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252호=김민건 기자) 지난해 2018년 11월 24일 새벽… 강남의 한 클럽에서 성추행 당하는 여성을 막으려던 김상교(피해자)씨는 클럽 이사 장씨와 보안 요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이후 출동한 역삼지구대 경찰관 2명에게도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억울함을 호소.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져버린 일명 ‘버닝썬 게이트’ 사건의 단초가 되었다.

“센스있게 좀 합시다 센스있게…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그랬어요”
[영화 베테랑 中 유아인(조태오 역) 대사 일부]
사건의 발단
모든일이 그러하듯 시작은 아주 작은 일처럼 보였다. ‘버닝썬 게이트’ 최초고발자인 김상교(29)씨는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29)가 운영 중인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집단폭행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김상교씨는 “폭행을 당한 뒤 112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관은 가해자가 아닌 내게 수갑을 채웠다”고 밝혔다.
공개 된 CCTV 영상에서는 보안요원들이 김씨를 클럽 밖으로 끌어내는 모습과 이후 클럽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이 김 씨를 폭행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갈비뼈 3대가 부러졌다는 김씨는 “나를 취객 취급했다. (경찰이) 내 얘기를 듣지 않았다. 수치스러웠다”고 하소연했다.
사실 해당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폭행 사건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연예인 승리가 운영한다고 알려져 있는 클럽이라는 사실 때문에 뭇 여론과 대중들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경찰지구대와 클럽간의 유착관계(?)라는 꼬리표를 달면서 여론이 집중된 버닝썬 게이트는 폭행을 넘어 유착, 성매매 알선, 마약 유통 및 투약, 불법촬영물 유포, 탈세혐의까지 의혹이 제기되며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이 사건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그들만의 대화
이후 2월 3일, 연예전문매체 ‘디스패치’는 클럽 버닝썬의 임직원이 나눈 단체 채팅방의 대화내용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버닝썬’은 여러 명의 클럽 MD를 두고 있는데, MD들은 여자 손님을 부를 경우 1명당 2천 원 ~ 5천 원씩을 클럽에서 받게 되며 남자 손님의 경우 주대의 15~20% 본인 몫으로 가져간다.
또 MD는 ‘물게’(은어:물 좋은 여성 게스트의 줄임말)를 VIP룸 고객에게 데려가면 돈을 번다. 이 곳에서 암묵적인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개된 대화 내용에서는 MD1이 “(VIP)룸에서 물게 찾는다”라고 하자, MD2가 “찾고 있다”고 답하며, 이어 MD1이 “빨리 찾게 도와줘. 이제 물게 필요 없음. 그냥 정신 없는 애 구함”이라고 말하자 MD2가 “ㄱㅂㅇ(은어:골뱅이_술에 취한 여성을 뜻함) 구해볼게”라고 답했다.
디스패치는 VIP룸에서 일어난 성관계 영상도 확인했다며, 클럽 관계자들끼리 몰래 찍고 돌려봤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버닝썬에서 일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강제로 마약류의 하나인 ‘물뽕’을 흡입하게 한 뒤 성폭행한다는 의혹도 터져나왔다. 이에 대해 버닝썬은 마약관련 의혹에 대해 “물뽕 등 마약을 판매하거나 공급한 사실이 밝혀지면, 즉각 버닝썬의 문을 닫을 것”이라며 “그와 관련된 민·형사 책임을 지겠다”고 입장문을 통해 강조했다.
관련 인물들… 그리고 거짓말
승리의 절친으로 알려진 버닝썬 이문호 대표는 폭행사건이 마약과 성폭행 문제로 번지자 본인을 포함해 지인 중 마약을 하는 사람은 없으며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여성도 고소하겠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지난 2월 26일, 경찰은 이문호 대표의 머리카락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맡긴 결과 마약류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전 3차례 경찰조사를 받았던 이문호 대표는 “클럽 버닝썬 내 마약 흡입 및 유통은 없었으며 저 역시 마약 투약은 일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버닝썬 영업 사장 및 관계자들도 환각 물질을 흡입하거나 유통한 혐의가 포착됐으며, 애나라 불리는 중국인 파씨도 모발 및 소변 정밀검사 결과, 엑스터시와 케 타민이 검출됐음이 3월 19일 보도됐다.
배우 박한별의 남편으로 알려진 유인석 대표. 투자회사 유리홀딩스는 유인석 대표의 성씨와 승리의 본명 이승현의 ‘이’를 따서 만들어진 투자회사이다. 공동대표였던 승리가 지난 2월 13일 대표직을 사임한 뒤, 유 대표 단독으로 운영 중인 유리홀딩스는 클럽 버닝썬을 운영하는 버닝썬엔터테인먼트㈜의 주식 2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월 23일 방송 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보도내용에 따르면 버닝썬 주식 보유 상황은 전원산업(클럽 버닝썬 소재 르메르디앙호텔 운영사)이 42%, 호텔 측 사람이었던 이성현 버닝썬 공동대표가 8%, 유리홀딩스가 20%, 린 사모 로 알려진 대만 투자가가 20%, 이문호 대표가 1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월 26일 유리홀딩스는 “이슈가 되고 있는 카톡 내용은 전부 사실무근”이라며, “승리와 회사에 앙심을 품고 있는 누군가가 허위로 조작된 카톡 내용을 제보하고 있고, 이는 확인 절차 없이 보도된 허위사실”이라고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주장했다. 유 대표는 승리, 정준영, 최종훈 등이 포함된 다수의 단체대화방에서 경찰과의 연결고리로 추앙되며 ‘유 회장님’이라고 불렸다. 실제 유 대표는 단체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 총경과 골프를 쳤으며, 아내 배우 박한별이 함께 한 라운딩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방향은 어디로?
많은 이들의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은 버닝썬 게이트가 성접대알선, 마약투약 및 유통, 경찰과 유착의혹에서 정준영의 몰카 및 불법촬영물 유포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10일, 경찰은 ‘성매매 알선’ 혐의로 승리를 입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튿날인 11일, 경찰은 승리의 성접대 알선 의혹 카카오톡 대화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가수 정준영의 불법 촬영물로 의심되는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포착했다. 단체카톡방에서 정준영은 문제의 동영상과 사진 등을 수차례 올렸으며, 2015년부터 약 10개월간 정준영의 불법 촬영 동영상 피해 여성은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준영은 이미 지난 2016년 자신의 전 여자친구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바 있다. 이후 ‘정준영 동영상’과 여성 연예인들의 이름들이 실시간 검색 순위를 오르내리며, 대중들의 관심은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쏠리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에 버닝썬 게이트의 본질이 흐려지는게 아닌지, 두 연예인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중할 때 사건의 마약, 성폭력, 탈세, 유착과 같은 강력범죄가 희석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文 대통령 “엄중 수사” 지시
지난 3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클럽 ‘버닝썬’ 그리고 고(故) 장자연씨 사건과 관련해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시효가 남은 범죄 행위는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어 “진실규명 못하면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며, “검경 지도부, 책임지고 성역없이 조사하고 의혹 낱낱이 규명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인력 126명을 투입해 ‘버닝썬 게이트’를 수사 중이던 경찰은 수사관을 추가 투입해 해당 사건 인력만 16개팀 152명으로 확대했다.

버닝썬 폭행사건으로 촉발… 게이트로 전방위 확대
‘버닝썬 사태’ 관련자들에게 속속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구속되는 가운데, 3월 22일 불법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준영이 구속됐다. 승리는 사업파트너 유모씨와 차린 ‘몽키뮤지엄’의 불법 영업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다며 처음으로 혐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성매매 알선 혐의 수사는 사실상 진전 없는 것으로 보이며, ‘경찰총장’이라 불린 윤 총경도 19일 입건 후 답보 상태로 알려져 있다. 탈세·마약 등과 달리 증거 잡기가 어려운 모양새다.
강남 클럽 ‘아레나’를 본따 만든 버닝썬의 탈세의혹이 번지면서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강모씨가 162억의 탈세혐의로 26일 새벽 구속됐다. 또한 버닝썬 마약 수사와 관련해서도 이문호(29) 버닝썬 공동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긴 했지만, 경찰은 버닝 썬뿐만 아니라 다른 클럽을 포함해 수십 명의 마약 혐의를 잡아낸 상태라 고 전했다.
세금회피 정황은 클럽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0일부터 YG엔터테인먼트 본사를 비롯, 일부 연예 기획사, 전국 유흥업소 20여 곳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영화가 무색한 현실… 그 향방은?
일련의 폭행사건이 단초가 되어 불러일으킨 ‘버닝썬 게이트’. 앞서 언급한 내용 이외에도 버닝썬 투자자이자 대만의 큰 손(일명 VIP)이라 불리는 린사모의 돈세탁 의혹과 삼합회 연루설.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의 음주 운전 무마설.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관련 거짓진술 의혹. 전직형사 강모씨 의혹 등의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자의든 타의든 김상교씨가 쏘아 올린 작은 신호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은 물론 연예계와 정치권까지 휘말리는 이 엄청난 사건이 수사를 통해 낱낱이 파헤쳐 질지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