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기간 단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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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기간 단축 논란
  • 글/신혜영 기자
  • 승인 2007.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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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각 팽팽한 군 복무단축 논란, 그 로드맵은
군 복무 18개월로 점진적 축소, 전, 의경 등 전환복무제도를 단계적 폐지

올 12월 17대 대선을 앞둔 시점에 모병제 및 군 복무단축 주장이 뜨거운 논란거리로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는 2020년 육군은 현행 24개월에서 18개월로 6개월을 단축한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병력 68만명에서 50만명으로 줄인다는 군축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지난 2월5일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군 복무기간을 내년부터 8년간 단계적으로 6개월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반도 주변정세와 북핵문제 등 안보상황을 고려해야한다는 반대의견과 청년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 차원에서 군 복무기간 단축을 진행해야 한다는 찬성의견이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12월21일 민주평통자문회의에 참석한 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국방개혁 2020’을 설명하며 “돈이 특별히 더 드는 것 없다”며 “병력을 50만명으로 줄인다”고 군축계획을 밝혔다. 이튿날인 22일 청와대는 “군 복무기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 1월5일 ‘병역자원 연구기획단’은 현역군인의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한편, 유급 지원병제 등을 담은 ‘병역제도 개선방안’을 청와대와 국방부 등에 보고했다.
그리고 지난 2월5일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병역제도 개선과 관련, “군 복무기간을 전역자를 기준으로 내년 1월부터 오는 2016년2월까지 8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6개월까지 단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14년7월 입대재부터는 6개월 줄어 육군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로 줄게 된다.
김장수 장관은 이날 정부 중앙청사에서 가진 ‘비전 2030 인적자원활용 2년 빨리 5년 더 일하는 전략’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이번 병역제도 개선은 국가의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국방개혁의 성공적인 완수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군 복무기간 어떻게 바뀌나
현재 우리나라의 군 복무기간은 육군 24개월, 해군 26개월, 공군 27개월로 정부는 군 복무기간 단축을 위해 앞으로 입대자들의 복무기간을 내년부터 매년 한두 달 정도씩 줄이고 현재 군에 있는 병사들의 복무기간도 몇 주씩 줄여줄 방침이다.
정부는 총병력 50만명 선을 유지하되 첨단 국군으로의 전환을 위해 이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유급지원병제도도 도입된다. 유급지원병제도는 복무기간 단축 조치와 병행해 사병 복무기간을 마친 자원을 대상을 일정액의 급여를 주고 1년간 재복무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2008년부터 시범 실시해 2011~2020년 2만여명의 규모로 운영하는 유급지원병의 연봉은 대학 1년 등록금 또는 초대졸 초임, 하사 1호봉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에 한국국방연구원 정주성 책임연구위원은 “병 복무 단축으로 문제가 되는 직위 중 부사관으로 꼭 대체가 필요한 직위를 제외하고는 유급지원병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전차, 자주포, 천마 조종수 등은 부사관으로 대체하고 분대장 요원 및 기술분야 특기는 유급지원병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전투경찰이나 의무소방대원, 경비교도대원 등으로 복무했던 이른바 전환복무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현역자원을 늘리고 사회복무제 확대시행 방안 등 병역자원 연구기획단은 이 같은 병역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전환복무제 폐지는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병력자원 수급의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추진된다. 지난해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현역 대상자들 가운데 전투경찰과 의무소방대, 경비교도대원 등으로 차출한 인원은 전투경찰 8,500명, 의무경찰 1만2,500명, 해양경찰 1,400명, 경비교도 1,300명, 의무소방 400명 등 3만9,678명에 이른다.
정부 관계자는 “신체검사 1~2급이 전환복무로 우선 차출돼 우수 현역자원 수급에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어 단계적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우수 현역자원을 수급하고 입영하는 현역자원의 질적 측면을 고려할 때 전환복무제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환복무제 폐지에 따른 막대한 인력예산 증액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필요 인력을 직접 고용해야 하며, 순경 2만명을 추가로 채용하면 해마다 4,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더 들 것으로 기획예산처는 보고 있다. 또 산업기능요원과 공익근무요원, 전문연구요원, 공중보건의 등 현재 10만5,159명에 이르는 대체복무제도 폐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사회복무제가 도입된다.
정부 관계자는 “징집의 형평성 차원에서 공익근무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대체복무제도는 폐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 복무단축 놓고 찬반 의견 봇물
이에 한나라당은 “재집권을 위한 인기 영합적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유기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즉흥적 발상인가”라며 “청와대가 복무기간 단축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힌 점에 대해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병역제도에 관한 것을 밀실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리의 안보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말만 쏟아내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번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 현재 무엇을 검토 중에 있는지 공개하고 발언에 대해 사과할 것을 촉구 한다”고 밝혔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1월16일 군 복무기간 단축방향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강봉균 정책위의장, 김성곤 국방위원장, 병역자원연구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강광석 병무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당정간담회를 열어 복무기간 단축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인 단축기간 추후 당정협의를 통해 확정키로 했다. 강 정책위원장은 68여만명의 현 병력 가운데 2020년까지 18만명을 줄여 50만명선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에 따라 정부는 자동적으로 복무기간 단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설명하며 정부가 제시한 군 복무기간 단축 안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책위 관계자는 “정부는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복무기간을 일시에 18개월로 줄이는 것은 병력 수급상황과 국가재정 부담 등을 감안할 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당정협의 등을 통해 단축 기간 등을 면밀히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세직 제향군인회장은 군 복무기간의 6개월 단축과 관련해 “북한군의 병력은 120만명으로 우리 군의 60만명에 비해 2배에 이르며, 복무기간도 북한은 7~10년으로 우리 군의 3~5배에 달한다”라며 “군 복무기간 단축은 결국 일방적인 병력의 감축으로 이어지고 전투수행능력 또한 반감된다고 볼 때 적어도 지금은 군 복무단축을 논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네티즌 68% “군 복무 24개월이 적당”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와 관련, 네티즌 2명 중 1명은 군 복무기간으로 24개월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3일부터 10일까지 검색 포털 엠파스가 ‘군 복무기간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참여자 263명 중 179명인 68%가 24개월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반면 6개월 단축된 18개월이 적당하다고 답한 네티즌은 84명으로 32%를 차지했다.
‘direct86’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은 “젊은이들이 자기 발전에 힘써야 할 나이에 군에서 시간을 오래 보낸다면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첨단 장비를 도입해 국방력을 높이고 군 복무기간은 단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chunmoo’는 복무기간이 이미 36개월에서 24개월로 많이 짧아진 상태고 경험상 최소 2년은 지나야 군 생활에 숙달이 되기 때문에 국방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복무기간 단축에 반대 한다“고 말했다.
‘koolgreen’을 쓰는 네티즌은 “가장 적절한 기간은 1년에서 1년6개월이라고 보지만 현실적으로 한반도가 안보 위협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복무기간을 2년 이하로 줄이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대답했다.
한편, ‘ikkr01’는 “군대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할 만한 곳이라고 말하지만 면제된 사람들을 신의 아들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가기 싫은 곳”이라면서 “우리나라도 아예 모병제를 실시한다면 전투력도 훨씬 좋아질 것이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 점진적으로 시행할 것
지난 1월29일 노 대통령은 경기도에 위치한 승진부대와 맹호부대의 군 병영문화 개선현장을 방문해 “전체 한국의 청년 인적자원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군 복무제도의 변경은 꼭 필요하다”며 “학제와 더불어 아주 길게 점진적으로 개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군 복무제도와 더불어 학제개편, 사회복지 봉사복무 도입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청년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불신과 불만이 없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노 대통령은 “당장 여러분에게 큰 혜택이 없어 미안하지만, 전체적으로 군 복무 제도가 매우 합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언론에서 군 복무기간 단축을 포함한 정부의 ‘병역제도 개선’ 검토를 두고 ‘대선용’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비전 2030’의 핵심과제인 ‘청년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에서 출발하고 있다”며 ‘선진 정예강군 육성’과 ‘병역의무의 사회적 형평성’을 목표로 2년여 동안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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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보직 이색 진화
신세대 장병들의 보직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지난해 7월 피아노병으로 입대한 것을 비롯해 오는 6월 마술병으로 해군에 입대하는 신세대 마술사 이은결 등 이색 군 보직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은결이 소속될 해군홍보단에는 지난 2005년6월 입대한 전창우를 비롯해 이미 3명의 마술병이 복무하고 있다.
해군은 마술이 인기 문화 트렌드로 떠오른 점에 착안해 마술병과를 뽑기 시작했다. 마술병들은 배를 타고 백령도나 대청도, 흑산도 등지에서 공연을 펼치다가 육지에 올라오면 사회 시설을 찾아다니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해군홍보단에는 이외에도 해외 홍보활동에서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사물놀이병, 이루마와 같은 피아노병, 아나운서병, MC병, 개그맨병 등 30여명의 ‘연예병’들이 활동하고 있다.
게임병도 눈에 띄는 신세대 장병들의 보직. 공군에는 워게임 시뮬레이션 등을 수행하는 전산병이 복무하고 있다. 이들이 이른바 ‘게임병’이다. 지난해 10월 임요환이 입대하면서 화제가 됐다. 현재 임요환을 포함한 5명의 병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부터 프로리그나 스타리그 등 다양한 e스포츠 대회에 ‘대한민국 공군게임단’의 일원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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