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진보진영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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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진보진영 비판
  • 글/김정숙 기자
  • 승인 2007.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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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논쟁’에 점화 당긴 노대통령, 속뜻은…
“한국은 진보진영만 사는 나라 아니다”에 정치권 들썩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진영을 강하게 비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논쟁화 되고 있는 참여정부에 대한 진보진영의 비판적 평가에 대한 반박을 한 것이라는 풀이다. 노 대통령은 2월17일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을 통해 “철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아주 필요한 일이지만 사상체계의 완결성을 신봉하거나, 현실을 사상과 논리체계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참여정부 때문에 진보진영이 망하게 생겼다고 원망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얘기이다”며 “진보진영 스스로 전체를 돌아봐야 할 일은 없을까”라고 반문했다. “참여정부에 진보적 정책이 없다는 비판도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동안에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맞지만 “그것은 과거 외환위기와 가계부도라는 경제적 위기에서 심화된 것이고 참여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한 국가 장기발전 계획인 ‘비전 2030’에 대해 “진보진영에서 얼마나 진지한 관심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며 “진보가 진보다우려면 미래문제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권언유착을 근절하는 등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한 후, “진보진영이 보기에는 이 모두가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참여정부가 진보진영의 비주류라서 실패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며 “참으로 놀라운 발견이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오래전 저는 어느 모임에서 진보진영의 학자 한 분에게 ‘나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라 대통령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했던 일이 있다”며 “지금은 참여정부를 매도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그 분은 그 때 ‘그럴 것’이라고 상당히 힘주어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 대통령은 “그런 제가 대통령이 되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어려운 처지의 저와 참여정부를 흔들고 깎아내리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저는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며, 그렇다고 한나라당이나 일부 정치언론이 말하는 그런 좌파도 아니다”며 “진보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이지만, 무슨 사상과 교리의 틀을 가지고 현실을 재단하는 태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비판 가운데엔 ‘진정성’이라는 말과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말까지 시비가 돼 있는데, 이것은 정말 엉뚱한 오해이다”고 했다. “청와대는 정권에 대한 평가에 대해 책임회피를 하자고 진정성이라는 말을 쓴 일은 없으며, 청와대가 진정성을 내세워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고 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다”는 설명이다.


노 대통령 “참여정부는 ‘유연한 진보’”
이어 노 대통령은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우스개 표현마저 심각한 논란이 되는 현실은 비극이다”며 “참여정부를 굳이 교조적인 이념의 틀에 가두어 놓고 두드리려는 의도로 한 쪽에서는 ‘좌파정부’라 비난하고, 한 쪽에서는 ‘신자유주의’라고 비난하는 상황이 못마땅하여, 이런 비판을 교조적 논리라고 비꼬아서 말한 것이다”고 밝혔다.
“진보가 달라지기를 희망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필요하면 그것이 신자유주의자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든 누구의 입에서 나온 것이든 채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며 “유럽의 진보진영은 진작부터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참여정부의 노선은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유연한 진보’라고 붙이고 싶다”며 “‘교조적 진보’에 대응하는 개념이라 생각하고 붙인 이름이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저 때문에 진보진영이 다음 정권을 놓치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밝힌 후, “지금 정권에 대한 지지가 다음 정권을 결정한다면, 지난번에도 정권은 한나라당에 넘어갔을 것이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다음정권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일도 없다”며 “대세를 잡고 있지 못한 지금의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다음 선거에서 민주 혹은 진보진영이 성공하고 안 하고는 스스로의 문제이고,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다음 정권에 대한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어 노 대통령은 “차라리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았더라면 진보진영이 행동하기 좋았을 것이라는 말도 있는 것 같다”며 “그것은 진보진영이 무엇을 잘하자는 것이 아니라 반사적 이익을 보자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민주세력 무능론’에 대한 반박도 이어갔다. “대단히 부당한 논리”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과거의 군사정권과 비교해서 무능하다는 것인지, 다른 나라 민주세력과 비교해서 무능하다는 것인지 기준을 알 수가 없다”며 “비록 민주화 이행과정에 있어서 갈등과 혼란이 적지 않았습니다만, 이것은 어느 나라고 할 것 없이 사회변동과정에서 있는 보편적 현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지도가 낮다고 하여 민주세력 무능론까지 대두되는 최근 상황을 보면서 마음이 무겁다”며 “저와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가 근거와 논거를 갖춰 이뤄지길 바라는 것과 같이, 민주세력의 공과 역시 시대적 요구를 중심으로 비교의 기준과 사실적 논거를 갖고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진영 발끈, 한나라당 불구경
야당은 노 대통령의 글에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여권은 공식 논평조차 내지 않은 채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모양새였다.
한나라당은 노대통령과 진보 진영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 정권은 유연한 진보가 아니라 무능한 좌파, 얼치기 진보였다”며 “좌파 세력과 얼치기 진보세력은 (국정 파탄의) 책임을 결코 면할 수 없다. 전체가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기준 대변인도 “서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 아우성인데 한가롭게 사상논쟁이나 벌이고 있다”며 “노대통령이 진보 진영을 비판한 것은 실패한 얼치기 좌파 정권의 무능과 국정 혼란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책임회피식 발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진보정당인 민노당은 ‘노대통령은 진보가 아니다’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성현 대표는 “문제는 경제발전이 아니라 경제평등에 있다”며 “가진자를 위한 개방과 경제논리에 발목 잡힌 대통령의 시각은 민주노동당이 가는 길과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민노당은 왜 대통령이 자꾸 자신을 진보라고 주장하는지를 이해 못 하겠다”며 “과거에 데모 몇 번 참가하고 이론서 몇 권 읽었다고 진보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FTA 반대 주장을 하는 노동자·농민을 구속시키는 사회에서 ‘너희(진보 진영)만 사는 나라냐’고 윽박지르는 것이 대통령이 할 소리인지 반문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은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노무현정부는 실패하지 않았다’고 주장함으로써 논쟁의 저변은 갑자기 확대되어 버렸다”며 “스스로를 유연한 진보로 자처하는데 대해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권은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진보도 변해야 한다’는 대통령 말씀의 취지는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통합신당추진모임의 대변인인 양형일 의원은 “우리 모임이 공개적으로 의사 표명하는 것은 자제하려 한다”면서도 “대통령은 진보가 진보다워야 한다고 말씀했는데 대통령이야말로 이제는 대통령다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진보 비판 의도는
노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진보진영의 ‘참여정부 실패론’, ‘민주세력 무능론’ 등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진보진영의 ‘비전 2030'’같은 장기적 국정과제에 대한 무관심과 함께 미군기지 이전,한·미 FTA(자유무역협정),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에 대한 반발 등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월19일 노 대통령의 기고문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진보진영 내부의 담론이 실제와 달리 해석되는 부분이 있어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자고 결심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이번 기고문은 이른바 ‘최장집-손호철-조희연’ 등 세 교수로 이어진 최근 진보진영 내 논쟁 확전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진보진영, 민주화세력 등 이른바 참여정부의 전통적 지지세력의 이탈을 막고 남은 임기 1년 동안 국정의 주도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기고문에 재비판이 있다면 다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면서도 “노대통령은 그래도 참여정부를 도와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메시지로 읽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번 글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어려운 처지의 저와 참여정부를 흔들고 깎아 내리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여 ‘지역주의가 별 문제 아니다’거나 ‘일부 언론권력, 정치언론의 횡포가 별 것 아니다’는 논리까지 나오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최장집 고려대 교수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한국 정치학계에서 진보적 흐름을 대표해온 최 교수는 지난해 9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참여정부는 무능력과 비개혁 때문에 실패했으며, 특단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으로 정권을 넘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지를 펴서 진보진영 내 논란을 촉발시켰다.
최 교수는 이후에도 여러 매체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폈고, 이에 최근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최 교수의 주장에 비판을 제기했고, 다시 손호철 서강대 교수가 최 교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등 진보진영 내 논쟁으로 이어졌다.

노 대통령과 진보진영 불화 배경
노 대통령의 진보세력 비판의 배경은 사실상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진보진영의 ‘무능’에 대해 비판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설명할 수 있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2004년 10월 계간 ‘아세아연구’ 가을호에서 “오늘의 민주정부(참여정부)는 이렇다 할 경제정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 민주화 이전 정부와의 차이를 실감하기 어렵다” 며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다. 최 교수의 이 같은 비판은 그해 말 열린 ‘고대출신 386 송년모임’ 등을 통해 계속 이어졌다.
최 교수는 이어 2005년9월 자신의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개정판을 출간하면서 후기를 통해 민주정부하에서 보통사람 들의 사회경제적 삶이 더 악화되고 공동체적 기반이 해체되고 있으며 시민성의 기초가 황폐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논쟁을 촉발시킨 것은 지난해 9월 최 교수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사실상 정치적 탄핵을 받았다”며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지지했던 세력과 노 정부를 구별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부터다.
최 교수는 당시 “민주화 운동세력의 무능력, 민주화 세력임을 자임하는 정치인들의 무능력이 오늘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낳고, 북핵 위기를 속수무책으로 맞고 있다”며 “정부가 실패 하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으면 교체되는 게 당연하다. 한나라당이라고 안 되고 하는 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한 정부의 한·미FTA 추진을 “국민의 동의 없는 과격한 개방 추진”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최 교수의 발언에 대해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인터넷 매체 ‘레디앙’에 최 교수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진보진영의 현정부 비판이 다극화하고 있다.
조 교수는 ‘지적의 올바름과 진단의 오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현 정부의 실패는 사회경제적 개혁을 보다 급진적으로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노 정부의 실패에 대한 원인 진단과 대책에서 최 교수와 견해를 달리했다. 조 교수는 특히 제도권 정치 바깥에 놓인 민중의 사회적 요구와 힘을 노무현 정부가 제대 로 수용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진보적 민중주의 노선이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손호철 서강대 교수가 재반박하면서 논쟁은 한층 격화됐다. 손 교수는 “사회적 양극화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라는 것을 민중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의 개혁세력이 신자유주의를 포기 하지 않는다면 연합·지지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 결과 정권이 넘어가도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진보진영에선 노무현 정부가 전반적으로 실패했다는 진단에서는 같으면서도 그 처방에서 한나라당의 집권 여부를 둘러싸 고 각자 견해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진영 학자들이 노 대 통령에게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은 전반적인 사회양극화 심화와 한·미FTA 강행을 비롯, 이라크 파병과 미군기지 평택 이전, 비정규직 관련 법안처리 등에서 노 정부의 정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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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북한이 달라는 대로 줘도 남는 장사”

설 연휴 전 이탈리아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 6자회담 합의와 관련해 “우리가 (6자회담에서 북한이) 달라는 대로 주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월15일 저녁(현지시간) 숙소 호텔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북핵 2.13 합의’에 대해 설명하면서 “북한은 어려운 상대지만 잘 달래서 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에) 자꾸 퍼준다고 비난을 많이 듣지만 전쟁 뒤 미국이 유럽에 막대한 원조를 해 그 이득을 가장 많이 본 나라가 또 미국이었다”며 “우리도 남북관계가 풀리고 북핵 때문에 중단됐지만 개성공단을 하고 있는데, 한 경제를 살려 나가면 미국의 마샬 플랜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6자회담에서 중유 제공을 요구 했을때 “국내에서는 한국이 몽땅 부담을 뒤집어쓸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고 미리 예단해서 비판적인 기사도 많이 있었다”며 “협상하는 사람한테 ‘그거 다 달라는 대로 주고 와라’고 말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우리가 다 주더라도, 다 부담하더라도 이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결국은 그래도 남는 장사’라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그렇게 되더라도 제발 깨지만 말아 달라’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다행히 이 사람들이 잘해줘서 그 말을 입 밖으로 할 필요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향후 북핵 문제 향방과 관련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쪽”이라면서 “우린 그렇지 않으면 일을 못한다. 북핵문제가 해결되어 가면 어느 단계에 이르면 남북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일을 할 것”이라며 “지금은 정전상태로, 전쟁을 끝내고 앞으로 남북간 평화적 협력을 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북핵문제가 해결되면서 어느 단계에 이르면 남북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일을 할 것”이라며 “이 일을 하자는 합의가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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