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률 여성이 남성보다 1.5배 높아…주부 환자 증가 추세
세계보건기구 WHO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경 ‘우울증’이 허혈성 심장질환에 이어 세계 질병부담율 2위를 차지하게 된다고 한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현대 사회가 낳은 가장 큰 병 중 하나가 바로 우울증인 것이다. 특히 우울증은 남성에게서 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남녀 간 뇌의 구조적 차이, 월경, 임신·출산과 관련된 호르몬의 차이에서도 기인하지만, 남녀 간의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의 차이 및 이에 대한 대처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국내 우울증 인구는 1백만 명에 이르지만 10명 중 7명은 정신과 치료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심한 경우 자살까지도 불러일으키는 우울증은 특히 주부에 경우 더욱 심각해 질 수 있고, 최근 들어 주부 환자 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주부우울증 자녀에게 부정적 영향
흔히 주부우울증은 특별한 형태의 우울증이 아닌 주로 35세에서 45세 사이에 많이 발생하는 우울한 기분이나 슬픔, 비관적 생각 등으로 주부로서의 역할에 지장을 주게 되는 정신과적 장애이다. 생물학적 요소로 여성에게 우울증이 더 많이 생길뿐더러, 희생하고 순종하는 결혼문화와 시댁 갈등, 육아 문제, 부부 문제, 경제 문제, 단조로운 생활 등이 주부에게 무력감 등을 느끼게 하고 이 같은 스트레스를 제 때 잘 풀지 못해 주부는 우울증을 앓게 된다. 무엇보다 주부 우울증은 자녀의 우울증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우울한 어머니는 자녀와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많이 하게 되므로 아동 역시 우울함에 빠질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부모로부터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부모가 갈등관계에 있는 경우 우울함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을 계속 방치 한다면 증상은 몇 주, 몇 달 혹은 몇 년간 지속될 수 있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환자의 80% 이상이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이 주부 우울증의 원인은 크게 3가지로 해석한다.
첫째는 결혼과 육아의 부담으로 생기는 심리적 원인이다. 결혼은 남성들에게는 우울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지만, 여성들에게는 결혼으로 해서 생기는 시댁과의 갈등, 육아, 경제적인 불편함, 남편과 비교했을 때의 자신의 낮은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만 등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우울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성격이 소극적이고 의존적인 여성일수록 우울증의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둘째, 성호르몬 주기의 변화가 그 원인이다. 주부들의 경우 생리,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해 성호르몬 분비량이 일정하지 않아 기분의 변화가 심하다. 성호르몬의 주기 변화가 세로토닌, 도파민 등 신경전달 물질에 이상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 정서 장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울증을 유발하는 콜디졸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우울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성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 콜디졸이 남성보다 많이 증가하기 때문에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이 약해진다고 한다. 폐경 후는 더욱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 콜디졸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해지면 심각한 질병 유발할 수도
이와 같은 원인으로 스트레스가 쌓이다보면 많이 예민해지고 정신적으로 약해지기 마련이다. 일단 신경이 과민해지면 모든 세포가 예민해지기 때문에, 조직 간의 정보 또한 과민해져서 작은 자극에도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되고 저항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항상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도 아프고, 잠도 잘 오지 않는 등 불면증, 집중력 장애, 자기비하 등의 정서적 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또 밥맛이 없거나 지나치게 많이 먹는 거식증이나 과식증, 무기력, 변비 등의 신체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침이 마르고 손발이 저리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서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이 쑤시며, 생리불순도 생기고 피부가 거칠어지며, 기미도 생기고 화장도 잘 안 받는다. 이는 정신적인 영향이 육체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우울증을 심인성 질환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해지면 불면증, 건망증은 물론 심장병, 간장병, 신장병 등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의 우울증 지수는 얼마나 될까? 다음 12개 항목 중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에 체크를 한다. 해당되는 문항이 2개 이하는 정상, 3~5개 이하는 가벼운 우울증, 6개 이상은 심한 우울증으로,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스스로 치유하기는 어렵고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1. 사소한 일에 신경 쓰이고 걱정거리가 많다.
2. 하루 종일 피곤하다.
3. 의욕이 떨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4. 즐거운 일이 없고 세상 일이 재미가 없다.
5. 모든 일이 비관적으로 생각되고 절망스럽다.
6. 내 처지가 초라하고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7. 잠을 설치고 수면 중 1회 이상 깬다.
8. 입맛이 떨어지고 한 달 사이 체중이 3kg 이상 늘거나 줄었다.
9. 답답하고 불안하며 쉽게 짜증이 난다.
10.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늘어난다.
11. 매일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12. 두통, 소화기 장애, 만성통증 등 신경성 신체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된다.
주변 사람의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
우울증의 치료는 우울증의 발생이 생물학적(신체적), 심리적, 사회환경적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는 것처럼 치료에 있어서도 생물학적인 원인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항우울제가 필요하다. 또한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신치료를 받아야 하며, 환경적인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즉, 이 세 가지의 치료적 접근이 잘 이뤄져야 치료가 잘 되고 재발이 줄어들며, 특히 약물 치료를 받을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한다.
감기처럼 누구든지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데, 감기를 제때 치료하지 못해 폐렴이 되는 것처럼 우울한 기분을 제때 다스리지 못하면 우울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견디는 폭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와 달리 힘들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하고, 가족은 주부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기 위해 함께 많은 대화와 긍정적 사고방식과 주부의 일을 서로 분담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가족의 작은 관심이 주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한편, 주부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평소 자기 시간을 많이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생각을 속으로 담아두지 말고 적절히 표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