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수 기자] 사나운 표범으로 권위를 내세운 이집트의 하트셉수트 여왕, 단지 ‘재미’를 위해 사자와 검투사가 목숨을 걸고 싸운 로만 서커스, 거란족이 선물한 낙타 오십 마리를 굶겨 죽인 고려의 태조, 코끼리의 시체마저 돈벌이로 이용한 근대 미국의 동물 유랑단, 원주민을 전시하는 우월함 뒤에 숨은 잔인한 제국주의 냉전 시대의 벽을 허물어뜨린 중국의 대왕판다.
먹이사슬 꼭대기에 선 ‘인간’과 유흥의 도구로 전락한 ‘동물’ 세계사 속 인간과 동물의 달콤살벌한 동거를 되짚어 보면서, 동물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복지와 최대한의 권리를 파헤친다!

거대한 세계사의 흐름을 안내하는 역사의 산 증인, 동물
동물원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동물원을 방문한 사람들을 살짝 살펴보면,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뜬 아이들부터 백발의 할아버지까지, 연령대가 무척이나 다양하다. 그만큼 동물이라는 존재에 수많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고 관심을 갖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동물원을 두고 심심찮게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동물원에 머무는 동물들을 통해 다양한 생명체들을 접하고 그네들의 소중함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뜩이나 동물을 만나보기 힘든 환경인데, 동물원조차 없다면 생명의 존엄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반면에 동물을 강제로 좁은 공간에 가둬 놓는 동물원은 점차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비록 동물원에서 살면 장수를 할지는 몰라도, 넓은 공간에서 하루라도 자유롭게 사는 게 동물에게는 더 나는 삶이라는 것이다.
동물의 처우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등장한 건, 인류의 역사로 보았을 때 아주아주 최근의 일이다. 사실 인간이 등장한 이후로 동물들도 매우 드라마틱한 사건들을 함께 겪어야만 했다. 최초의 가축이 등장한 ‘신석기 혁명’, 지구상의 온갖 동물들을 맹렬히 수집했던 ‘대항해 시대’, 인류가 먹이사슬 꼭대기에 우뚝 선 ‘과학 혁명’, ‘최초의 동물원’이 탄생한 근대 유럽, 심지어 멸종 위기종의 DNA를 보관하는 현대의 ‘냉동 동물원’까지……. 이런 걸 두고 역사의‘산 증인’이라고 부르지 않던가?
《동물원에서 만난 세계사》에서는 이와 같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복잡다단한 연결 고리를 ‘세계사’를 통해 풀어간다. 인간은 언제부터 특별한 동물이 되었는지, 어떻게 다른 동물들과 관련을 맺게 되었는지, 왜 동물원이 등장하고 동물 복지 인증 제도를 실시하게 되었는지 등등 중요한 이슈들을 세계사 속에서 알아보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특별한 위치에 서게 된 인간이 실타래처럼 얽힌 동물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 보게 될 것이다. 세계사도 복잡한데, 동물에 대한 논쟁까지 하기에는 너무 버겁지 않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세계사라는 측면에서는 흥미로운 동물 이야기로 접근하기에 시대와 사건을 이해하기 수월하고, 동물과 생태에 대한 논쟁은 역사라는 풍부한 배경 지식이 주어지기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동물’이라는 주제를 쫓다 보면, 어느새 세계사의 흐름이 머릿속에 짜 맞춰지는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