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 소녀>로 꿈을 시작하는 여자
가야산 산자락의 고등학생 수명은 방학으로 귀향한 이웃 미대생 언니의 화집에서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 소녀>를 보고 반짝이는 꿈을 품는다. 미대 진학을 결심한 수명은 3학년 가을 어느 날 동창 명수를 데리고 부산으로 향한다.
친구의 반짝이는 꿈에 가슴 설렌 남자
난생 처음 부산으로 간 명수는 사랑의 기다림과 재회의 상징 영도다리 아래에서 수명의 꿈을 듣는다. 그 설렌 추억을 약속으로 가슴에 품은 명수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돈을 벌어 수명의 반짝이는 꿈을 뒷받침하리라 마음먹는다.

클림트 <키스>의 황금빛 꿈을 품고 큐레이터의 길을 가는 여자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수명은 큐레이터로 길을 바꿔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다. 한편 만만찮은 세상사에 거친 길을 걷던 명수는 군 입대로 발을 뺀다. 제대를 하고, 이제는 <진주귀걸이 소녀>보다 더 화려한 <키스>의 황금빛 꿈을 꾸며 애쓰는 수명의 모습에 명수는 셜록 홈스를 꿈꾸며 흥신소를 열어 운영한다. 친구인 듯 연인인 듯 어정쩡한 만남 속에 명수는 추억의 영도다리가 보이는 부산 한 곳에 오피스텔을 마련하다. 꿈의 길에서 상처를 입으면 흉터를 아물게 할 둥지처럼 오피스텔을 찾는 수명, 그런 모습에 가슴앓이를 하며 해바라기를 이어가는 명수.
어느 날, 화랑 대표와 부동산개발업자의 농간에 10억 대 미술작품 위작사건에 휘말려 농락당하는 수명. 뒤늦게 그 일을 알고 분노한 명수는 수명 몰래 개발업자에게 폭력을 휘둘러 고환을 터트리고, 화랑 대표가 감춰둔 10억 대 진품 그림을 찾아 난도질하는데…….
《아버지》의 작가 김정현, 여자의 꿈과 남자의 사랑을 말하다!
장남 혹은 아들에게 집안의 희망을 걸었던 세월이 오래였다. 당연히 여성은 희생과 그림자의 생을 살아야했다. 그렇지만 그림자의 반대인 빛과 화려함은 여성이 더 예민하고 설렌다. 이제 여성이 그 설렘의 꿈을 꾸는 세상이다.
남자는 진정 꿈을 꾼 적이 있는가. 그들의 어깨에 얹혔던 희망은 부모와 가족의 기대를 걸머진 끝없는 욕망이었기 십상이다. 그 일그러진 행태가 권위, 허세, 폭력, 집착, 위선이었다면?
분노한 명수의 폭력을 광역수사대 형사의 접근으로 알게 된 수명이 좌절하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데, 작가는 꿈조차 꾸지 못한 채 출산한 자식을 버리고 신산한 길을 걸어온 여성의 삶을 통해 지난 세대 남성 중심 사회에서의 부조리와 비극을 민낯으로 고발한다. 그리고 수명과 명수의 사랑으로 또 다른 욕망이 아닌 빛나는 꿈과 희망을 말하며 발칙하고, 낯선 출산의 방식으로 사랑의 결실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