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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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한미FTA
  • 글_김영란 차장
  • 승인 2007.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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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극대화하고 위기는 최소화해야
정부와 시민사회,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

지난 4월 2일 1년 2개월여 만에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노무현 대통령 임기 후반기의 최우선 국정과제였다. 칠레를 시작으로 FTA 상대국을 늘려간다는 정부의 구상 속에서 이번 한미FTA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노 대통령은 “FTA는 정치적 문제도, 이념적 문제도 아닌 먹고 사는 문제”라며 “민족적 감정이나 정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접근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개방도 충분히 이겨낼 만한 국민적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 개방 때마다 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며 승리의 개념으로 역설했다.


한미FTA, 1년 2개 월 간의 협상진통 종료
14개월을 끌어 온 한미FTA 협상이 힘든 진통 끝에 타결되자 과천청사의 경제부처들은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 이번 FTA를 선진 경제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장전까지 치르며 막판까지 고전했던 한미FTA 협상은 참으로 드라마틱했다. 특히 오랜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져 왔던 농업 부문의 협상 겨루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한미FTA 협상 타결로 우리나라와 미국은 유럽연합과 북미자유무역협정 다음으로 큰 세계 3위 경제권을 형성하게 되었으며, 거대한 시장을 미국과 공유하게 됐다. 이러한 경제 환경의 변화는 수출과 고용을 증가시키고, 국내 산업환경 효율화에 기여할 것이며, 수입품 가격을 인하시켜 소비자에게도 유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세계 질서가 급변하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더욱 곤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중국의 부상과 함께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대중국의존도를 분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경제를 자극받아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미 FTA로 인해 갑자기 우리 경제가 일어선다는 기대를 가진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농업분야가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다가 비관세 장벽 제거, 섬유분야 원산지 기준 완화, 전문인력 비자 허용 등에서는 기대치보아 미흡한 결과에 머물렀기 때문에 국회 비준을 앞두고 상당한 진통이 동반되리라 예상된다. 교육·의료 서비스 등과 관련해서는 핵심시장이 개방되지 않은 것으로 잠정결론 남으로써 전체적인 경제효과는 줄어들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타결로 고용증가 효과는 당초 추정치인 30~40만 명으로 당초의 50만 명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며, 생산증가 효과도 당초 추정치인 7% 안팎에서 5%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 대통령이 밝혔듯 한미FTA가 먹고 사는 문제일 뿐 정치적인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현 상황에서 각 정당과 정파, 이해관계자들의 집단행동으로 이를 둘러싼 혼란과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이 구조개혁과 제도선진화 등에 성공하지 못하면 부작용만 두드러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의 대립이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미FTA타결 후 우리는...
한미FTA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해서 곧 경제가 회복되고 활성화된다고 생각하면 시기상조다. 한미FTA가 정식 발효되기 위해서는 ‘국회 비준’이라는 마지막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FTA에 대한 시각이 전적으로 곱지 않은 상황에서 각 이익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극명한 의견대립은 또 하나의 어려움으로 남아 있다. 특히 연말 대선에서 한미FTA협상 문제에 관한 것이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이 자명한데, 그렇게 된다면 ‘FTA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국회비준을 얻어 낼 것이냐는 예상치 못한 부분인 것이다. 특히 진보를 추구해 온 여러 정치·경제 단체에서의 반대 입장은 여러 면에서 현재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 가야하는가 하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한미FTA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미국과 국경없는 경제 전쟁을 해야 함을 암시한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을 대상으로 자율경쟁 할 수 있다는 기회가 확대된 만큼 가격, 기술 경쟁력이 있는 자동차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은 수혜업종으로 꼽히고 있지만, 이미 수입관세가 철폐된 품목이나 일부 전자제품은 국내시장마저 내 줘야할 위기에 봉착했다. 각 산업별로 볼 때 FTA에 따른 자유경쟁 시장 확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촉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미FTA협상 타결로 이어질 각 산업별 영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자동차 산업
자동차업계는 협상 결과에 대해 양국 간의 중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큰 이익은 없다’는 반응이다. 3,000CC 이하의 중소형 승용차 관세 2.5%를 즉시 철폐하더라도 대형 승용차와 관세가 최고 25%에 이르는 픽업트럭의 관세는 각각 3년, 5년씩 유예키로 해 사실상 FTA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한미FTA는 자동차산업에 양국 산업의 시장기회가 넓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미국과 일본 차 수입문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부품산업에서 시장접근성 측면에서는 무역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 철강 산업
2004년 1월 1일부터 한·미간 철강분야의 무관세를 적용해온 철강업 계는 이번 FTA타결이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지만 수요 산업의 수출 증가에 따른 후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분야 관계자는 “철강경기는 미국이 가장 좋아 대미수출은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수입규제와 관련해서도 부당한 조사나 규제 남용에 대한 개선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상과정에서 미국 통상법을 개정, FTA 체결국에 대해서는 반덤핑 여부를 별도로 조사토록 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 전자 산업
한·미간 상품 교역에는 이미 관세가 없는 품목이 많고 관세가 있더라도 제품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 한미FTA 체결가 전자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FTA체결로 인해 미국의 기술 투자유치를 확대하고 선진경영기법 등이 도입될 여지가 넓어졌고,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없어지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섬유 산업
자동차와 함께 한미FTA의 수혜 품목으로 꼽히고 있는 섬유산업은 그 증가폭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입장에서 어떠한 부분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해마다 대미 수출액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번 협정은 내리막길로만 내닫던 대미 수출이 증가세로 바뀌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특히 높은 수출관세를 적용받아온 제품 중 Yarn Forward(원사의 생산지를 따져 원산지를 정하는 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들은 상당정도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우회수출방지를 명분으로 우리나라 수출업체 등에 대해 경영정보에 가까운 갖가지 자료를 요구하고 각종 감시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 기계 산업
관세, 가격보다 기술이나 품질, 사후관리(A/S) 등이 중요한 산업이므로 한미FTA 체결이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기계 산업의 관세율이 미국보다 한국이 높기 때문에 관세가 철폐될 경우 기계 산업의 수입 증가로 인해 시장 전망이 크게 밝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관세철폐와 한국산 기계류에 대한 미국시장의 긍정적인 분위기로 FTA체결 이후 일시적으론 수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러한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수입비중이 높은 업종의 기술개발 촉진 등의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 석유화학 산업
석유화학업종은 화학제품의 관세가 철폐되면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수출과 수입에 큰 변화는 없지만,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일부 고부가가치 제품이나 기술집약적 화학제품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제품별 관세철폐 기간 등을 감안하면 업체별로 희비가 교차될 것으로 보인다.
◆ 정유 산업
정유산업은 거의 영향이 없다고 전망된다. 현재 미국은 우리 석유제품에 최고 0.8%의 관세율을 적용하는데 그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수급권역 자체가 달라 수출 확대 여력도 크지 않은 편이다. 수입 역시 미국의 수출물량 부족으로 탄력적이지 못하다.
◆ 건설 산업
건설분야 역시 한미FTA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 입찰시 자국내 실적만 인정해 주던 걸림돌은 사라지게 됐지만, 인력송출 문제와 하도급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해 국내 건설사가 미국으로 진출하기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특리 ‘보증기관 상호인정’이 배제됨에 따라 약소국인 국내 건설사가 미국 기관의 보증을 받기는 여전히 까다로울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이 국내 고속철도, 공항공사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 진출할 경우 국내 건설시장의 영역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조선 산업
조선업종은 이미 선박 수입관세가 없고 한국 조선업계의 경쟁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한미FTA의 영향은 거의 없다는 업계 전망이다. 한국조선공업협회 한 장섭 부회장은 “조선업은 관세장벽이 미미한데다 세계 어느나라롸 견주어도 한국업체의 경쟁력이 월등해 한미FTA 타결 결과에 크게 연연해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부품 소재 산업
관세 폐지로 인해 수출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일본 수입에 의존했던 부품 소재에 대해 수입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수입선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유통업
해외의 생산성이 높은 유통업체의 국내 진출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져 소비자 후생이 증가함으로써 국내 유통업체의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고용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금융 및 보험
미국의 다양한 금융기관이 국내에 진출함으로써 국내 금융기관과의 자율적인 경쟁을 통하여 금융 서비스 질이 향상되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만족과 후생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농업
소비자의 입장에선 값싸고 질 좋은 농수산물을 선택에 따라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상당한 농업인이 생업을 포기하여 국내 생산이 감소하고, 고용시장은 불안해져 그동안 공공재로 누려왔던 농업의 기능이 위축될 전망이다.


주어진 기회를 최대화하고, 위기는 최소화해야
한미FTA 타결은 이에 따른 상호 교역, 투자, 사람왕래의 증가는 규제를 줄이고, 경제시스템을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경제활동을 누르고 있었던 고질적인 규제와 불합리한 관행, 투명하지 않은 절차 등은 점차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FTA로 인해 제도, 시스템의 선진화와 함께 안보리스크가 해소되는 것은 국가신인도를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미FTA협상의 타결로 한국은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긴 했지만, 아쉬운 부분도 적지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료, 교육, 법률, 컨설팅, 회계 등의 분야는 서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방을 통해 서비스산업의 중흥을 꾀한 우리나라의 계획에 미국은 동의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미국의 지나친 비관세 장벽 제거 등도 한국 측에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농업분야의 지나친 개방의 폭도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특혜나 관세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안주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대응으로 제도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오늘 성공적으로 평가되던 이 협상도 다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투자의 문턱이 낮아졌다고 해서 당장 해외 투자가 증가하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기술력과 인재, 인센티브 등의 조건들이 구비되어져야 한다. 또한 농업분야와 같이 취약한 부분을 지원하는데 있어서도 단지 약자기 때문이 아니라,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통하여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이번 한미FTA협상 타결을 계기로 국민과 정부 모두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미국과의 발전적인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의 대책과 대안을 충분히 마련해 놓아야 할 것이다. 이제 한미FTA를 넘어 유럽과의 협상을 이야기 하고 있다. 준비없는 자에게 개방은 두려움이지만, 준비된 자에게 개방은 열정적인 경쟁의 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민과 정부 모두 우리에게 주어진 이 최대의 기회를 극대화하고, 위기는 최소화할 수 있는 현명한 자구책 마련을 위해 마음을 모을 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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