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기념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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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기념관 논란
  • 글/김정숙 기자
  • 승인 2007.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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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기념관 ‘노무현 스쿨’ 시끌
인제대 제안에 청와대 응해, 여론은 “이르다” 부정적 반응

때 아닌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논란으로 정치권이 뜨겁다. 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에 본교를 둔 인제대에 ‘노무현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게 그 발단이다.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은 4월 16일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을 인제대에 건립하기로 하고 현재 인제대학교 쪽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3일 노 대통령이 백낙환 이사장 등 인제대 관계자들과 저녁을 함께하며 기념관 설치 구상을 듣고 ‘좋은 생각’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퇴임 뒤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노 대통령이 인제대의 기념관 건립 요청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김성수 인제대 대외교류처장도 “노 대통령 퇴임 뒤 정치에 관심 있는 후학들을 위해 재임 때의 정책자료 등을 열람하며 공부할 수 있는 기념관을 고향 마을에 마련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공감했다”며 “(청와대와) 실무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기념관은 노 대통령 퇴임 후 고향인 경남 김해에 하나 밖에 없는 대학인 인제대에 건립될 예정이다. 퇴임 후 귀향할 예정인 노 대통령은 이곳을 주 무대로 제2의 정치인생을 보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현 기념관’ 공론화 배경
‘노무현 기념관’ 구상이 공론화 단계에 들어간 것은 지난 4월 13일 노 대통령과 인제대 관계자들의 청와대 만찬이 계기가 됐다. 인제대가 기념관을 건립하고 싶다는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해 오면서 노 대통령과 인제대 백낙환 이사장, 이경호 총장 등의 만남이 성사됐다는 것이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백 이사장 등은 “대통령 기념관을 인제대에 설치하겠다면 학교 측이 적극 협조 하겠다”는 뜻을 직접 전했고, 노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라고 화답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의 언급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관계 비서관실이 이후 실무적 차원에서 인제대 측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사실상 노 대통령 퇴임 이후에 기념관을 인제대에 건립키로 확정했다.
그러나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해 노무현 기념관’ 아이디어는 올해 초 인제대 백낙환 이사장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연세대 문정인 교수가 만난 자리에서 싹이 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의 김해 진영 사저 건립 계획이 화제에 올랐고, 이를 계기로 미국의 경우 역대 대통령들이 고향에 대통령 기념관 등을 만든다는 사실들이 거론되면서 백 이사장은 ‘노무현 기념관’의 인제대 유치 계획을 마음에 품었다고 한다.
이후 백 이사장은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직접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김대중 도서관’도 방문해서 자료를 수집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청와대 측에 기념관 유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념관 건립 제안은 인제대에서 했지만, 고향과 지방대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고 있던 노 대통령도 이를 흔쾌히 수락한 만큼 나름대로 기념관 건립 등의 사안이 퇴임 이후 계획을 둘러싼 복안에 포함돼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는 기념관을 인제대에 건립한다는 사실 외에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이제부터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노무현 기념관 건립 추진을 놓고 “왜 재임 중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느냐”, “재임 중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는 것에 대해 청와대는 “건립 계획은 재임 중 추진하지만, 건립은 퇴임이후에 이뤄지는 것이며, 만약 정부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재임 중에 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노무현 스쿨은 없다”
노 대통령 기념관이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현직 대통령 재임 중의 기념관 건립이 국민 정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다, 정부의 예산 지원설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무엇을 기념하고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기념관 건립을 위한 정부 예산 20억 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승용 대변인은 이에 대해 “20억 원은 인제대가 자체 추산한 예산일 뿐이다. 재임 중에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변인은 다만 “김대중 도서관은 (기념사업 추진자와 정부가 재원을 공동 분담하는) 매칭펀드로 반반씩 들어갔다”고 말해, 퇴임 뒤 기념사업에 대한 국고지원 가능성은 열어뒀다.
윤 대변인은 기념관과 별도로 인제대 서울 캠퍼스에 미국의 ‘케네디 스쿨’과 같은 정치대학원 성격의 ‘노무현 스쿨’을 추진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문재인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역시 국회 운영위 업무보고에서 “‘노무현 스쿨’을 만든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논의해 본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문 실장은 “기념관은 노 대통령이 퇴임 이후 김해에 거주할 것으로 알고 인제대 쪽에서 기념관을 설치하면 어떠냐는 구상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했고 대통령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기념관은 지금 초기 구상단계 정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중간에 개입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문 교수가 백낙환 인제대 이사장과 이 문제를 사전에 협의했는지는 알지 못하며 이번 제안은 인제대에서 먼저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무현 스쿨'과 관련,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홍보수석은 전날 브리핑에서 추후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윤 수석은 브리핑에서 ‘노무현 스쿨’의 가능성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스쿨이 필요하다면 앞으로 인제대든 어디든 협의를 하겠지만 청와대가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청와대는 (현재로서) 그런 계획이 없지만 앞으로 어느 대학이든 원한다면 협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미로 ‘노무현 스쿨’ 설립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청와대도 청와대브리핑에 글을 올리고 대통령 기념관과 관련, “인제대 측에서 건립 의사를 밝혀왔고 앞으로 구체적인 협의를 해나가기로 했다”며 구상 초기 단계임을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노무현 스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대한 언론 보도를 ‘대통령 트집 잡기’라며 문제 삼았다.
청와대는 대통령 기념관 건립 보도와 관련, “몇몇 반응이 뜬금없다”며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에 기념관 건립을 추진한다며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고 지적했다.



한나라 “어림없는 소리”
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또한 기념관 건립에 필요한 예산을 단 한 푼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노무현 기념관 건립을 추진한다니 어이가 없다”면서 “대통령이 임기도 끝나기 전에 자신의 기념관부터 챙기는 것은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신경을 쓰는 일이나 다름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대책회의에서 “느닷없이 노무현 기념관을 건립한다고 하고 뜬금없이 참여정부 평가포럼을 발족시킨다고 하는데 청와대가 일시적 지지율 상승에 도취해 방향감각을 상실한 듯한 느낌”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민생과 북핵 등 안보문제를 바로잡아야 할 시점에 기념관을 건립하고 평가포럼을 구성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의 마음만 허탈하게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기념관은 정부가 추진하기보다 임기를 마친 뒤 ‘기념할 만하다’는 국민의 평가가 있을 때 추진돼야 마땅하다. 송덕비는 아무 때나 아무에게나 만들어지지 않는다”면서 “기념관 건립 문제와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으로 노대통령은 민생과 국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역대 대통령 기념관의 역사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대중 도서관에 개인 연구실을 두고 출퇴근해 왔다는 점에 비춰 노 대통령도 퇴임 이후 귀향 생활을 하면서 기념관에 집무실을 두고 이곳을 근거지로 각종 강연 등의 활동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 재임 중 직무수행과 관련한 각종 기록물은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소유권이 국가에 귀속되고, 이런 기록물은 임기 만료 이전에 국가기록원으로 넘기게 되어 있다. 굳이 말한다면 ‘노무현 기념관’은 국가기록원과 별개로 민간기념관 격인 ‘노 대통령 기록분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정부 예산이 투입된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은 ‘김대중 도서관’이다. 김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2003년 1월 아태재단이 동교동의 100억 원대가 넘는 아태재단 건물과 김 전 대통령이 소장한 1만6천 여 종의 장서 및 각종 사료를 연세대에 기증한 것을 계기로 연세대 측이 도서관 설립을 제안해 그 해 11월3일 개관했다.
김대중 도서관은 산하에 김대중평화연구소와 각종 연구센터를 두고 있지만 노벨평화상과 옥중서신 등 김 전 대통령의 각종 개인소장품이 전시돼 기념관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이 도서관 외에 전남도와 목포시는 ‘김대중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기념관과 성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광주시는 국내외 회의와 전시 기능을 맡고 있는 김대중컨벤션센터를 2005년 9월6일 개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작년 말 명지대에서 ‘YS 기념관’을 짓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듣고 현재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YS가 재임 중 실시한 금융실명제 등과 같은 주요 개혁정책과 군정종식 및 문민정부 수립 등을 기념하기 위한 내용 등으로 채워질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기념사업회가 매칭펀드 형식으로 국고보조금 208억원을 지급받았지만, 사업회측이 약속한 모금액 부진을 이유로 2005년부터 보조금 회수에 나서 정부와 사업회간 마찰을 빚는 등 기념관 건립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 ‘반민주 세력’이라는 오명으로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합천군에서 ‘새천년 생명의 숲’공원을 전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 공원’으로 개명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제주 서귀포의 파라다이스호텔이 2000년 11월 이 전 대통령의 별장이 있었던 호텔 부지에 50평 규모의 ‘이승만 기념관’을 개관, 그가 국무회의 주재 시 사용했던 의사봉 등 유품 3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정상 운영 중인 전직 대통령 기념관은 정부예산 60억 원이 들어간 ‘김대중 도서관’(2003년 11월 개관)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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