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 250호=박희윤 기자] 지난달 15일 SBS는 손혜원 국회의원과 관련된 투기 의혹을 보도했다. 문화재청을 감사하는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이었던 손 의원이 가족이나 보좌관, 재단 등 주변 인물들에게 대부분 목포 구도심이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에 순차적으로 건물을 사들이 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손 의원 본인 이름으로는 하나도 산 게 없다지만, 조카와 보좌관 가족, 남편의 문화재단 등이 문화재 거리 안에 있는 건물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이라고 했다. 그 후 논란이 계속 이어졌고, 손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지역 주택, 토지 매입이 구도심 재생 및 보존 차원에서 본인을 비롯 지인들이 직접 나선 것이라는 해명을 했다. 그러나 그 후 또 다른 의혹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교체 의혹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나전칠기 미술품 구입을 종용하자 이에 반발했던 학예 연구실장 A씨가 전격 교체됐다는 증언이 지난달 21일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복수의 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는 보도가 발표되었다. 이 후 국정감사에서 손 의원이 특정 장인을 실명으로 극찬하며 나전칠기 현 대 공예품 구입을 다시 거론하자 박물관 실무자들이 장인들과 접촉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고 함께 발표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재작년 7월 부임한 직후부 터 “나전칠기를 비롯한 현대 공예 미술품을 구입하라”는 주문을 직원들에 게 수차례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임 학예연구실장 A 씨는 국립 중앙박물관이 본래 고고학·역사학·미술사 연구와 전시를 표방하는 기관 인 만큼 현대 미술품 구입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대한민국역사박물 관·국립민속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과 유물 수집 범위가 겹친다는 이유 를 들며 구입해선 안 된다며 반대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A씨는 2018 년 10월 지방 박물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손 의원이 작년 10월 국립중앙박물관 국감에서 “유물 수리에 최고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가진 인재”라며 치켜세웠던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 B 씨가 조선시대 나전칠기 작품 보존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원형을 훼손 한 것을 두고 그 책임을 묻는 자문회의가 열렸던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도쿄예대 박사 출신의 B씨가 2012 ~2013년 국립민속박물관에 있는 조 선시대 나전칠기 작품 여러 점의 보존 처리를 잘못해 원형을 크게 훼손했 고, 이에 박물관에서 이 문제를 논하는 자문회의를 열었다는 것. 당시 자 문회의 기록에는 ‘작업자의 기술력이 너무 떨어져서 최악의 보존처리를 보 여주었다’고 적혀 있다. 민속박물관 관계자는 “당시 자문위원 6명 중 5명 이 ‘(B씨는) 기술력과 경험 부족으로 유물 원형을 훼손했고 이에 대한 보 존처리자의 태도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향후 보존처리 작업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B 씨는 이후 유물과 학과에서 섭외교육과로 옮겨갔다.
그런데도 손 의원은 작년 6월 보좌관 조모 씨와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와 “12월에 개막하는 ‘대고려전’에 전시할 ‘고려시대 나전경함’을 복원하는 데 최고의 전문가가 있다. B 씨를 받으라”고 3시간에 걸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B 씨는 언론과 통화에서 “자문회의 위원들이 악의적으로 나를 매도한 것이고, 제대로 된 전문가가 본다면 내가 복원한 유물은 문제가 없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해명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달 22일 한 언론사의 ‘손혜원 요구 거부한 국박 학예실장 교체’보도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손혜원 의원 요구로 나전칠기 분야 장인들의 작품 매입을 검토한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단, 인사 추천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12월 말 정기인사교류시 해당자를 검토한 사실은 인정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당시 학예연구실장의 국립경주박물관장 발령은 계획된 순환보직인사의 일환으로 경주박물관의 특성화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속공예품 구입과 관련해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를 1910년까지 한정짓지 말고 근현대까지 늘려야 한다는 국립중앙박물관장의 평소 소신에 따라 자체적으로 근현대품 수집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인사 압박이 있었다는 주장 관련해서는 손혜원 의원이 나전칠기 연구 복원에 대한 사업을 이야기하던 중 B 씨의 전문성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추천했고 지난해 12월 말 정기인사교류시 해당자를 검토했으나 교류 분야가 맞지 않아 선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부친 독립유공자 선정 전 보훈처장과 만남
손 의원의 부친이 지난해 독립유공자로 선정되기에 앞서 손 의원이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만나 부친의 유공자 선정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 처장은 지난 달 “지난해 2월께 손 의원이 먼저 전화로 보자고 해 의원실에서 만난 적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손 의원이 ‘6번이나 아버지를 독립유공자로 포상 신청했는데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거부됐다’는 얘기를 꺼내자 ‘지금 정부는 독립유공자를 확대하는 정책을 펴니 다시 신청해봐라’고 권유했다”며 “나중에 독립유공자 심사위원회로부터 심사 결과를 보고받으면서 손 의원 아버지가 독립유공자로 인정된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6차례에 걸쳐 보훈신청을 했다가 심사에서 탈락한 뒤에야 받았다.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여러 특혜를 누려온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 했고, 이에 대해 손 의원 측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의원회관에서 피 처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손 의원과 보좌진이 함께 피 처장을 면담했고 부친과 관련한 압력은 전혀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당장 의원직을 사퇴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손 의원이 그동안 가족들이 말을 안 해줘 부친이 여운형 선생의 비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지난해 1월 쯤이었다”고 덧붙였다.
야당은 손용우 씨의 건국훈장 수여와 관련해 2007년 독립유공자 선정에서 탈락한 뒤 11년 만에야 다시 신청한 점, 신청 4개월 뒤인 지난해 6월 보훈처가 사회주의 활동 경력 인사에게도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한 점 등을 근거로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보훈처에 따르면 손 의원의 부친은 1940년 서울에서 일본이 패전할 것이라고 선전했다는 등의 이유로 체포돼 징역 1년 6개월을 받았다고 한다. 광복 후 조선공산당 공산청년동맹 서울지부 청년단원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광복절 때 부인이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검찰로 간 투기 의혹
시민단체가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 의원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한 데 이어 손 의원도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고소하겠다고 밝히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의 실체는 검찰 수사로 가려지게 됐다. 지난달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드러난 의혹과 관련해 손 의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주된 혐의로는 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의무 위반이 거론된다.
부패방지법 해당 법조는 공무원이 공정하고 청렴하게 직무를 수행할 의무를 망각한 채 오히려 지위를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을 때 적용되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손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해 교육문화체육관광위(교문위) 위원을 지내다가 작년 7월 교문위에서 분리된 문화체육관광위(문체위)로 소속으로 문화재청을 관할하는 상임위 소속이었다.
법원은 ‘업무상 비밀’의 범위를 꼭 명시된 ‘비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이고 미리 알 경우 상당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사안으로 비교적 폭넓게 해석한다. 결국 손 의원이 문화재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의 소관 국회 상임위원으로 있으면서 사전에 입수한 ‘미공개정보’를 토대로 재산상 이득을 취하려 했는지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규명해야 할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부동산실명법 위반 여부도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 의원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재단을 비롯해 손 의원의 조카, 보좌관 가족 등이 일대 부동산을 여러 채 매입한 것으로만 알려졌다. 손 의원 측은 문화재단이나 조카 명의의 부동산과 관련해 매입 경위와 자금 출처 등을 밝히며 차명 거래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손 의원과 관련된 부동산이 여러 채인 만큼 자금 출처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세금을 회피하려 한 정황이 없었는지도 조사 대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하는지도 검찰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손 의원이 문화재청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 직권을 남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다만 문화재 재정 관련 업무가 교문위원 혹은 문체위원의 권한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한 점이 수사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법원도 최근 직권남용죄의 적용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어 검찰의 판단이 주목된다. 다만 손 의원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는 데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가 많지 않아 섣부른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한편 손 의원이 의혹 보도를 최초로 한 SBS를 비롯해 언론들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할 방침임을 밝히면서 해당 언론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