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까지 번진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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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까지 번진 ‘미투’
  • 홍승표 기자
  • 승인 2019.01.3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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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석희-신유용 “코치로부터 폭행과 성폭행 당했다” 폭로
- 대한체육회, 대책 마련과 대국민 사과…여론은 ‘싸늘’

(시사매거진250호=홍승표 기자) 2019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충격적인 소식이 터졌다. ‘쇼트트랙 스타’ 심석희와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가 코치로부터 폭행과 더불어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들의 충격적인 폭로로 국민들은 분노했고 정치권 또한 동참하며 ‘폭력 방지 법안’ 마련에 골똘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사과문과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스포츠계까지 번져버린 ‘미투’.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여야는 1월 10일 국회에서 합동으로 성폭력 및 폭력 가해 지도자 영구 자격 박탈 등이 담긴 운동선수 보호법을 발의했다. 사진은 법안 발의에 관해 여야 의원들이 기자 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_뉴시스)

심석희 “조 전 코치로부터 폭행뿐만 아닌 성폭행도 당했다” 폭로 

‘여자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22)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폭행뿐만 아닌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심석희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 조 전 코치로부터 폭행을 상습적으로 당한 전황이 만연히 공개된 상황이었다. 또한 심석희 외에 다른 선수 3명도 폭행을 당했다는 진실이 드러났고 결국 조 전 코치는 지난 해 9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 전 코치는 1심 판결에 항소했고 지난해 12월 항소심이 열렸다. 그러나 법정 증언대에 선 심석희는 눈물을 삼키며 “조 전 코치로부터 초등학교 시절부터 폭행을 당했다. 폭행의 강도는 점점 심해졌고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추가 폭행 사실을 밝혔다.

이어 심석희는 1월 8일 조 전 코치로부터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것을 폭로했다. 심석희는 한 방송사의 보도를 통해 2014년부터 평창올림픽 직전 까지 4년동안 조 전 코치에게 강제 추행은 물론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 했다.

조 전 코치는 성폭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미 장기간 폭행에 대한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데다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국민들의 공분은 물론 빙상계를 넘어 국내 스포츠계의 ‘적폐’를 청산 해야 되는 과제가 무엇보다 시급해진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심석희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폭행뿐만이 아닌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폭로하며 체육계와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법정에 출석하는 조 전 코치. (사진_뉴시스)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신유용 씨도 ‘미투’ 선언 

심석희 사건에 이어 1월 14일에는 유도계에까지 충격적인 소식이 나왔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유망주였던 전 유도선수 신유용(24)씨가 고등학교 시절 지도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신 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선고등학교 재학시절인 지난 2011년 여름부터 2015년까지 소속 유도부의 코치인 A씨로부터 약 20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훈련 시 수차례에 걸쳐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신 씨의 주장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숙소로 신 씨를 불러 성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사실을 말하면 유도계를 떠나야 한다” 등의 협박을 했고 신 씨는 어쩔 수 없이 이후 A씨가 부를 때마다 순순히 응해야 했다. 또한 신 씨는 고교 당시 한 대회에서 성적이 나오지 않자 A씨로부터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산부인과 진료를 강요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A씨가 “아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이유로 500만 원으로 회유를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신 씨는 지난해 3월 A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상태며, ‘미투’ 선언을 한 이유에 대해 “심석희 선수의 공론화에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체육계 적폐 뿌리뽑기’ 동참 

심석희와 신유용이 연달아 ‘미투’ 선언을 하면서 관련단체와 시민단체 등도 ‘체육계 적폐 뿌리뽑기’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심석희의 폭로 다음날인 1월 9일 성명문을 내고 빙상계 적폐 뿌리뽑기에 동참할 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특히 성명문에서 젊은빙상인연대는 “심석희 선수 이외에 추가 피해자가 더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심석희 선수의 용기있는 행동을 지지한다”며 "그동안 꾸준히 빙상계의 고질적인 병폐와 비위를 조사해 왔다. 조사 결과 심석희 선수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도 빙상계 실세들에게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에 시달려 온 사실을 알게 됐다"고 폭로했다. 더불어, 수뇌부, 정치인과 언론인, 가해자들을 향해 비판을 가하고 집행부를 후원하는 세력을 공개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정부에 “스포츠를 사유화하려는 일부 정치인과 빙상계를 ‘동토의 왕국’으로 만드려는 빙상 적폐들, 그 후원군들의 준동을 막아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어 1월 10일 젊은빙상인연대는 스포츠문화연구소, 문화연대, 한국 여성단체연합, 민변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사건을 방조하는 체육계에 쓴 소리를 외치며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등을 촉구했다. 젊은 빙상인연대 여준형 대표와 관계자들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철저한 진상규 명과 처벌·재발방지 대책 마련, 독립·외부기관이 주도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 전수조사 실시, 대한체육회 등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성폭력 문제를 방관·방조한 책임자 사퇴, 실효성 없는 감사와 조사 및 신고체계 개혁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참가한 단체들은 추후 체육계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체육계 성폭력 등 ‘적폐 뿌리뽑기’를 위해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1월 10일 국회에서 합동으로 성폭력 및 폭력 가해 지도자 영구 자격 박탈 등이 담긴 운동선수 보호법을 발의했다. 사진은 법안 발의에 관해 여야 의원들이 기자 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_뉴시스)

정치권의 한 목소리 “강력히 대처해야” 

‘스포츠계 미투’에 정치권도 피해 선수에게 격려와 더불어 관련기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최고위원은 “참혹한 피해와 고통을 견딘 심석희 선수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감사하다"며 "문체부는 성폭력 등의 근절을 위한 독립기구를 설치하고, 빙상연맹 등은 가해코치의 반복된 가해에 책임은 물론, 이런 범죄가 끔찍한 관행이 아니었는지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당도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를 외쳤다. 자유한국당은 “심석희 선수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정부와 대한체육회, 체육회 전체가 나서서 문제가 반복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바른미래당은 “철저한 조사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며 “피해자가 적극 진술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책임 있는 분위기와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외쳤다.

민주평화당은 “어린 시절부터 훈련하는 체육계 특성상 폭행 자행은 교육과 인권의 문제로 간주돼야 한다”며 “관계 당국과 체육계 모두가 나서 인권과 교육 차원에 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으며 정의당은 “여성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피해 선수와 함께 아파하고 분노하며 위로와 같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는 1월 10일 국회에서 합동으로 '운동선수 보호법' 발의에 관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은 해당 가해 지도자에 대한 영구 자격 박탈, 의무 성폭행 및 폭행 예방 교육, 윤리센터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표하고 정부와 관련기관에 대해 확실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고조된 국민들의 분노…“비상식적인 일 없어져야” 

국민들은 안타까움과 분노 섞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조재범 전 코치의 엄벌을 촉구한다는 청원이 26만이 넘는 동의를 받을 정도로 국민들의 체육계에 대한 분노는 고조된 상태다. 직접 만나본 국민들도 반응이 이구동성이었다. 서울에 사는 정모(32, 남)씨는 “심석희 선수와 신유용 씨의 용기가 스포츠 적폐를 청산하는 데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며 “갑질과 추태, 비상식적인 일이 없는 깨끗한 스포츠계가 되도록 집행부에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주부 김모(48, 여)는 “선수들이 자기 자식이라고 생각했을 때 비상식적인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라며 “해당 지도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월 15일 대한체육회 이사회 전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각종 가혹행위 및 성폭력 근절 실행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기흥 회장이 국민들을 향해 고개숙여 사과하는 모습 (사진_뉴시스)

대한체육회, 근절 대책 발표… 여론 반응은 ‘싸늘’ 

대한체육회는 1월 15일 각종 비위의 근절 등 체육계의 환골탈태를 위한 각종 가혹행위 및 성폭력 근절 실행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이기흥 대한 체육회장은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수립한 대책에 대해 설명했다. 이 회장은 “국민 여러분과 정부, 기업인, 선수들과 체육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가해자들의 영구제명은 물론 국내외 취업을 차단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구조적 개선방안과 성폭력 조사 및 교육을 전문 기관에 위탁해 실시토록 하겠다. 또 성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한체육회가 대책을 내놓고 정치권에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속속들이 발의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한 상황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대한체육회의 대책에 대해 ‘미봉책’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쓴 소리를 내고 있다. 근본적인 뿌리를 제거하지 않고 일이 터지고 난 후 대책 마련에 급급한 모습에 국민들은 지쳐버린 상황이다. 이번에 터진 ‘스포츠계 미투’도 마찬 가지다. 지금도 스포츠계 곳곳에 보이지 않는 피해 사례가 수두룩하게 잠재돼 있을 것이다. 숨어있는 피해자들의 용기도 매우 중요하지만 ‘제 식구 감싸기’ 및 시간이 지나서 가해자가 다시 지도자로 소리소문 없이 돌아오는 ‘눈 가리고 아웅’ 등의 잘못된 관행을 완전 제거하고, 시민단체 또는 공익단체의 지속적인 감시체계와 가해자에 대해서는 관용없는 강경한 조치 및 피해 선수들의 신고 창구를 인권단체와 연계해 확대하는 등의 확실한 예방 대안이 마련됐을 때 더 이상 이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터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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