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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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타결
  • 글/ 이현지 기자
  • 승인 2007.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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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표류 끝에 북핵 6자회담 타결 ‘행동 대 행동’
핵 폐기 이행조치와 보상 수준 간 균형점, 5개국의 부담 방식이 최대 쟁점
북한 핵문제 해결을 6자회담이 3년 여 간의 표류 끝에 타결됐다. 남·북한과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은 지난 2월13일 중국 베이징에서 5차 6자회담을 열고,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다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최대 중유 100만t 상당의 경제 및 에너지 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이 북한에 제공할 보상조치는 중유 가치로 환산한 중유와 식량, 전력 등 지원 품목을 다양화하고 부담액을 똑같이 나누기로 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또 북미 수교, 북일 수교, 에너지·경제 지원 등을 협의하기 위해 5개의 실무그룹을 앞으로 60일 이내에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취해야 할 초기조치와 이에 대응하는 5개국의 보상조치를 골자로 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북한에 대해 60일 이내에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한국 등 관련국들은 이에 대한 보상조치로 중유 5만t을 같은 기간 중 북한에 제공하도록 했다.
또 같은 기간에 지난 2003년 1월 추방됐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이 복귀하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불능화’하는 조치를 취하면 나머지 5개국은 중유 100만 톤 상당의 경제·에너지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한 상황에서 나온데다 확실한 핵폐기를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핵동결 대가로 중유 50만t 지원을 가능케 했던 제네바 합의보다 높은 수준의 합의로 평가했다.

험난하기만 했던 ‘마라톤 협상’
2ㆍ13 합의’는 6개국 간에 장장 14시간의 험난한 막판 협상 끝에 도출됐다. 12일 오전 10시30분부터 13일 오전 2시30분까지 이어진 마라톤협상에 대해 중국 신화통신은 6자회담 사상 처음으로 날짜를 변경하면서 진행된 최장의 담판이었다고 전했다. 협상은 난상토론 그 자체였다. 핵 폐기 조치만 논의한 것이 아니고 경제적 보상조치도 동시에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북미 간 대립은 물론, 나머지 5개국간 갈등도 극심했다. 북한을 고리로 하는 다양한 양자접촉과 북한을 제외한 5자 사이의 양자ㆍ3자 접촉이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역시 “접촉이 하도 많아 일일이 기억하지 못 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대 쟁점은 북한의 핵 폐기 이행조치와 보상 수준 간 균형점, 5개국의 부담 방식 등 두 가지였다. 두 현안은 관련국 간 격론이 최고조에 달한 12일 밤 12시를 전후로 그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중유 200만톤 지원을 요구한 북한은 숫자를 낮추기 시작해 한미가 제의한 50만톤 ‘+알파’에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3가지 정도의 대안을 제시해 사실상 지원량을 거중 조정했다고 한다. 북한을 제외한 5자 간 부담원칙은 북미 협상만큼이나 조율이 어려운 난제였다. 균등 분담 원칙을 고수한 한국, 납치문제 해결 전 참가 보류 입장을 밝힌 일본, 다른 분야의 지원과 연계하려는 러시아간 대립이 극심했다. 이 와중에 한국이 대북 지원 부담에 관한 합의의사록 초안 작성을 맡게 된 것이 결정적 성공 요인이었다.
일ㆍ러는 여러 차례 물타기 시도를 했지만 천 본부장은 초안 작성자의 이점을 십분 활용, 원칙을 관철했다. 다만 납치자 문제로 정치적 환경이 어려운 일본의 처지를 감안해 합의의사록은 일본을 제외한 한ㆍ미ㆍ중ㆍ러 4개국 제안 형식으로 작성됐고, 일본은 북일 납치자 문제가 다뤄지는 대로 참여하기로 했다.
한편 북한이 요구한 전력 200만㎾에 대해 북한은 물론, 일부 참가국들마저 한국의 지원을 기대하자 한국 측은 “과거 한국의 ‘200만㎾ 전력 지원’ 제의는 비핵화가 이뤄진 뒤 에너지 지원차원으로 이뤄진 것으로 핵 폐기 초기 단계인 지금 상황과는 전혀 다른 맥락”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나라 빅3, 6자회담 타결 ‘견해차’
한나라당 대선주자 ‘빅3’는 2월13일 북한 핵폐기의 초기 이행조치와 중유제공 등 상응조치를 골자로 한 베이징(北京) 6자회담 타결 소식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미묘한 견해차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선 북핵 폐기를 거듭 강조하면서 ‘신중론’을 내놓은 반면 최근 햇볕정책 계승론을 내놓고 있는 손 전 지사는 절대적인 환영 입장을 밝힌 것.
미국을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가진 초청 강연에서 6자회담 타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고 짧게 언급한 뒤 “북핵은 동결이 아니라 완전 폐기돼야 하며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 문제(북핵 폐기)가 해결되면 남북한 공동발전을 추구할 한다. 핵문제 해결을 대북정책의 최우선에 둘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시장도 이날 6자회담 타결 소식을 접한 뒤 “환영 할만하다”면서도 “이번 합의는 우리의 목표를 향한 초보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며 비교적 유보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우리의 최종 목표는 북한 핵을 완전히 폐기하고 나아가 북한을 자발적으로 국제사회에 개방시키는 것”이라며 ‘핵 동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에 비해 손 전 지사는 논평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포용 기조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을 이번 6자회담 결과에서 분명히 확인했다”면서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6자회담 합의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로 들어가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하고 북한이 개혁. 개방의 큰 길로 나아가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길 간절히 희망 한다”는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부진했던 대북사업 탄력 받을 듯
북핵 문제가 6자 회담을 통해 극적 타결됨에 따라 그 동안 한국경제를 짓눌러온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그간 존폐기로에 놓였던 개성공단사업과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제협력 사업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을 통해 채택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불안 요인을 확대시켜 경제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계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북핵문제 타결이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한 외국인들의 투자를 확대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며, 특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남북경협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한국경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했던 북핵 문제의 돌파구가 마련됨에 따라 우리 기업의 대북투자 및 외국인의 한국투자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기대감은 증시에도 반영됐다. 최종 타결 발표 전에 마감된 코스피(KOSPI) 지수는 전날보다 4.15포인트 오른 1418.44로 장을 마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 타결은 국내 증시의 해묵은 ‘컨트리 리스크’를 일정 부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실적 부진과 수급정체 등으로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증시에 단기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6자 회담 타결이 현재 증시의 방향을 강하게 이끌 만한 모멘텀은 되지 못할 것으로 지적했다. 오히려 미국의 긴축 가능성과 이로 인한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 등의 수급악화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각종 대북사업 숨통〓지난해 북핵 위기가 터지면서 치명타를 입었던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사업은 이번 6자회담 합의로 향후 관련 사업이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아산은 지난해 금강산 관광객 4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했다가 북측의 핵실험으로 1일 80명 수준까지 급감해 24만 명을 채우는데 그쳤지만, 올해 내금강 관광과 금강산 골프장 개장 등을 통해 40만 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존폐 기로에 섰던 개성공단 사업에도 햇빛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진행됐으나, 북핵문제로 답보상태에 놓여 있던 남북간 통신망 구축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는 이날 북핵 타결을 환영하며, “개성공단 입주기업 모두가 가장 애타게 기다렸던 소식”이라며 “이번 6자회담 합의로 개성공단에 대한 안팎의 불안감이나 의혹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사업 시행 주체인 한국토지공사는 현재 75만평가운데 10만평에 머물고 있는 토지분양을 다음 달부터 재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유업계도 이번 북핵 타결의 내용 가운데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신규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2·13 합의문 전문
1. 참가국들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상호 조율된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2. 참가국들은 초기 단계에 다음과 같은 조치를 병렬적으로 취하기로 합의했다.
- 북한은 궁극적인 포기를 목적으로, 재처리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IAEA와의 합의에 따라 모든 필요한 감시 및 검증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IAEA 요원을 복귀토록 초청한다.
- 북한은 공동성명에 따라 포기하도록 돼 있는 사용 후 핵 연료봉으로부터 추출된 플루토 늄을 포함한 공동성명에 명기된 모든 핵 프로그램의 목록을 여타 참가국들과 협의한다.
- 북한과 미국은 양자 간 현안을 해결하고 전면적 외교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양자대화를 개시한다.
- 북한과 일본은 불행한 과거와 미결 관심사안의 해결을 기반으로 평양선언에 따라 양국 관계 정상화를 취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양자대화를 개시한다.
- 참가국들은 북한에 대한 경제, 에너지, 인도적 지원에 협력키로 합의했다.
(참가국들은 초기단계에 북한에 긴급 에너지 지원을 제공한다. 중유 5만t 상당의 긴급 에너지 지원의 최초 운송은 60일 이내 개시된다. 상기 조치가 향후 60일 이내 이행되며, 이런 목표를 향해 향후 조율된 조치를 취한다.)
3. 참가국들은 초기 조치를 이행하고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을 목표로 다음과 같은 실무그룹을 설치한다.
-①한반도 비핵화 ②미·북 관계 정상화 ③일·북 관계정상화 ④경제 및 에너지 협력 ⑤동북아 평화·안보 체제(원칙적으로 한 실무그룹의 진전은 다른 실무그룹의 진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4. 초기 조치 기간 및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흑연감속로 및 재처리시설을 포함하는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의 불능화를 포함하는 다음 단계 기간 중, 북한에 최초 선적분인 중유 5만t 상당의 지원을 포함한 중유 100만t 상당을 지원한다.
5. 초기 조치가 이행되는 대로 6자는 공동성명 이행을 확인하고 동북아 안보협력 증진방안 모색을 위한 장관급 회담을 신속하게 개최한다.
6.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갖는다.
7. 6차 6자회담을 3월19일에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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