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장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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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시장 공략법
  • 글/이현지 기자
  • 승인 2007.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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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채용, ‘면접의 진화’ 어디까지 가나
학벌 학점 보다 면접 중시…틀에 박힌 면접시험은 가라! 이색면접·질문 늘어
지난해 취업시장은 2005년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2006년 취업시장에서 ‘고(高)스펙 파괴현상’과 ‘열린 채용’은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혔다. 기업들이 학벌, 학점, 토익점수 등 계량화된 자료에 의존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 평가기능을 강화하며 고스펙은 서류 통과를 위한 기준으로만 활용했다. 또 면접비중이 커지며 합숙면접, 심층면접, 역량면접, 이색면접 등 면접 유형도 다양해졌다.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만 들여다보고, 개인의 신상명세만 묻던 단순한 면접은 이미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닥친 요즘 기업들도 알찬 인재를 뽑기 위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면접에 동원하고 있다.
‘뇌물이 들어오면 그대로 받겠는가’ ‘점심시간에 동료들이 모두 자장면을 시키는데 혼자 짬뽕을 먹고 싶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등 예측불허의 기상천외한 질문을 통해 개인의 인성을 평가하는 면접도 유행하고 있다. 이런 질문들은 대개 정답이 없기 때문에 지원자들을 더욱 당황하게 만든다. 또한 술이 취한 상태에서 면접자들의 진정한 내면을 살피기 위한 술자리 면접도 취업 준비생들이 대비해야 할 하나의 면접 형태로 자리 잡았다.
90년대 중반 일부 기업들이 이색 면접 형태로 도입해 최근 들어 다시 각광받고 있다. 술을 마시는 동안 분위기를 주도하는 능력, 동료와의 친화력, 예의범절 등 다양한 항목을 실시간평가하기 때문에 무조건 바른 자세로 술을 마셨다고 해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활용한 ‘인적 네트워크 평가’까지 등장했다.


다양한 전략·전술 면접에 동원
실제 우리은행은 지인들에게 면접자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응답비율과 시간을 측정하는 면접을 실시했다. 또 대한주택보증은 지난해부터 입사 1ㆍ2년차 선배들이 신입사원을 면접하는 이색 채용제도를 도입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도 도토리를 이용해 자신을 표현하는 ‘미니홈피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실시했다. 이와 함께 많은 기업들이 어학성적 제한 요소를 폐지하는 한편 회화능력을 더욱 엄격하게 평가했다. 교통안전공단과 산업은행, 신한은행 등은 토익점수가 없어도 서류전형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2002년 말 공채 때 860점(이공계는 800점)이었던 토익점수 기준을 작년 상반기 채용시 700점으로 낮췄다. 대신 기업들은 영어 프레젠테이션 등 실질적인 영어사용 능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경우 전공능력에 대한 평가가 강화됐다. 삼성전자, LG전자, KT, SKT, NHN 등 주요 IT 기업들은 신규인력 채용 시 구술면접, 필기ㆍ실기시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공능력을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국제적 수준의 엔지니어 자질을 갖춘 신입사원을 선발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부터 한국 공학교육인증원에서 인증을 받은 공학교육 프로그램 이수자를 우대했다.
KT는 IT 전공 관련 필기ㆍ실기시험과 함께 IT 논술평가도 치렀다. 중화권과 교류가 확대되면서 한자실력도 채용의 중요 요건으로 떠올랐다.
삼성은 한자능력시험 3급 이상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으며 금호아시아나그룹, SK그룹 등은 한자능력 우수자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다.
이 밖에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은 대졸 신입사원 채용 시 한자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영어 못지않게 한자능력도 변수
중국을 비롯 동남아 등 ‘한자권’ 국가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한자 능력도 채용 시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신입사원들의 한자 실력이 부족한데다, 중국과의 거래가 증가하고 있어 채용 시 한자 능력을 체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 삼성은 한자급수자격검정회, 한국어문학회, 한국외국어평가원, 한자교육진흥회의 4개 기관)의 한자능력자격 3급 이상 보유자는 직무적성검사(SSAT) 전형 시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도 채용 시 한자시험을 보고 있으며 한자시험은 50문항으로 3급 한자실력 수준으로 출제된다. 읽기와 쓰기 등 객관식ㆍ주관식이 혼합돼 있다.
현대중공업도 신입 채용 시 한자 필기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주관식, 객관식 문제가 주어진다. 한국전력공사도 직무종합능력평가 과정에서 상식의 한 부분으로 한자능력을 검증하고 있다.

여성채용 비율 높은 직종을 공략하라
기업들이 능력 있는 인재 유치를 위해 열린 채용을 진행하는 동시에 실력검증을 위한 시험강화에 나서면서 객관적인 실력이 우세한 여성인력의 채용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인크루트가 상장사 578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여성채용규모는 전체 채용인원(4만 2천 25명)의 27%인 1만 1천341명으로 나타났다. 여성채용비율이 50%를 넘는 여초 채용 기업도 17.8%(103개사)나 됐다.
아시아나 항공은 올해 채용인원 중 여성채용규모가 남성을 앞질렀다. 올해 여성채용비율이 55%에 달한 것. 이에 따라 전 직원 중 여직원 비율이 54.5%로 전년(52.5%)보다 2%P 늘어났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올해 신규 채용의 55%가량을 여성으로 뽑았고, 대교는 무려 80% 가량을 여성인력으로 충원했다. 국민은행의 여성채용비율도 50%가 넘었다.
여성 소비인구가 늘어나면서 ‘여심 (女心)’ 잡기에 나선 기업들이 ‘여성’인력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다, ‘여성채용목표제’ 실시기업의 확대,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 많은 서비스 직종의 일자리 확대추세가 이어져 내년 채용시장에도 여풍이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구직자들이라면, 여성채용비율이 높은 물류운송, 식음료, 유통무역업종이나, 외국계기업 채용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려보는 것이 좋다. 또 백화점, 쇼핑몰, 의류, 주방용품 관련업체 등도 여성채용이 많았다.

유비무환, ‘유형별 면접 공략법’
▲개별 면접 - 한 사람 이상의 면접관이 지원자 한 사람을 면접하는 '개별 면접'은 가장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면접 방식이다. 개별 면접에서는 대개 여러 명의 면접관을 상대해야 하다보니 주눅 들거나 긴장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면접 스터디를 구성해 자연스럽고 조리 있게 말하는 연습을 해두는 게 좋다.
▲집단 면접 - 한 사람 이상의 면접관이 한 사람 이상의 지원자를 동시에 평가하는 집단 면접에서는 지원자끼리 바로 비교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비슷한 내용이라도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세련되게 답변하는 게 좋다. 또 자신의 주장만을 펼칠 경우 조직 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으므로 다른 지원자들의 발언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프레젠테이션 면접 - 주제에 대해 면접관 앞에서 발표하는 형식으로 자신감과 일관성 있는 논리력, 발표력이 중요한 평가기준이 된다. 현장에서 프레젠테이션 주제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평소 시험 문제로 나올 만한 주제를 뽑아 미리 연습해 보는 게 좋다. 또 프레젠테이션 면접에서는 발표 내용 이상으로 말투나 시선처리, 자세 등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이색 면접 - 산행면접, 축구면접, 술자리면접, 압박면접 등 기업의 면접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술자리 면접 등 이색 면접에서는 밝고 긍정적인 평소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포인트다. 하지만 이색 면접 역시 시험인 만큼 편안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 게 필요하다. 물론 지나치게 긴장할 경우 자연스럽지 못한 행동으로 나쁜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특히 지원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질문을 쏟아내는 압박 면접의 경우에는 당황하지 않고 순발력 있게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당황하거나 지나치게 전문적으로 보이려 할수록 질문의 요지에서 어긋난 답변을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 기업 정해, 맞춤 준비해야
올 채용의 가장 큰 특징은 자사만의 채용방식을 개발해 진행하는 기업들이 늘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경향은 내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력, 전공, 연령 등과 같은 서류문턱을 낮추고 기업들이 직접 사람을 보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면접시간이나 면접 단계를 늘리고 면접방식도 천차만별이다. 또 면접 비중이 높아진 만큼 이색면접, 압박면접, 합숙면접, 프리젠테이션 면접 등과 같이 면접도 까다로워지고 심화됐다. STX는 지난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회장이 직접 나서 나흘 동안 무려 1천200여명의 지원자를 면접했다. A자형 인재를 추구하는 안철수 연구소는 지난해 공채부터 1박 2일 합숙 캠프를 통해 다차원 최종 면접을 실시하는 ´A-캠프´라는 이색 면접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SPC그룹 면접전형에서는 맛과 향 테스트를 실시했다. 식품업체인 만큼 제품 맛과 향을 제대로 알고 독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취업을 위해서는 목표 기업을 정해 그에 맞춰 ‘맞춤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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