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 국내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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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격투기 국내 정착
  • 글_ 엄은영 기자
  • 승인 2007.02.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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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문화의 차이, 갈 길 먼 국내 이종격투기
이종격투기 강국 일본을 통해 본 국내 이종격투기 전망
발 문: 민속 씨름선수였던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의 K-1 진출로 국내에서 화제를 모으며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이종격투기는 국내에 5만여명 이상의 여성팬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남녀노소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종격투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자본력에 무릎 꿇은 싸움에 지나지 않다는 반대 입장과 모든 무술을 접목한 새로운 스포츠라는 입장이 맞물리면서 팽팽한 대립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스포츠 선수들의 이종격투기 진출이 계속 되면서 이종격투기 국내 정착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이종격투기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보는 연령대가 중?장년층 여성이라는 이색적인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시청률조사 전문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가 실시한 시청률 조사결과를 분석해보면 지난 2월 한 달 동안 판크라스 이종격투기 경기를 본 DCN과 ABO 시청자 중 40·50대 여성의 비율은 무려 35.87%, 같은 기간 20·30대의 남녀 시청자 수치를 모두 합한 5.09%보다도 7배나 많은 결과다. 이는 이종격투기의 주시청자가 20·30대 남자일거라고 여겨졌던 기존의 생각과 다르게 실제 시청에서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중 장년 여성들의 관심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벗어나 이종격투기로 이동해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링 안에서 힘과 기술을 겨루는 선수들의 모습과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과 스릴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종격투기의 폭력성에 대해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종격투기 경기가 스포츠 성격을 넘어서 자본주의 논리와 인간의 폭력에 대한 말초적 신경을 지나치게 자극한다는 것이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하고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상당한 폭력성을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최홍만을 비롯해 이태현, 김민수 등 적지 않은 수의 국내 스포츠 선수들이 이종격투기 무대로의 진출을 선언했다. 또 국내 많은 기업들이 이종격투기 대회 개최에 힘쓰고 있다. 현재 이종격투기는 일본이 그 주를 이루고 있지만 조만간 국내에서도 크고 작은 대회들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이종격투기에 대한 확실한 입장이 필요할 것이다.


이종격투기 국내 정착 가능할까
국내 이종격투기 대회의 경우도 생존의 갈림길에 서있다. 지난 2003년부터 스피릿MC를 비롯한 격투기 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대부분 대회가 적자를 보았다. 다행인 점은 대회 노하우가 쌓여져 가고 선수층이 두터워 있는 것이다. 이종격투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연착륙에 걸림돌이다. 유명 이종격투기 선수가 프라이드에 진출할 때 기업에 용품 지원을 요청했지만 대부분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프라이드의 국내 시청률이 상당한 만큼 기업 로고가 노출될 가능성이 많지만 기업 이미지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게 이유였다. 한 기업체는 오히려 다른 회사 브랜드 제품을 구입해 제공하겠다는 제의까지 한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이종격투기는 최홍만의 K-1 데뷔 이후 대중의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졌지만 국내에서 거품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 국내 격투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종격투기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일본 대회가 인기를 끌더라도 국내 대회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이종격투기 정착이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동기 해설위원은 “부정적인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으로 보이나 국내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만한 대립구도, 배신과 복수의 시나리오를 만들 만한 선수들이 별로 없다”며 “그럴만한 선수를 발굴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일본은 왜 이종격투기에 열광 하는가
프라이드 메인 경기의 경우 대부분 4만명이상이 관중석을 채운다. 반면 국내는 메이저 대회의 경우 1천명에서 3천여명이 경기장을 찾는 수준이다. 행사비용에 대해서도 일본과의 비교는 불가능해 보인다. 인터넷에서 이종격투기의 인기는 대단히 높지만 대부분 프라이드나 K-1 대회와 출전선수들에 대한 관심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아직까지 이종격투기가 국내에서 뿌리내리기는 불안정한 구조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이러한 한국과 일본의 격차에 대해 “자본과 문화의 차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한다. 행사 차이, 기업 스폰서, 하이브리드 문화인 이종격투기를 받아들이는 의식의 차이라는 것이다.
-자본력 차이
K-1이나 프라이드 등의 메이저 이종격투기 대회를 개최하는 데 드는 비용은 7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국내 관계자들은 바라본다. 반면 국내 메이저 대회의 경우는 1~2억 원 수준으로 일본과는 천양지차다.
국내 이종격투기 전문가인 이동기씨는 이 이유를 스폰서와 중계문제로 본다. 일본의 경우 이종격투기의 인기가 높은 만큼 거액의 스폰서를 구하기가 쉽다. 방송 중계의 경우도 시청률이 높은 데다 유로채널 시청자도 꽤 된다. 프라이드의 경우 10만여 명이 돈을 내고 유료채널로 당일 생중계를 보고 있다. 시간차 중계로 몇 시간 뒤 무료채널에서도 중계가 이루어지는데 시청률이 상당하다. 이미 많이 알려졌듯이 연말 프라이드와 K-1 대회 중계는 NHK의 가요홍백전의 독보적인 시청률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이종격투기 대회의 경우 TV에서 중계되는 것이 쉽지 않다. 중계되더라도 별다른 대가 없이 방송국에 중계권을 제공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문화적 차이
‘격투기 바보’ 이종격투기를 삶의 전부로 보는 일본 이종격투기 선수나, 이종격투기에 푹 빠진 팬들을 일컫는 말이다. 문자 그대로 보면 조롱하는 듯한 인상이어서 부정적으로 내비치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한가지 목표나 삶의 방식, 취미에 몰두하는 점을 인정하는 일본 특유의 정서와 이종격투기의 높은 인기가 뒷받침돼 있어서다. 이종격투기 출현 이전에 프로레슬링 등 링 경기가 인기를 끌고 있던 점도 이종격투기 인기에 한몫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종격투기 국내 정착을 위한 과제
현재 이종격투기 팬들의 관심은 대부분 해외 유명선수에 쏠려 있다. 때문에 주관사들은 새로운 국내 스타 발굴 여부에 국내 시장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보고 새 스타 발굴에 심혈을 쏟고 있다. 또 위험한 스포츠라는 일반인들의 인식을 극복할 엄격한 룰 적용과 안전관리가 필수다.
IB스포츠의 김명구 스포츠마케팅팀장에 따르면 국내에는 500여 개의 격투기 관련 단체에 5만여 명의 등록선수가 있으며 비공식적으로는 30여만 명의 격투기 인구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 팀장은 “한국의 격투기 인프라는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 태권도, 택견, 합기도 등 주류 무술단체는 아직도 이종격투기 출전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이들 종목 간의 격투 교류 활성화 여부에 국내 이종격투기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인다.
이종격투기 마니아들은 “윤리적 정서나 이성적 판단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되고 있으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상황과 사회적 환경에 맞게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현재 이종격투기는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수의 팬층을 확보하며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종격투기의 기술과 규칙의 범위를 조직적이고 합리적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때만이 진정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종격투기의 국내 정착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각계의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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