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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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 길라잡이
  • 취재/김영란 차장
  • 승인 2007.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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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자녀교육을 위해 부모도 변해야 한다
고도화된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현대인의 정신건강은 많은 위험요소들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인성의 기초단계를 이루는 아동청소년들의 심리적 공황상태는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에게도 극심한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도덕적·인륜적 의식의 부재와 책임감 결여는 아동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성인을 능가하는 형태로 표출되면서, 이의 해결차원에서라도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해 되짚어 점검해야 하지 않느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의 긍정적 해결을 위해서는 아동청소년들을 양육하는 부모들의 노력과 관심도 새로운 형태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절실한 상황에 이르렀다.

국내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적신호
2006년 말 보건복지부 아동상담 현황결과에 따르면, 상담 내용 중 상당 건수가 비행, 부랑, 가출, 학대, 방치 등의 사례들이 대부분을 이루었다. 이의 발생 배경원인은 대체로 결손가정이거나 부모의 원인적 문제로 야기된 부분들이었고, 가정교육과 환경이 아동청소년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했다. 친구나 대인관계 문제, 인내심 및 의지력 부족, 문제해결력 부족 등으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안을 느끼고 있지만 학교나 가정 내에서 이러한 해결 방법을 습득하지 못한 아동청소년들의 문제 해결방식이 이러한 비정상적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여러 차례 사례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흔히 주의력 부족과 과잉행동장애를 보이는 아동들을 산만하다는 정도로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부분들이 중증화 되면 회복이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충고한다.
“소아청소년 신경정신과는 성인과 달리 발달 중의 소아청소년을 상대로 치료를 병행하는 곳입니다. 발달이 지연되는 아동, 언어능력이 빈곤한 아동, 학습 능력이 저하되는 아동, 집중력 부족의 아동, 틱이 있는 아동, 걱정이 많고 정서가 불안한 아동, 사회와 조직 규범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 등을 상담하는 곳으로 정신과라 해서 선입견을 가질 이유는 없습니다. 아동 청소년 시기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치료를 하면 빨리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미루지 말고 사전 치료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질환들은 약물, 심리, 영양요법 치료를 통해 그 효과가 상승되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 정신상담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연세신경정신과 손 석한 원장은 내원 환자의 40%가 정서적 원인으로 인한 소아기 불안 및 우울장애를 겪고 있고, 30%가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를 보이고 있으며, 20%가 정신지체, 자폐증, 발달장애로 인한 환자들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10% 정도가 성인층의 불안 및 우울증 환자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정서 및 행동 장애의 경우 집안 내력 등으로 인한 선천적 요인은 극히 일부분이며 환경적, 특히 부모의 양육 태도에 따른 관계악화로 인한 요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식생활, 환경오염 등도 이러한 정신건강과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늘어가는 소아청소년 정신과 환자
“출산률의 급감으로 소아, 산부인과 내원 환자가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오히려 소아청소년 신경정신과 내원 환자는 갈수록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아동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것을 반영해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성향들은 폭력과 가출, 집단 범죄 등 문제아를 양산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세신경정신과 손 석한 원장은 자녀수가 줄어들어 오히려 과거보다 더 풍요롭고 관심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장애로 병원을 찾는 아동청소년들이 늘어가는 현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손 원장이 말하는 잘못된 부모 유형을 보면 늘 자녀 곁에 머물면서 지나친 과잉보호를 하는 ‘헬리콥터형 부모’나 독재적으로 군림하는 ‘불도저형 부모’들이다. 이러한 부모 유형들은 자녀들이 스스로를 자각하기 전에 다그치고 억누름으로써 아이 스스로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의존적인 성격으로 바뀌거나, 자녀의 인생을 대신 결정지어 주는 듯한 부모의 행태로 인해 독립된 생각과 결정을 하는데 장애를 초래케 한다.
손 원장은 가장 이상적인 부모 형태로 ‘컨설턴트형 부모’를 꼽는다. 아이에 대한 사랑은 충만하지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일정 거리를 두고 대화와 상담을 병행하면서 조언가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형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도 끊임없이 학습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손 원장은 청소년 범죄와 관련하여 피해자의 정신적 치료도 중요하지만, 가해자의 심리적, 정신적 치료도 함께 병행되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발과 처벌이 최우선이 아니라, 이들의 심리적인 요인을 상담하여 아픈 부분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이 범죄예방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 차원에서의 사후 관리 면에서 국가적인 지원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기는 하지만, 정신적 치료가 상당한 시일을 요한다는 점에서 그 범위나 금액을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부분이다. 손 원장은 이를 위해서는 의료진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자기 분야에서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 당부했다.

좋은 부모는 노력하는 부모다
“일전에 상습 가출을 하는 청소년을 부모가 강제로 데려온 적이 있습니다. 치료과정에서 오히려 부모가 다그치고 심지어는 저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지시하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이런 부모들의 유형에게 필요한 것은 우선 스스로를 진단해 보는 과정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대화를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자녀들에게 강요만 한다면 치료도 의미가 없습니다.”
손 원장은 자녀의 그릇된 언행을 야단치고 폄하하기 전에 부모 스스로의 자기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손 원장은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대화를 들어주고 이해하려 노력해라 - 명령적이거나 일방적인 훈계는 대화로 이어질 수 없다. 둘째, 공감하고 지지하며 반응을 보여라 - 의견 제안에 대해 반응을 보이며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표현하라. 셋째, 감정적이지 마라 - 어떠한 이야기든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끝까지 듣고 이성적으로 대화하라. 넷째, 일관적인 태도를 보여라 - 감정과 강압에 치우친 상벌이 아니라, 일관적으로 상황을 직시하고 행동하라. 급할수록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함께 풀어나갈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손 원장의 처방전이다.
“어느 정도 자녀교육에의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다가도 간혹 자포자기하고 마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이론과 현실이 다르더라도 꾸준히 공부하고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들은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부모도 노력하고 공부하는 양육의 고민을 해야 합니다. 잠시 문제가 있어서 전문가를 찾더라도 부모와 터놓고 대화할 수 있으면 문제가 쉽게 풀립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먼저 변해야 합니다.”
아동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은 비단 부모와 자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다양하게 파생되는 사례들을 보더라도 이는 사회적 차원에서 고민되어져야 할 부분이다. 건전하고 성숙한 사회로의 진입은 그 미래를 책임질 주역들의 몫이다. ‘모두가 잘 사는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라도 지금 우리 자녀의 심리적 장애가 되는 고민과 고통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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