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PR의 시대이자 1인 매체의 시대, 대중은 영상의 주체
지난 3월 18일 야후 코리아에서 제공되는 UCC(야미)에 포르노 동영상이 올라와 물의를 빚었다. 이후 ‘야후 동영상’파문이 퍼지자 야후코리아 측은 19일 오전부터 야미의 동영상 업로딩을 무기한 중지하고, 아울러 UCC서비스 제공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2월 UCC 사이트를 통해 ‘여학생성추행동영상’이 유출 돼, 각 매체들은 이를 보도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것은 조작된 연출이었고 피해자 여학생은 가발을 쓴 남학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여중생들의 친구를 폭행하는 동영상, 마녀사냥으로 문제되었던 ‘개똥녀 사건’ 등 UCC의 사회적 문제점들이 점차 파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루 평균 2시간 이상을 PC앞에서 보내는 우리의 아이들은 음란물과 낚시꾼들에게 방치되어 잘못된 삶을 공유하며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UCC의 문제점들은 벌써 여러 차례 거론 된 바 있으나, 이에 대한 대책마련에는 관계 기관 및 기업들의 관심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기만과 위장이 유희처럼 번지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에서 젊은 남녀가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결혼식을 행했다. 현장에서 참관하던 한시민이 이른바 ‘가난한 결혼식’을 휴대폰으로 촬영, UCC를 이용해 인터넷에 올리자, 네티즌 사이에서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국민들의 여론이 형성, 일부 결혼업체·사회단체들이 이들의 결혼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지하철 커플의 결혼에 폭발적인 관심이 일어났고 축하와 격려의 갈채로 국민적 관심을 일으켰다. 한편 도시철도공사에서 도움을 주고자 이들을 찾기에 혈안이었고, 수십 명의 국민이 축의금을 내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철저하게 연출된 행동이었다. 이는 사라져가는 이웃들을 되돌아보게 하던 국민의 도덕심과 연민에 대한 배반이자 사기였던 것이다.
회사원 강씨(36)는 “지하철 남녀의 문제는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것이 사실입니다.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왜 지하철에서 결혼식을 행해야했는지도 모르지만, 현재 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고난 속에서 위대한 사랑이 성공하여, 사람들에게 용기와 귀감이 되길 원했던 순순한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격입니다”라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우리의 일상에서 혹은 트렌드를 쫒는 젊은이들과 사회집단은 동영상과 블로그 및 휴대전화 와 같은 영상장비를 이용해,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감독한다. 카메라는 이면에 숨겨져 있는 은밀한 욕망을 들추어내고, 허구를 통한 자기만족과 기업과 정치인들의 시의성에 맞는 자기홍보 및 라이벌 죽이기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연출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UCC는, 비밀스럽지만 공유하고 싶은 공간이며, 그간의 카메라의 권력을 대중이 갖게 되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과거 프로덕션에서 영상제작을 전문으로 하던 촬영감독 이씨(31)는 “현대 대중영상물제작은 새로운 기술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워낙 많은 일반대중들이 핸드폰·디카·캠코더 등을 이용한 개인영상물 제작에 익숙하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의 시스템을 고집하기에는 관객에 눈이 너무 높아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일들은 현실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과거 영상물제작은 영상장비가 크고 고가품이기에 일반인이 접하기 어렵고 전문가적인 성향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허나 기술의 발달과 생활의 윤택으로 인해 요즘은 일반인들이 영상제작은 물론, 편집프로그램인 프리미어·아비드·포토샾 등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있다. 자기PR의 시대이자, 1인 매체 시대, 이제 대중은 영상의 주제를 자신이 만들고 연출한다. 문제는 이러한 영상매체를 자주 접하고 쉽게 제작할 수 있게 되다보니, 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테마, 개인의 비밀스런 사생활까지 영상화되며, 이는 곧 소통의 공간인 인터넷을 통해 UCC로 이어져 호기심과 욕구에 따른 그릇된 문화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심의가 없는 성인 등급 물을 규제 없이 방송하는 것과 같으며, 비전문성·비도덕성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동영상 UCC’ 유행의 의미와 부작용
글을 통해서 정보나 생각을 전달하고자 할 때에는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의견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다보니 나름대로 정제된 용어와 표현방법을 사용해서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동영상의 경우에는 이러한 정제 과정이 글의 경우보다는 훨씬 약하다고 할 수 있으며, 특히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장을 앞뒤 맥락 없이 전달하게 될 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한 상원의원이 회의 중 졸고 있는 동영상을 유포시켜 결국 해당 의원이 낙선한 경우도 이러한 사례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배진아 교수(문화방송시청자평가위원·공주대학교영상광정보공학부)는 “일반적으로 글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적합하다면, 동영상은 감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더 적합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영상을 통해서 소통되는 메시지들은 정보 전달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토론의 성격을 지닌 것보다는 보고, 웃고, 즐기는 유희적 성격이 훨씬 강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동영상 UCC의 범람은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의 내용을 자칫 오락적이고 감각적인 것으로 치우치게 할 우려가 있어서 염려 됩니다”라고 말했다.
매체 중 영상은 가장 빠르고 쉽게 정보와 메시지를 커뮤니케이션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동영상의 속성은 다른 어떤 메시지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짧은 동영상 콘텐츠 하나가 어떤 글이나 사진보다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동영상의 속성을 악용하여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연출된 동영상 UCC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는 나아가 기업이나 정치권 등에 의해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제작된 동영상이 UCC를 가장하여 상업적 혹은 정치적 목적으로 오용될 경우 큰 부작용이 예상되기도 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특정한 의도를 가지로 조작되거나 연출된 UCC, 혹은 상업적(혹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제작되는 UCC의 유통과 관련하여 최소한의 규제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네티켓(netiquette) 교육의 필요성
UCC의 바른 정착을 위해서 가장 근본적으로 요구되는 일은 네티즌 스스로가 인터넷 매체의 속성,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본질과 효과 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터넷이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미디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배진아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서 유포된 개인의 창작물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어떻게 침해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혹은 기업)의 권리인 저작권을 침해할 우려는 없는지 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은 학교 정규 교과과정을 통해서, 혹은 다양한 사회 교육기관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피력했다.
미디어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주체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힘을 발휘하면서 인터넷에 의해서 매개된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주체는 이용자가 될 것이다. UCC의 유행은 ‘이용자가 주체가 되는’ 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주체로서 이용자들은 재치 있고, 의미 있는 UCC를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어떤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이고 나쁜 콘텐츠인지를 판단하고 걸러내는 안목을 함께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용자들이 UCC를 생산하고 수용하는 과정 모두에서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할 때 UCC에 의해서 매개되는 커뮤니케이션이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배진아 문화방송시청자평가위원·공주대학교영상광정보공학부 교수 인터뷰
“UCC, 새로운 관점의 신선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매력”
최근 들어 UCC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인터넷은 출발부터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공간이었으며, 이용자에 의해 콘텐츠 생산이 이루어진 것이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나 취미 생활 등과 관련하여 다양한 자료와 의견을 올리고 이를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는 ‘블로그’는 UCC가 소통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새삼스럽게 UCC라는 용어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는 미디어 기업들이 UCC의 상업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UCC를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콘텐츠로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UCC라는 용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인기몰이를 주도한 것이 네티즌들 자신이라기보다는 미디어 기업들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제작비를 전혀 들이지 않고 새로운 관점의 신선한 콘텐츠들을 다량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UCC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미디어 기업들은 인터넷상에 UCC가 유통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대가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UCC의 인기비결 두 번째는 바로 ‘동영상’ UCC의 등장이라고 판단된다. 이전까지 이용자(user)들에 의해서 생산된 콘텐츠는 주로 글과 사진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누구나 쉽게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면서 동영상 UCC가 급증하게 되었다. 동영상 콘텐츠는 이용자들에 의해서 제작된 기존의 다른 콘텐츠들보다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UCC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 UCC라는 단어는 글이나 사진으로 제작된 콘텐츠보다는 주로 동영상 콘텐츠를 지칭하는 용어로 이해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