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범죄 집중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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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범죄 집중조명
  • 취재/남윤실 기자
  • 승인 2007.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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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포해지는 청소년 범죄 막을 수 있는 방안 없는 걸까
청소년 범죄 예방은 강화된 형벌이 아닌 따뜻한 관심과 지도
저출산에 따른 청소년 인구 감소로 소년범의 수는 줄고 있지만,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14세미만 소년들의 범죄는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법무부가 발표한 '촉법 소년 선도와 비행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에 따르면 전국 검찰이 처리한 소년범은 2003년 9만6058명, 2004년 7만2770명, 2005년 6만 7478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는 대신 소년원에 보내지거나 사회봉사를 하는 등 보호처분을 받는 12,13세 소년을 가리킨다. 범죄를 저질러 지방법원 소년부에 접수된 촉법소년 인원은 2003년 4474명, 2004년 4881명, 2005년 6060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방법원 소년부로 넘어오는 사건이 증가했다는 것은 12,13세 소년 사건 중에 살이, 강도 등 중범죄가 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런 추세를 감안해 형사미성년자여서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 촉법소년의 나이를 현재 '만 12세 이상 14세 미만'에서 '만 10세 이상 14세미만'으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이같이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소년범의 나이가 갈수록 어려지고 있어 무작정 방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과연 청소년 범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지 다시 한 번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 범죄, 위험수위를 넘다
11살 자녀를 둔 학부모 : 요즘 애들 무서워서 자녀 학교 보내기가 겁이나요. 제 자녀가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 않는지, 맞고 다니는 건 아닌지, 애들하고 어울려 다니면서 나쁜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건 아닐까 모든 게 다 걱정이에요.
초등학교 교사 : 아이들을 지도하기 힘듭니다. 요즘 애들은 말로해서는 듣지 않아요. 무섭게 혼내기도 하고 매를 들어보기도 하지만 소용이 없는 거 같아요. 교사로서 말하기 부끄러운 얘기지만 어쩔 때는 혼내 킨 학생들이 보복할까봐 걱정될 때도 있어요.
65세 어르신 : 세상이 어찌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때만 해도 어른을 공경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가장 큰 미덕으로 삼았는데... 요즘 애들은 돈이 많고 힘이 센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대전 소년원 관계자 : 예전에 소년원에 들어오는 청소년들은 남에 것을 훔치는 절도나 다른 사람한테 상해를 입히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성폭력에서부터 심지어는 전문 조직과의 연계하여 범죄를 치밀하게 계획하는 대범함까지 보이고 있어요. 범죄 행위도 넓어져 예상치도 못한 범죄를 일으키는 사례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위에 있는 말들은 요즘 우리 주위에게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들이 되었다. 학교 폭력이 날로 심해지는데다, 무서울 정도로 거친 아이들이 늘어나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요즘 애들은 왜 이 모양이야.” “우리 땐 말이야 공부 열심히 해서 부모님께 효도할 생각만 했어” 등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에게 던지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우리 사회도 요즘 청소년들을 바라보며 이런 말을 되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던지고 넘어가기엔 그 행위가 너무 흉포하고 심각하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로 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젠 단순히 남에 집 불구경하듯 손 놓고 방치해서는 안 될 시점이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을 바르게 육성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인식하고 청소년들이 가진 창조적 잠재력을 키워주고, 지성과 덕성을 겸비하게 하는 등 건전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일은 현재를 사는 기성세대의 책무인 것이다. 청소년에 범죄에 대해 청소년들의 탓하지 전에 우리가 과연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해 주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청소년 범죄의 급증현상의 원인
혼자 사는 고령의 노인들을 골라 금품을 뺏는 반인륜적인 범죄나 반항할 힘이 없는 초등학생을 납치·강간을 일으킨 10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또래 친구를 땅에 파묻는 일, 한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고 숨진 여학생을 그대로 방치한 채 도망가는 등 얘기만 들어도 몸서리가 처질 정도로 무섭고 끔직한 범죄를 청소년이 저질렀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최근 청소년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현상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범죄유형도 강도, 강간 등 흉포화 되고 있는 데다 지능화, 연소화 되고 있다는 사실에 사회의 특별한 관심과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그간 고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우리는 경제적 가치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우리의 청소년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지 못한 체 심한 혼돈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되었고, 그 결과 청소년들의 현실적 모습은 학원폭력과 각종 범죄의 폭증으로 나타나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청소년 범죄의 급증현상은 정신적으로 미숙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물질만능의 잘못된 사회풍조에서 충동적인 탈선이 범죄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생들이 범죄를 저지르면서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무분별한 행동에서 서슴없이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방화 추세에 밀려 청소년 범죄를 유발하는 음란, 폭력성향의 각종 유해매체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지 못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
그동안 청소년 범죄와 관련, 여러가지 대책이 나왔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기성세대의 무관심과 사회 전체의 실천의지 결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소년범 확대 여부를 논할 때, 처벌을 강화하면 범죄가 줄지 여부를 따지기 전에 음란·퇴폐문화와 성 개방 풍조에 따른 범죄가 늘고 있는 것을 느꼈음에도 청소년들의 탈선을 방관하다시피 하는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는 점을 깊이 뉘우치고 청소년을 올바르게 선도할 수 있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된다. 범죄를 일으킨 청소년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것에 급급하다 보니 시간이 지난 뒤 더 큰 문제를 야기 시킨다는 것을 예견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성인에 비해서 또래집단의 영향력이 훨씬 큰 시기이기에, 한번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 비슷한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높다. 죄의식 없이 행해지는 범죄는 더욱이 청소년들을 재범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으며 반사회성이 강화시키고 ‘사회적 낙인’만 찍힌 채 재범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
법무부 조사에 따르면 12세~20세 미만인 청소년범죄 중 재범률은 1998년 33.4%, 99년 36%, 2000년 35.4% 2001년 36.7%, 2002년 36. 2% 기록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범죄청소년 상당수가 재범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처벌 나이를 낮추는 법 개정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청소년 범죄를 낮추는 올바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일부 흉포한 범죄를 일으킨 청소년에게 소년범이라는 오명을 붙여 격리시키는 방법은 예방 노력에 최선을 다한 뒤에 써야 할 수단이다.
대전 북부경찰서 남세현 경위는 “실제로 청소년들의 범죄 재발률은 높습니다. 청소년들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범죄를 일으킨 데도 문제가 있지만 그것을 일깨워 주지 못하는 어른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습니다. 범죄를 일으킨 청소년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키지 않도록 전문가에 의한 상담과 토론 등 심리치료적 접근을 통해 청소년 잘못된 정체성을 개선하여 범죄 재발을 막는 치료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청소년 범죄는 처벌만으로 치유될 수 없으며 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 효과적으로 실행할 때 예방될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이고 교육적인 장기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대책마련 촉구
청소년들은 집단심리가 있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하고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그들과 같이 무슨 일을 계획하고 해냈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하여 옳고 그른 일에 대한 올바른 판단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그들이 모여서 과연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할까?
학교나 집 주변을 둘러보면 화려한 네온사인의 술집, 여관들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해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자라기만을 기대하는 것은 어른들의 욕심일 것이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조차 늘 ‘경쟁이 우선’이라고 교육하는 실정이다.
법무부 보호소년지도委 대전소년원 성낙원 회장은 “20여 년 동안 소년원 아이들을 지켜봐오면서 이 아이들이 재범을 막고 올바른 교화와 교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 했습니다”며 “아이들이 상처받은 부분을 보듬어 주고 영화, 연극, 컴퓨터 등 관심 있는 분야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흥미를 유발하고 다른 사람들과 동화되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적응력을 심어 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지도하고 있습니다.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그들의 심성까지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보살핌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감싸주면 얼마든지 좋은 쪽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한다.
가정, 학교, 지역사회, 대중매체가 노력해 성인들의 잘못된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고 가꾸며 건강하고 건전하게 자랄 수 있는 여건을 형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각종 사회단체나 교육기관에서의 학생들이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공간 마련과 이에 따른 프로그램마련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청소년들의 가치관과 윤리관 확립을 위해 학교에서의 인성교육 강화는 물론 가정과 사회가 공동의 책임의식을 갖고 청소년을 선도하는데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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