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쓰는 시, 조귀옥 작가의 ‘야생화’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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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쓰는 시, 조귀옥 작가의 ‘야생화’ 탐방
  • 전진홍 기자
  • 승인 2019.03.1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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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옥 작가.

예술을 통해 발현될 수 있는 진실이 있다고 믿는 것은 이런 질문들이 불가피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근원의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과 질문을 통해 내적인 성찰을 꾀하는 화가가 있다. 조귀옥 (ChoGwiok)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조귀옥 작가가 배경으로 애용하는 푸른색은 밝고 경쾌하다. 명도와 채도를 올림으로써 무겁고 어두운 이미지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의 화집에는 푸른색 배경만큼 캔버스 천(광목)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미색 같은 흰색들도 있었지만, 푸른색의 강렬함은 몽환의 세계로 인도하는 ‘앨리스의 토끼굴’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파랑과 하양으로 인해 조귀옥 작가의 그림은 차분하면서도 이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들뜨지 않는 침착함은 냉정함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배색과는 다른 색감의 꽃을 그 위에 앉혀놓았다. 그 꽃은 장미나 백합처럼 우아함을 뽐내는 그런 꽃이 아니다. 우리가 들녘이나 산길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한 야생화들이다. 작가가 그리는 꽃은 우리가 자연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면서, 한편으로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꽃이기도 하다. 

조귀옥 작가는 최근 몇 년 동안 자신의 정신세계 안에서 순환하는 자연을 모티브로 일관된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야생화 연작’은 하늘이나 바다를 연상케 하는 푸른색(또는 흰색) 배경 위에 꽃들이 떠 있는 모습이다. 풍경화라기보다는 정물화 쪽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정물화는 중세 이후부터 회화의 기본처럼 많은 작가들이 다루어온 양식이지만 조귀옥 작가의 그림들은 정물화의 정적인 분위기를 따르지 않는다. 

작가는 스스로 단 한 번도 ‘꽃’을 그린 적이 없다고 한다. 그날그날 자신의 감정이 이미지로 구현되는 것을 화판 위로 옮겼을 뿐이란다. 그 때문인지 그의 그림들은 모두가 닮아 있다. 그것은 비슷한 이미지들이 그때그때 만들어내는 순차적 변이에 대한 기록이자 순수를 향해 나아가는 진행형의 표현이다. 깨끗하고 정갈한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도록 그는 화판 앞에 서기 전에 몸가짐을 단정히 한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도 붓을 사용하지 않는다. 인위적인 느낌을 최대한 피하고 싶어서다. 나이프로 물감을 찍어 바르거나 눌러 펼치듯이 꽃과 풀의 형상을 만들어간다. 작품에 따라서는 꽃을 줄기가 없이 꽃송이만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꽃들은 작가 자신의 분신이기도 하다. 물질문명이 고도화될수록 사람의 감정도 기계적으로 메말라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는 작가가 인간 본연의 순수를 찾고자 하는 그리움의 표현인 셈이다. 

현재 조귀옥 작가는 금보성아트센터 레지던시와 입주작가로 초대전 6회를 했다. 조귀옥 작가의 전시는 금보성아트센터 초대전 이후 황창배미술관&황카페에서 오는 3월2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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