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태평양지퍼/배중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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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평양지퍼/배중대 대표
  • 취재_김용우 수석경제부장/글_이현지 기자
  • 승인 2007.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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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먼저 인정한 글로벌 브랜드 ‘HHH지퍼
다국적 기업으로 도약 위한 해외 현지 공장 설립 박차
현재 국내 지퍼 산업의 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주)태평양지퍼(www.hhhzip.com/배중대 대표)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땀과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몇몇 국내 기업들이 외국 브랜드를 도입하는 형식으로 현실에 안주할 때 (주)태평양지퍼는 자체 브랜드인 HHH(트리플H)지퍼를 키우기 위해 연구개발에 총력을 쏟은 결과 이제는 세계가 그 기술력을 인정하여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까지 끌어 올리게 한 한국 지퍼산업의 쾌거이자 대표 주자이기 때문이다.

과거 IMF를 거치면서 소위 잘나가던 지퍼 수출의 빅 3업체들 마저 (주)태평양지퍼를 제외하고는 부도의 비운을 겪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퍼 업계는 내실 경영과 기술개발, 과다 경쟁의 방지만이 지퍼 생산 업체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문전박대의 설움을 곱씹으며 역전에 성공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금성사(現 LG전자)의 엔지니어로 재직하고 있던 태평양지퍼의 배중대 대표는 친구의 부친이 대구에서 경영하던 소규모 지퍼제조 공장 세아지퍼공업사를 인수받아 지퍼 생산에 뛰어들게 됐다. 이때는 한국의 봉제 산업이 발전하여 정점을 이루던 시기였고 외국브랜드의 지퍼가 국내시장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었다. 한 젊은 엔지니어가 외국브랜드의 의존성을 해결하고자 1981년 지퍼공업사를 창업하였으며, 이것이 현재 (주)태평양지퍼의 전신이다. 이후 배 대표는 1986년 태평양화학 그룹 산하 지퍼사업부를 인수하여 1986년 경기도 광주공장 설립과 함께 자체브랜드 HHH지퍼(Stands for Harmony, Humanism and High Technology)를 탄생 시켰다. “사업 초창기엔 영업을 함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는데 당시에는 대기업들이 외국의 브랜드를 라이센스 받아 제품을 공급하던 시기라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라며 힘들었던 시기를 회상하는 배 대표는 “실망이 큰 만큼 오기가 생기더군요. 엔지니어인 만큼 기술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눈물을 삼키며 돌아서는 길에 ‘언젠간 그쪽에서 먼저 우리 제품을 찾는 날이 올 것이다.’라는 확신으로 일단 후퇴, 해외로 눈을 돌려 세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 했습니다”라고 말하며 한 때의 위기가 더 큰 시장으로 눈을 뜨게 하고 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음을 피력했다.


현지 생산을 통한 한 발 앞 선 경영전략 적중
태평양지퍼는 해외생산 구축의 첫 작품으로 1992년 방글라데시 치타공 수출자유지역에 미화 100만 불을 단독 투자하여 중소기업 최초로 해외에 생산과 영업이 동반 진출,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각종언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태평양지퍼가 방글라데시에 진출할 당시 단순한 해외생산은 모르되 생산과 판매를 연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일반적 관측이었다. 대부분의 현지국가들이 자국기업 보호를 위해 제3국으로의 수출을 의무화하는 것이 대체적인 추세였으며, 아무런 기반 없이 현지시장을 공략하기는 매우 어려웠기 때문. 그러나 이 같은 일반의 관측을 뒤업고 기대 밖의 성공을 거둔 데는 진출 초기 심혈을 기울였던 현지화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배 대표는 말했다. “그 당시 섬유봉제 산업으로 부상을 꿈꾸는 방글라데시가 원부자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간파해, 오히려 도움을 주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이로 인해 저희는 방글라데시 정부로부터 섬유종제 원부자재 국산화기업으로 지정받는 한편, 방글라데시 산업은행이 주관한 지퍼공장 프로젝트 국제입찰에 낙찰되는 혜택도 받았습니다.”

Wal-Mart, K-Mart 유럽의 C&A와 H&M 등 공식 공급업체 선정
국내 최초로 해외진출을 시도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낸 태평양지퍼의 성공담이 현재까지도 업계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KOTRA 등에서 배 대표를 초빙,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이후 인도, 베트남 등지에 지사 및 생산 공장을 설립하면서 유일한 한국의 토종브랜드 ‘HHH’를 세계의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있다.
25년간 해외시장 공략에 전력을 기울인 태평양지퍼는 현재 독자 브랜드를 앞세워 미주지역의 최대 유통업체인 Wal-Mart, K-Mart 등에 공급하고 있는데 물론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특히 Wal-Mart 관계자에게 약 90번의 이메일을 보냈지만 단 한 번의 답장도 받지 못한 채 턱없이 높은 벽을 실감하며 끝내는 미국 본사까지 찾아가 이후 거래를 성사시킨 일화는 여전히 우리의 기업이 처한 실정을 보여주는 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인지도를 극복하고 끊임없는 기술력 개발로 현재는 유럽 최대 유통망인 C&A와 H&M 등의 지퍼부분 공식 업체로도 등록돼 세계 20여개 유명 의류브랜드에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세계 시장에서 탁월한 품질경쟁력을 인정받으며 국내 지퍼업계 최초로 ISO 9001인증 획득에 이어 유럽 최대 환경관련 인증기관인 스위스의 ‘OeKO-TEX Standard 100 class 1’을 받아 명실 공히 세계 톱클래스 반열에 오르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한편,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시절 취득했던 ‘품질관리기사’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배 대표는 까다로운 품질관리기법을 적용, 품질관리보다 앞선 품질보증제도를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주)태평양지퍼 배중대 대표 인터뷰
‘세계 5~6개국에 현지공장 설립 중소기업 형 다국적 기업으로 도약’

■까다롭다는 유럽 인증기관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는 지구를 보호하는 친환경 정책과 소비자의 안전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다양한 표준들을 근거로 검증하고 재활용 가능한 재료만을 사용하고 있다. 아조(Azo,대부분의 산성염료 제조에 쓰이는 이중결합 질소)를 사용하지 않는 염색(Azo-free-dyeing), 니켈을 사용하지 않는 도금(Nickerl-free plated), 무독성 도장(Non toxic painted) 등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공법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때문에 남녀노소 연령을 불문하고 아동복에도 적합한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본다.

■세계시장에 국내 중소기업의 힘을 보여준 기업의 대표로서 한마디 한다면
어려운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한눈팔지 않고 오직 한길로 국내 브랜드를 지켜내겠다는 굳은 의지가 없었다면 해외시장 진출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힘든 상황에 부딪쳤을 때 도 그 위기를 기회로 삼고 앞만 보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꿈과 이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중소기업이 경쟁력 갖기 위해선 오너의 마인드부터 바뀌어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것보다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함과 더불어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힘쓰는 것, 이것은 대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는 발전을 위해 R&D에도 아낌없는 투자가 동반되어야 기술은 물론 기업의 힘, 나아가 나라의 힘으로 발휘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 우리 회사도 제2의 도약을 위한 목표로서 방글라데시,베트남에 이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인도 공장 이외에도 개성공단, 북아프리카,남미등 단위공장 매출 1,000만불 규모의 5-6개 단위공장을 설립 현지 생산하여 판매하는 중소기업형 다국적 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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