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詩)에는 고향 여수가 있고, 그림에는 한국의 정신을 표현하려는 한글이 있다. 문자와 색채를 이용한 작업을 ‘퓨전주의’로 명명한 금보성 작가의 작품은 실험적일 뿐 아니라 현대적 작품이 요구하는 것들을 충족시키고 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롯이 한글을 현대회화로 발전시킨 그의 업적은 한국 현대미술사의 특별하고 경이로운 기록이기도 하다.
▲ 한글건물_박시후
작가에게 작품 활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철학적 사고와 이념
[시사매거진] “21세기를 살고 있는 작가에게 20세기의 철학을 설정하거나 잣대를 대는 것은 어리석다. 21세기에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은 21세기에 맞는 철학이거나 아니면 아예 어떠한 경계를 제한하지 않기를 바란다. 작품의 재료와 형태 등 모든 요소들이 움직이고 흘러가는 것이기에 어느 한 곳에 정박시켜 놓으려는 평론이나 철학은 작가를 위험한 절벽에 세우는 것과 같다.”
금보성 작가의 강한 마인드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렇듯 예술에 대한 강한 집념이 있었기에 가장 한국적인 소재인 한글로 가장 세계적인 감각을 표현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금 작가는 예술 영역뿐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의 산업과 상업이 예술과 더불어 접목되어 성장하는 흐름을 ‘퓨전주의’로 발표한다. 고유의 영역을 해제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내적으로 반목하는 상생하는 사회구조, 즉 보수나 진보가 아닌 퓨전주의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그는 작품 활동에 있어서도 이중적 대치를 상생으로 표현하는 철학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로 퓨전주의. 금 작가는 이러한 사고 아래 예술의 확장을 위한 대중화에 기인했다.
작가에게 있어 작업하는 시간이나 과정도 중요하지만 철학적 사고와 이념이라는 기둥을 튼튼하게 세우는 것이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고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에너지라는 금 작가는 자신 또한 철학적 사고를 정립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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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보성 작가 |
퓨전주의 작품이라는 미술사의 새로운 영역 개척
21세기에 일어나는 모든 크고 작은 일들에 있어 우연이나 과장은 없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 퓨전현상이며, 퓨전이란 라틴어로 ‘FUSE’ 즉 ’섞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두 가지 이상의 요소가 만나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퓨전이라 하며, 퓨전은 고유의 영역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변화하는 상생이자 또한 생명이 회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퓨전은 본래의 의미, 가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또 다른 고유의 것과 만나는 공간이며 새로운 영역이다. 본질이 변하거나 사라진다면 진정한 퓨전이 아니다.
이러한 철학을 지닌 금보성 작가는 모국어인 한글 문자와 얼굴 이미지를 해체하지 않고 본질을 유지한 채 퓨전주의 작품인 ‘자화상’을 만들었다.
기존의 미술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법과 철학적 이론을 접목해 미술사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금보성 작가. 많은 사람들이 그가 만들어가는 금보성식 미술사에 대한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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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화_윤정희 |
“예술에 있어 한글은 큰 정신이다”
금 작가에게 있어 한글은 숨겨진 비서나 비기, 또는 종교 같은 존재라고 한다. 그는 한글은 하늘과 땅, 사람(천지인)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하늘(ㅇ:오/둥근 하늘의 모습), 땅(ㅡ:으/수평의 모습), 사람(ㅣ:이/사람이 서 있는 모습)’ 한글은 자연의 원리와 사람의 이치를 담고 있기에 한글을 그리다 보면 풍경과 인물보다 더 어렵다고 고백한다. 또한 한글의 ‘한’은 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크다’는 것은 높이나 크기를 말하는 제한적 개념이 아닌 우주적이라는 뜻이다.
금 작가는 “큰 글. 큰 말. 큰 소리는 울림과 상생, 그리고 힐링의 언어입니다. 따라서 큰 말과 큰 글을 사용하는 우리는 큰 사람입니다. 한국의 한류가 세계를 향해 갈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한글이라는 정신의 사리가 있었기에 가능합니다. 한글 그림은 결국 큰 그림으로 알려지고 전달되어 질 것입니다. 한글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한글이 어떤 모양으로 변하든지 회화가 되는 조건을 갖출 때 비로소 작품이 됩니다. 또한 어느 한 곳에 멈추지 않고 운동력 있게 활동하려면 다양한 재료로 실험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캔버스와 물감만이 아니라 돌, 쇠, 종이, 스티로폼, 천, 비닐, 시멘트, 그리고 최근엔 곰팡이 균을 이용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정신이 새로운 작품영역을 개척하는 밀알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피력하며 “작가가 게으르면 도시가 정지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금 작가는 한글을 통해 한국인의 미래 성장동력인 ‘문화 DNA’를 깨우고자 한다. 이것은 예술에 있어 한국적인 것이란 풍경이 아닌 정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글은 누구나 작품의 소재로 차용할 수 있지만 금 작가만큼 다양한 작업과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의 작품은 독창적이고 자극적이다. 무질서 한듯하지만 그 속에는 자로 잰 듯한 규칙과 질서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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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_숲 |
30년 세월 오롯이 한글그림에 몰입하다
그가 30년 전 처음 ‘한글그림’을 그릴 때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오가는 사람들도 그의 작품을 보고 걸음을 멈춰 선다. 이렇게 그들의 발걸음을 붙잡기까지 30년의 시간이 걸렸으며, 44회의 개인전을 치렀다. 남들은 쉽게 말하지만 금 작가에게 있어 그 피땀 어린 노력은 형언하기 힘든 인고의 세월이었을 것이다.
그 시간을 보내고 지금은 평창동 고 김흥수 화백의 미술관을 바람과 햇살이 들어오는 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하여 작업실과 금보성아트센터를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창작의 수고스러운 짐을 진 자유로운 영혼의 쉼터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개관한 이곳 금보성아트센터는 어느덧 600여 명 작가의 초대전을 개최했다. 금 작가는 지난날 지하실과 옥탑으로 옮겨 다니면서 작업하던 시절도 간직하고픈 아름다운 여행이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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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_숲 |
금 작가는 올해 청주국제비엔날레와 청주국제아트페어에 방파제 풍선을 출품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크고 작은 태풍으로부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바닷가에 테트라포드(방파제)가 설치된 것을 보고 자랐다. 이것이 어촌마을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 주는 것이었다. 그가 출품한 테트라포드는 마을을 지키는 장승이나 국가의 기운을 지키는 해태처럼 육중하고 무겁지 않았으며, 시멘트의 칙칙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동감 있는 컬러로 표현했다. 고정관념을 바꾸어 현대작품으로 재해석한 테트라포드는 개인의 건강과 안부를 묻는 행복아이콘이 된 것이다.
이렇듯 금 작가는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작가의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뿐 아니라 작품 속에 자신만의 정신과 철학을 담았다. 그는 “북한에서 한글작품을 전시하고 싶다”는 바람을 남기며 또 다시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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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_분단 철조망 |
<금보성 작가>
주요 개인전 (44회)
1992한글展. 여수상호신용금고/여수
1994한글展. 관훈 갤러리/인사동/서울
1995한글展. 학고재/인사동/서울
2005한글展. 송화 미술관/서울
2006한글展. 예술의 전당/대전
2006한글展. 선화미술관/대전
2009한글展. 해금강 박물관/거제
2010한글展. 성남아트센터/3회-성남
2012한글展. 리서울갤러리/서울
2012한글展. 갤러리평창동(구.그로리치화랑)서울
2012한글展. 충무아트홀/서울
2013한글展. 거제해금강테마박물관/거제
2013한글展. 금보성아트센타(김흥수미술관)/서울
2013한글展. 국회의사당/서울
2014한글展. 광주1st 갤러리.대전계룡대/광주.대전
2014한글展. 금보성아트센터/서울
2014한글展. 경남과기대 100주년기념관/진주
최근 전시 (단체전 100여 회)
2014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예울마루. 여수
2015가족일기/양평미술관
2015청주국제아트페어/청주
수상
1995년 [詩신인상] 수상
2008년 [올해의작가상] 수상
2009년 [올해의인물] 미술대상
2011년 [독일평론가상]금상
2013년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대상/장관상
2013년 [대한민국문화예술인]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