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인 힘과 문화적인 힘을 겸비한 글로벌 현상
우리는 어린 시절 ‘마징가 제트, 독수리 오형제, 우주소년 아톰’을 동경하며 이들이 대한민국을 지켜줄 영웅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국적은 모두 일본이었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우리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유년시절 대부분을 일본만화에 열광하며 자랐고 동경의 한 부분을 일본만화 속 주인공들이 차지하고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의 일본만화는 과거처럼 아이들이 즐겨보는 영웅담만이 아니며 그에 따른 모방범죄 및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연령층을 떠나 ‘절대관람불가’가 있으며 아이·어른이던 간에 그 매력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기 힘들다. 그 어떠한 매체보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며 선정적인 아니메 속에 사회적 파장과 내적갈등이 숨어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예술적·심리학적 문화의 집합체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을 칭하는 일본과 해외의 통칭 어, 일본을 대표하는 하나의 대중문화)’는 대중문화의 하나이며 비주류 문화(저급)에서 점차 지적, 도전적 예술형식(고급문화)으로 인지되고 있다. 지금의 불안한 세계의 희망과 악몽을 표현하는데 실사영화 이상의 혼합장르이기도 하다. 자의적인 미학적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극히 예술적이고 심리적학적인 부분을 자극하는 테마와 양식을 갖는 하나의 문화형식인 것이다.
‘아니메’는 아이들 만화 ‘포켓몬’이며 동시에 최후의 심판 판타지를 그린 ‘아키라’와 정신분열스릴러 ‘퍼펙트블루’인 동시에 섹스와 사무라이 무용담이고, 진리를 논하는 학자의 언어일수 있다. 이는 로맨스·코미디·비극·모험·심리학적 탐구에 대한 함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극단적 심리묘사를 표현하는 ‘아니메’의 차별성은 시각적 요소들의 보편적·테마적·철학적 구조와 융합해 독특한 미적세계를 만들어내는 매체수단이며 더 자극적이고, 더 비극적이며 성적인 코드를 강조하는 복잡한 스토리를 갖추고 있다.
일본사회를 반영하는 거울
‘아니메’의 부상은 1960년대 세계적 수준의 일본영화산업이 하락하며 ‘역 함수적’ 관계로 나타났다. 실험정신의 애니메이터들이 성인취향의 복잡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마니아적인 극 구조를 창출해낸다. 1980년대 비디오의 보급으로 아니메는 더 발전해 나가며 일본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주제 및 소재의 폭이 매우 넓어 현 일본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인 동시에 그들의 이슈 및 꿈 그리고 악몽에 대한 일련의 통찰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를 토대로 1990년대에 일본에선 아니메가 진정 주류 대중문화로 자리매김 한다.
‘망가(일본 만화책)’는 일본 내에서는 그 인기와 영향력이 ‘아니메’보다 광범위하다. 주제의 다양성과 독창성 및 넓은 수용범위로 연간서적발행물 40%가 망가형식으로 일본만화는 완전한 성숙매체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일본문화의 역사 자체가 선정적이고 잔혹, 엽기, 악마, 귀신, 포르노 등. 기존의 문화내적인 갈등을 재창조함으로서 그들에게 자신만의 창조적 상상력의 영역을 탐험할 때, 이 거대한 문화적 자산을 참고하는 것은 분명하다.
마니아를 넘어선 문화적 폭력
'아니메'의 가장 큰 특징은 마니아를 넘어선 광적인 팬들을 양성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명 ‘오타쿠(은둔형 외톨이)’라는 경멸적인 말로 불리며 보수적인 일본사회에서 냉대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한 모방범죄가 늘고 있기 때문에 일본사회에서 한편으론 아니메와 망가를 사회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으며 대한민국 성년 대부분이 청소년시기에 일본만화를 즐겨봤으며, 현재의 청소년외의 성인도 이를 즐겨본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기정체성이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방대하나, 그에 따른 우리의 관심과 정책이 무성의하다는 것이다. 자유의지를 가지기 이전의 정신적 발달단계에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에 대한 통계에 따르면 가정·학교·또래집단·대중매체와 여가생활 등이 청소년 범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 범죄동기 중 ‘부주의 16.1%, 우발적 동기 27.5%, 호기심 6.2%, 유혹 1.1%, 보복 1.1%, 현실불만 0.7%’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대다수가 매체를 통한 모방심리의 테두리 안에 포함된다.
우리가 범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그가 인격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인격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타고난 특성과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환경적 특성에 있다. 즉 후천적 환경 ‘아니메’는 항상 범죄를 비롯한 폭력과 에로티즘을 다루고 있으며 문제는 이러한 ‘아니메’와 ‘망가’에 우리의 아이들은 항상 노출되어 있고 열광하는 점이다. ‘아니메’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이기에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쉽고 그에 따른 품행과 인격양성에 참고서가 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허나 문제는 관련기관 및 사회는 여전히 단순히 만화일 뿐 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며, 문화적 폭력일수 있는 일본만화에 대해 제대로 검열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니메'가 만화가 아닌 문화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수용자가 타당성을 갖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고, 사회에 득이 되는 문화를 제공받기 위한 관계기관의 노력과 제도가 필하다.
‘보편적 상상력에 의한 재현방식’
임청산 박사 대전국제만화연구소장·공주대학교 만화예술학부 교수 인터뷰
'아니메’는 ‘이데올로기적 봉쇄’에 저항하는 ‘탈 확신’의 문화라 할 수 있다. 원자폭탄, 주식시장붕괴, 이웃나라들과의 긴장관계, 교육시스템, 물질적자본주의의경쟁, 의식과 보편적 가치소멸 등 이런 약제들과 몽상은 그들의 어두운 일상을 대변하며 21세기 일본의 미래에 대한 깊은 불안감과 종말론적 분위기를 나타내며 현대사회를 비판적인 서사구조로 표현한다.
‘아니메’는 독특한 예술품이며, 일본을 뿌리를 두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면서, 미국시장에 맞게 수정되는 다른 수입미디어(서사·양식·속도·이미지·유머·다양한 문화적 발견)와는 달리 전혀 비타협적으로 ‘아니메’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아닌 미디어에 맞추어 문화가 성립된다. 특히 그 상황자체가 통한다는 것이며 수용자들의 입맛 맞추기를 거부한다.
‘아니메’는 초국가적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서 일본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수출과 문화의 홍보 및 다양한 상품으로 다중의 효과를 보고 있으며 그 문화적 힘 또한 엄청나다.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색다른 매력에 아니메 클럽 수는 세계적으로 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경제적, 문화적 변화가 일본의 또 다른 경쟁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우리가 일본애니메이션을 바로알고, 그에 대한 대책과 배울 점을 찾아내 한국애니메이션의 다발적 활성화에 대한 좋은 표본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