 해외주식을 매매한다.
상승장일 땐 높은 수익률 기대
해외주식 직접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펀드의 경우 수수료와 보수를 합해 2~3%의 비용을 내야 하지만 해외주식 직접투자는 단 한 차례 0.5~1%의 매매 수수료만 지불하면 된다. 또 상승장일 때는 펀드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
펀드의 경우 환매하려면 신청하고도 8일 안팎을 기다려야 하지만 직접투자는 실시간 거래라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해외 주식시장에 대한 정보가 국내보다 부족하다는 점은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현재 리딩증권 등이 현지 기업을 분석한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증시 수준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또한 해외주식투자는 국내주식과 달리 매매 차익에 대해 22%(소득세+주민세)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매년 250만원까지는 공제된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해 35%의 수익률로 35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가정하면 해외주식 양도차익에 250만원이 기본 공제되기 때문에 100만원의 수익에 양도세율 22%를 적용해 22만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고수익인 만큼 위험성도 높아
하지만 높은 기대수익만큼 위험도 크다. 무작정 고수익만 기대하고 달려들었다가는 실망하게 된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해외 주식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해외 시장은 국내시장보다 더 그 사정을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투자 화폐 차이로 인한 환율 변동의 위험도 따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장기·분산·적립투자’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상근 삼성증권 자산배분전략파트장은 “해외 투자 규모에 비해 투자 대상이 중국·인도·베트남 등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체계적인 위험 분산 효과도 누리기 어려운 형편이다”라고 말한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해외펀드는 양날의 칼”이라고 단언했다. 해외펀드 투자는 국내 주식시장에만 투자하는 위험을 분산하고 새로운 수익을 추구하는 효과가 있지만 과도하게 투자할 경우 너무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
현재 리딩증권이 일본과 중국, 한국투자증권이 중국과 홍콩 등의 기업을 분석한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제공하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우리투자증권 방 팀장은 “자체적으로 해외 리서치센터를 가동하는 증권사는 없다”며 “외국에서 근무했거나 인적 네트워크가 갖춰지지 않은 고객이 높은 투자 수익률만 보고 섣불리 덤벼들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해외펀드 기준가 산정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주식의 주가처럼 펀드 기준가는 펀드가 사놓은 주식과 채권의 가격으로 보통 국내펀드는 기준가가 1,000에서 시작한다. 매일 산출되며 1년마다 펀드 결산이 이뤄지면 기준가는 1,000에서 다시 시작한다. 보통 투자자가 보는 기준가는 전날 증시 종가가 반영된다. 하지만 해외펀드 기준가 산정은 복잡하다. 한국과 시차가 크지 않은 일본이나 중국·인도에 투자하는 펀드이면서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투자펀드는 국내 주식형펀드 기준가처럼 전날 종가는 다음날 바로 반영된다. 하지만 한국과 10시간 시차가 발생하는 유럽이나 그보다 큰 미국증시에 투자하는 해외투자펀드는 기준가 산정에 이틀이 걸린다. 재간접펀드(펀드 오브 펀드)는 펀드 안에 하위펀드가 여럿 편입돼 있기 때문에 펀드 기준가 반영이 하루 더 늦어진다.
삼성증권 김남수 연구원은 “기준가 반영이 이틀 이상 걸리는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라면 투자자는 하루 이틀 전의 해외시장 종가를 확인한 뒤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묻지마 투자’는 금물
지난 4월 18일 신한은행이 전체 프라이빗 뱅커(PB) 120명을 대상으로 ‘2007년 재테크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부자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프라이빗 뱅커(PB)들은 올해 가장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처로 ‘주식형펀드’를 꼽았다.
일반투자자들의 투자 습관 중 가장 피해야 할 것으로는 시류에 편승한 ‘묻지마 투자’를 꼽는 PB가 절반(51%)을 넘었다. 다음으로는 한 개 펀드에 올인(all-in)하는 ‘집중 투자’(33%)가 지목됐다. 펀드 등의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산 투자’(87%)라로 나타났다.
신상근 삼성증권 자산배분전략파트장은 “투자자들은 개별국가 수익률이 좋아지면 자금이 집중되고, 시장이 환경이 악화될 때는 선진국으로 이탈하는 전형적인 묻지마 투자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소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특정 국가로 ‘뭉칫돈’이 몰리는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성공적인 해외투자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진시장과 신흥시장간 적절한 분산투자가 필수적이다. 신흥시장은 선진시장에 비해 최대 3배 이상의 높은 위험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언뜻 보기엔 7 개별 국가 수익률이 엄청나게 높아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위험지표를 감안할 경우 브라질을 제외하고 선진시장 투자수익률에 비해 크게 높지 않은 형편이다. 분산투자를 할 경우 위험은 낮추면서도 개별국가인 인도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선진시장에 대한 비중을 늘려 자산 배분의 효율성을 높인다면 장기적으로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해외직접투자를 크게 홍보하지 않는 이유는 정보 부족으로 인한 위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은 전문가가 운용하는 해외펀드가 안전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가장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투자 대상으로는 주식형펀드가 98%로 압도적이었다.
일산PB센터 조승형 PB팀장은 “중국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크기는 하지만 경제성장률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상승 국면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남미 시장도 풍부한 원자재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킬 것을 권할 만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