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하며 월급 받는 학교기업, 적극적인 현장 실습으로 고교생 전문가를 키워낸다
실업계 고등학교가 ‘학교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사장은 학교장이고 직원은 교사와 학생이다. 이들은 교과과정과 연계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해 수익을 창출한다. 재무, 회계, 마케팅, 판매에 이르기까지 직접 학생들이 경영에 참여하며 운영한다. 이렇게 학생들의 현장 실습과 창업 감각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는 학교기업은 현재 전국 20여 곳으로 교육당국이 학교기업을 지정하며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내 1호 학교기업 ‘스쿨모터스’
대표적인 학교기업 중에 하나인 ‘스쿨모터스’는 인천 남구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 정비회사로 연 매출 1억원을 올리고 있는 국내 최초 학교 기업이다.
자동차정비기능사와 검사기능사 등의 자격증을 가진 자동차과 학생 14명이 정비기능장의 도움을 받아 일을 하고 있는 스쿨모터스는 재무, 회계분야까지 모두 학생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스쿨모터스는 엔진오일 교환부터 전기장치 정비, 휠 얼라이먼트까지 3급 부분 정비업 범위 내 작업은 모두 가능하며 순정품만 사용하면서도 일반 업체보다 20~30%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한다.
학생들은 근무시간과 참여 정도에 따라 월급을 받는다. 자동차 정비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반드시 전 과정을 정비 기능장인 전담 교직원이 꼼꼼히 감독한다.
담당 교사는 “실제 정비를 하면 학생들이 훨씬 더 긴장감과 집중력을 보입니다. 특히 다양야한 상황대처 능력과 기업마인드까지 키울 수 있어 졸업 뒤 현장에 바로 투입돼 능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스쿨모터스는 세차를 포함해 자동차의 내,외장을 관리하는 ‘클린모터스’라는 자회사까지 차리며 학교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학교기업이란 학교장이 기업의 사장이 돼 교육과정과 연계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활동을 하며,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현장실습과 더불어 학교 안에 기업경영활동을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스쿨모터스의 학생들처럼 학생들은 학교기업을 통해 교육과정과 연계된 현장실습을 실시하고, 기획, 운영 및 결산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창업의지를 배양하고 실무능력을 증진해 미래 CEO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창업, 경영능력까지 배운다
서울 궁동 서서울생활과학고는 지난 2005년 10월 학교 앞에 ‘서서울베이커리’라는 빵집을 냈다. 조리과학과 학생들이 수업 중 배운 제과,제빵 기술을 활용해 빵을 직접 굽고 빵집 운영과 판매는 관광과 학생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고급 재료에 방부재를 쓰지 않으며 시중보다 20~30%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서서울베이커리는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 하루 평균 30만원 정도의 매상을 올리고 있다. 수익은 보조기능사, 판매원 인건비와 시설비, 불우이웃돕기, 장학금으로 사용되며 학생 개인은 자격증 소지여부, 실적 등에 따라 10~8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서서울베이커리는 현재 인근 학교와 어린이집 등 고정 납품하는 거래처만 10여 곳이 넘는다. 하루 생산량 최소 500개 이상, 만들 수 있는 빵 종류만도 140개가 넘는다.
담당 지도 교사는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소비자를 직접 만나면서 학생들의 수업태도와 솜씨가 엄청나게 발전 합니다”라며 “재고 파악 등을 통해 창업, 경영능력까지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성동여자실업고등학교. 지난 2005년 10월 서울시교육청 지원 학교기업운영 선정대상학교로 선정, 교육과정과 연계해 ‘성동웨딩컬렉션’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웨딩드레스와 일러스트레이션작품, 액세서리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 의상과와 인터넷비즈니스과 학생 20여 명이 틈틈이 만든 작품들로 학생들이 직접 운영중인 쇼핑몰 ‘www.sdewedding.com’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60만원대로 시중의 절반수준.
담당 교사는 “학생들이 실제 옷을 만들고 팔아보며 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갖습니다”라며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창업 능력을 키워주는 게 학교기업의 가장 큰 장점 입니다”라고 말했다.
용산공업고등학교는 실습실 공간을 별도로 활용해 ‘용공모터스’라는 간판을 내걸고 승용차 경정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정비기능사·검사기능사 자격증을 가진 자동차과 학생 20명이 전문 정비기술자의 도움을 받아 일을 하고 있다.
실업고, 다양한 업종의 학교기업
사실 그간 실습교육은 산학 연계성이 부족해 취업 등 진로지도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러나 학교기업의 도입으로 창업교육과 함께 실업교육의 혁신적인 활로를 개척하게 됐다.
현재 학생들이 직접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기업경영에 참여하며 학교기업을 운영중인 학교는 현재 전국 20여 곳 정도로 지난 2004년3월 학교기업 설립, 운영에 관한 법령이 제정된 뒤 2004년6월부터 활발히 운영 중에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재정지원을 받은 학교는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 대구서부공업고등학교, 충북공업고등학교, 전북 정읍 학산 정보산업고등학교, 경남 거제 공업고등학교, 구례공업고등학교,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 등 7곳이며 이 가운데 인천 남구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는 자동차 정비업, 전북 정읍시 학산정보산업고등학교는 제빵, 제과업, 구례농업고등학교는 친환경 무농약 채소와 생산업, 충남 기계공업고등학교는 귀금속 디자인 및 제조, 가공, 판매업을 한다.
이와 함께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학교기업은 지난 2005년 서울시교육청이 선정한 서울공업고등학교, 도봉정보산업고등학교, 용산공업고등학교, 영상고등학교, 성동여자실업고,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등 6곳 등이 있으며 지난 2006년10월2일 선린인터넷고등학교, 단국공업고등학교, 덕수정보산업고등학교, 고명정보산업고등학교, 미래산업과학고등학교 등 5개교를 2006년도 학교기업으로 선정·발표했다.
특히 이번 선정으로 학교기업 사업내용은 디지털 콘텐츠·프로덕트 사업, 마케팅 홍보물 제작·판매 사업, 디지털 영상·쇼핑몰 운영 사업, 연구용역 및 가공제작 판매 사업 등 새로이 추가돼 학교기업의 범위가 확대됐다. 2005년 선정된 6개교 학교기업에 학교당 2년간 8천만원∼1억3천만원을 지원했으며, 5개교에는 1년 동안 3억 5천만원(5개교 전체)을 지원한다.
실업계 교육과정의 새로운 혁신
학교기업은 공고의 자동차과에서는 자동차정비업을, 농고에서는 농산물 생산업을, 조리과에서는 제빵업을 사업아이템으로 한다. 진짜 고객을 상대하는 생생한 실습은 물론 창업교육 효과도 높으며 업종도 점차 첨단화,다양화되고 있다. 이처럼 학교기업은 학교가 사업자가 돼 교과과정과 연계된 사업을 계획한다는 점에서 창업동아리 등을 통한 ‘고교생 창업’과는 구분된다.
학교기업은 실업계고의 전문교과 교육과정이 좀더 산업체 현장과 접근된 실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으로 실업계 교육과정의 새로운 혁신이라 할 수 있다.
학교기업 선정에 참가했던 모 대학의 교수는 “학교기업은 취업마인드와 경영마인드를 겸비한 산업인재 양성에 중요한 첫걸음입니다”라고 말했다.
학교기업, 미래의 디딤돌 역할
학생들이 얻는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도 학생들 스스로 기업 활동을 통해 얻는 성취감과 자신감이다. 학생들의 일에 대한 열정과 몸으로 터득한 경제 교육에 대한 것들은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인정받으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학교기업이다.
사실 그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고등학교 수준에서의 직업교육은 일반 보통교육으로써 직업교육이 보편화돼 있고 취업을 위한 직업교육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반면 실업계고교에서 산학협력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시스템적인 제약조건으로 적절한 산업체를 찾아내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학교기업은 교육효과를 인정받아 교육당국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대학의 교수는 “사업아이템이 비교적 참신하긴 했지만 더 정밀하게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았습니다”라며 “학교기업이 수익성과 교육 효과를 동시에 거두려면 지도교사들이 기업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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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창업 열기
화성시 우정읍 삼괴고등학교, 한방 방향제를 만드는 (주)웰빙향기의 박근영(2학년), 고객의 얼굴이 담긴 티셔츠를 제작해주는 (주)버터플라이의 김규성(3학년), 인터넷 쇼핑몰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주)프로이시(EC)의 이명근(1학년) 등의 공통점은 모두 CEO다. 이들은 각자 삼괴고 안에 있는 14개 창업 동아리를 이끌면서 아이템 기획과 물품 생산을 총괄하고, 판로 개척을 위해 서로 협력한다. 특히 (주)프로이시 이명근은 삼괴고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로 얼마 전 사업자등록증을 받아, 대외적으로도 엄연한 ‘사장님’이 됐다.
창업 하면 흔히 퇴직자들의 생계를 위한 방편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요즘은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드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 위치한 보은정보고등학교는 그 지역 특색에 맞는 아이템을 찾아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창업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녹차향기’라는 동아리(회원수 29명)는 봄부터 상품 생산, 유통을 준비, 여러 가지 차를 판매하고 있다.
또 ‘풀내음’은 지역특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동아리(회원수 24명)로 보은군의 특산품인 '한과'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제조법부터 포장까지 지역 주민의 협조를 받아 진행한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삼괴고등학교는 지난 2006년6월14일부터 16까지 화성에서 개최된 산, 관, 학,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공동 축제 '한마음의 날' 행사에 천연염색, 한방방향제 등을 아이템으로 하는 창업동아리(동아리 수 10개, 회원수 192명)를 참가시키는 등 창업교육 및 경제 교육을 활발하게 수행, 지역사회와의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청이 청소년 경제교육 및 기업가정신교육의 일환으로 지원하고 있는 ‘비즈쿨(BizCool)’ 참여 학생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쿨(www.bizcool.go.kr)은 ‘비즈니스(Business)+스쿨(School)’의 합성어로 ‘비즈니스로 세상을 배운다’, ‘학교교육과정에서 비즈니스를 배운다’는 의미로 출발, 올해 지정된 83개교에서 총 3만2,428명의 학생들이 창업, 기업가정신 함양 교육을 받고 있으며 현재 운영 중인 동아리 수만 해도 250개에 달한다.
비즈쿨은 비즈니스에 필요한 기초개념인 기업 및 기업가에 대한 이해, 창업과 경영, 현장체험 등을 통한 체계적인 비즈니스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 실업계 고교생들에게 비즈니스 프로그램의 체계적인 학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다양한 진로 모색을 유도 한다. 또 청소년들의 기업가적 자질과 역량을 고취시킴으로써 이들을 미래의 경제역군으로 양성해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 및 창업의 활성화 도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