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성대결 선보인 ‘용호상박’ 이윤준 VS 최무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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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대결 선보인 ‘용호상박’ 이윤준 VS 최무겸
  • 편집국
  • 승인 2015.08.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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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 매진 기록 ‘360게임 로드FC 025’ 성료

   
▲ 전석 매진 기록 ‘360게임 로드FC 025’ 성료

[시사매거진] 매회 열기를 더하며 한국 대표 격투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로드FC. 첫 해외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도쿄에서의 열기를 로드FC의 본거지 원주에서 이어갔다. 지난 8월 22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360게임 로드FC 025’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챔피언 최무겸과 챔피언 이윤준의 ‘강대강’ 경기를 메인으로 김수철과 말론 산드로의 경기 등 흥미로운 대진은 관중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챔피언들의 근성싸움, 이윤준 VS 최무겸
‘360게임 로드FC 025’의 메인 이벤트는 국내 최초의 챔피언들 간 경기였다. 이윤준과 최무겸, 두 챔피언은 승패의 결과보다 돋보이는 근성대결을 보여줬다.

애초에 국내 MMA 단체 중 챔피언십 리그가 제대로 운영되는 각 체급의 챔피언들의 경기가 성사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챔피언들의 이해관계를 따지기에 앞서서 애초에 그럴만한 체급의 챔피언을 2개 이상 보유한 단체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1라운드에서는 ‘이것이 과연 챔피언들의 경기구나’라는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스탠딩 타격부터 클린치, 레슬링, 그라운드 파운딩과 주짓수에 이르기까지 박빙의 승부였다. 본격적인 승부처는 2라운드 중반부였다. 사실 실력 차이보다 체력에서 ‘과연 누가 지구전에서 승리하는가’가 관건이었다. 여기서 돋보인 것이 이윤준의 좀비근성이었다. 과거 코리안 좀비 정찬성에게 MMA를 훈련받았던 그는 ‘리틀 좀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경기가 장기전으로 치닫을수록 좀비근성의 이윤준이 근소한 우위를 점해갔다. 사실 기술적 특성상 이윤준이 최무겸에 비해 마치 좀비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윤준은 대표적인 인파이트 성격의 격투 타입이고 최무겸은 전형적인 아웃파이트 타입의 선수다. 물론 근접전에서 최무겸에게는 주짓수라는 무기가 있지만 이윤준 또한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장기전 양상을 띄며 질척한 플레이로 이어질 경우 항상 손해를 보는 것이 아웃파이팅 선수다.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웃파이팅 선수는 자신의 최고 무기인 스텝과 발이 느려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경기 초반에 비해서 이윤준이 자신의 저돌적인 테크닉을 선보이기 유리해 졌다. 결국 경기가 판정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결과, 인파이트 선수인 이윤준이 근소한 우위를 점해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번 챔피언스 매치는 승패의 결과와 무관하게 그들이 과연 왜 챔피언일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국내 첫 챔피언들 간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향후 로드FC에서 더욱 다양한 챔피언 슈퍼파이트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권민석은 계체 초과로 인해 데뷔 무대에서 크나큰 패널티를 짊어지고 경기를 치렀지만, 자신의 주특기를 잘 활용해 승리하며 더 화려한 앞날을 예고했다.

K-1 출신 권민석, 데뷔전서 승리
제1경기에서 권민석이 중국의 우제와 맞붙었다. 권민석은 경기 전날 3차 계체 측정 결과 계약 체중 63.2kg를 1.2kg 초과해 파이트머니 전액 몰수와 각 라운드별 2점 감점의 패널티를 받았다. 첫 프로 MMA 데뷔전을 치루는 그에게 각 라운드별 2점 감점은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제 아무리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더라도 판정으로 경기 결과를 경정하게 될 경우 라운드별 2점 감점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권민석이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KO승이나 서브미션승이었다. 그러나 K-1출신의 입식타격 선수로서 프로 MMA 경기에 도전, 첫 승을 서브미션으로 거머쥐기는 매우 어려운 만큼 본인의 주특기인 타격 실력을 활용해 KO승을 거두는 것이 유리했다.

결국 권민석은 타격 실력으로 TKO승을 이끌어 냈다. 우제를 클린치 상태에서 잡아, 니킥을 적중시켰고 우제는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경기 전체를 놓고 보면 권민석의 그래플링 실력이 우제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스탠딩 클린치뿐 아니라 그라운드 상황에 이르기까지 우제보다 우수한 실력을 보여줬다. 비록 계체 초과로 인해 데뷔 무대에서 크나큰 패널티를 짊어지고 경기를 치렀지만, 권민석은 자신의 주특기를 잘 활용해 승리하며 더 화려한 앞날을 예고했다.

   
▲ 타카노 사토미가 판전승을 거두며 박정은은 아쉽게 패배했지만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여도르’ 박정은, 타카노 사토미에 아쉬운 판정패
아마도 이번 ‘360게임 로드FC 025’에 출전한 선수들 중 가장 큰 부담감을 느낀 선수는 박정은이었을 것이다. 첫 데뷔전에서 보여준 가능성 탓에 ‘여도르’ ‘포스트 함서희’라 불리며 신인선수로서 느꼈을 부담감이 컸을 터다. 더욱이 이번 경기는 송가연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던 일본의 타카노 사토미를 상대로 경기를 치르는 만큼 상당한 압박감이 있었을 것이다.

타카노는 그래플링에 뛰어난 선수로 경기 전반에 걸쳐 노련미를 보여주는 선수다. 박정은이 타카노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은 그래플링과 그라운드보다는 특유의 스텝을 활용한 타격을 사용하는 것이다. 신장과 리치가 타카노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타격에서도 단거리 타격보다는 원거리 타격의 아웃복싱을 선택하는 것이 활로였다.

1라운드에서 박정은의 전략은 우수했다. 스텝을 활용한 움직임과 더불어 무에타이식의 펀치와 킥은 그래플링 실력에 비래 타격능력이 다소 부족한 타카노를 상대로 톡톡한 효과를 봤다. 그러나 상체 움직이 전무한 타격으로 몇 가지 실수를 보인 것이 흠이었다. 하체 움직임, 즉 스텝 사용은 좋았지만 직접적인 타격을 상대방에게 적중시킬 때는 상체가 경직되는 모습을 보였다.

견제타 등의 결정적이지 않은 공격 시에는 상체가 움직이며, 직접적으로 상대방에게 적중시키기 위한 공격 시에 상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격패턴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박정은은 킥 공격 때 상체가 경직되면서 타카노의 카운터를 몇 차례 허용했다.

MMA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패턴대로 경기를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자신이 1%라도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면 다른 루트로 패턴을 전환해야 한다. 2라운드에서 박정은의 테이크다운은 스스로를 불리하게 만든 시발점이었다. 이는 타카노와 송가연의 지난 경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타카노는 스탠딩타격보다 그래플링, 특히 그라운드에서의 실력이 월등히 띄어나고 브라질리언 주짓수 실력이 수준급이다. 그런 상대와 그라운드 경쟁을 시도했다는 것이 박정은의 결정적인 실수였다. 결국 타카노는 하위 가드 포지션에서의 트라이앵글 초크-암바-스윕 패턴의 브라질리언 주짓수 테크닉을 사용했고, 하위 포지션에 깔린 박정은은 속절없이 포인트를 빼앗겼다. 결과적으로 타카노 사토미의 판정승으로 경기가 종료됐다.

박정은은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다만 다음 경기에서는 개별적인 기술보다 상대를 고려한 알맞은 상황판단과 맞춤 전략을 케이지 위에서 스스로 선택하는 능력을 선보여야 할 것이다.

김석모, 오너르 데컬 꺾고 ‘시원한 승리’김석모는 경기 초반의 위기를 잘 넘기며 터키의 오너르 데컬에게 승리를 거뒀다. 경기 초반 오너르 데컬의 타격이 매우 매서웠는데, 이는 터키 출신 선수들의 특징이다. 로드FC에서 활동했던 무랏 카잔의 동료인 오너르 데컬은 강력한 타격과 테이크다운 디펜스 능력이 뛰어나다.
김석모 또한 레슬링이 강점인 선수로 이번 경기는 일종의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관건은 ‘김석모가 오너르 데컬을 넘어뜨릴 수 있는가’였다. 넘어뜨린다는 것은 단순히 오너르 데컬을 그라운드에서 넘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라운드 상태에서 우위까지 점하는 것이다. 한때 김석모는 침몰 위기까지 갔었지만 상대를 넘어뜨려 완벽한 우위를 점했고 그라운드에서의 파운딩으로 경기를 종료시켰다. 김석모는 만만치 않은 강자를 상대로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근자감’ 박형근 복귀전 패배
이전 경기에서 상승세를 보였던 ‘근자감’ 박형근이 본격적으로 해외 선수들과의 대결에 나섰다. 첫 관문이었던 ‘360게임 로드FC 025’에서 그와 맞붙은 선수는 네즈 유타. 화술혜주회 소속의 슈토 세계 랭킹 2위의 선수다. 화술혜주회는 일본 전통의 명문팀으로 한국 UFC 간판선수인 김동현이 일본 전지훈련 시 그래플링 훈련을 위해 찾는 곳이다.

박형근과 네즈 유타의 경기는 순식간에 종료됐다. 네즈 유타의 펀치로 한 차례 충격을 받은 박형근은 연달은 하이킥 세례에 쓰러지고 말았다. 네즈 유타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타격 콤비네이션을 선보였다.
임병희와 한이문을 상대로 승리한 박형근의 연승행진에 제동이 걸리는 순간이었다. 그래플링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화술혜주회 소속 선수에게 타격으로 완패를 당한 것은 박형근 본인에게도 상당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로써 로드FC 밴텀급은 박형근의 상승세가 꺾임과 동시에 네즈 유타라는 새로운 등장으로 긴장감이 조성됐다. 과연 네즈 유타의 합류가 로드FC 밴텀급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중국 출신 선수 동신 저돌적인 레슬링 클린치를 선보였지만, 김내철의 노련한 움직임과 힘, 테크닉이 조화를 이룬 실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첫 중국 출신 선수 ‘동신’, 김내철에 패해
이번 로드FC 경기에서는 국적만 중국이 아니라 훈련까지 중국에서 진행한 완전한 중국 출신 선수들이 처음으로 출전했다. 지난 로드FC 일본 이벤트에 이어 중국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중국 출신 선수들의 출전은 이종의 중국 진출의 전초전과 같다.

중국은 시장 규모와 잠재력에 비해 같은 동아시아 국가인 한국과 일본보다 MMA 수준이 낮은 편이다. MMA 인프라만 놓고 보면 필리핀 보다 부족한 상황. MMA를 비롯한 브라질리언 주짓수 등 격투스포츠 종목이 중국에 도입된 시기가 늦고 한국과 일본에 비해 호응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번 김내철과 중국 동신의 경기를 살펴봐도 실력 격차가 꽤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정 선수 혹은 MMA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그라운드에서의 실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메이저 경기 혹은 미국의 UFC 경기를 살펴보면 마치 더 이상 브라질리언 주짓수와 그라운드 그래플링이 MMA에서 필요 없는 것으로 생각될 정도다.

하지만 그것은 메이저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들과 MMA가 발전한 국가에서의 훈련 인프라가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브라질리언 주짓수와 그라운드 그래플링 실력이 우수한 선수와 타격만 하는 선수가 맞붙었을 경우 그 실력 차는 월등하다.

김내철과 동신의 경기가 바로 그런 경기였다. 동신의 저돌적인 레슬링 클린치는 인상 깊었지만 노련한 움직임과 힘, 테크닉이 조화를 이룬 김내철의 실력을, 동신은 이겨내지 못했다. 마치 김내철의 그라운드 교육 강좌를 보고 있는 듯 한 느낌을 자아낼 정도였다.

   
▲ 경기 초반 김수철은 말론 산드로의 테이크다운과 그래플링 공격을 잘 방어하는 듯 싶었지만 2라운드부터 경기 종료까지 말론 산드로의 그라운드 늪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세계적 강자 말론 산드로 상대, 자존심 지켜낸 김수철
세계적인 선수 말론 산드로는, 김수철이 지금까지 상대한 선수들과 비교해도 월등한 강자다. 말론 산드로는 브라질 최강 명문팀 중 하나인 노바 유니아오 소속이다. 노바 유니아오는 MMA뿐 아니라 브라질리언 주짓수 명문팀으로도 유명한데, 우리에게는 UFC 패더급 챔피언인 조제 알도와 전 UFC 밴텀급 챔피언 헤난 바라오, 주니어 도스 산토스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명문팀에서 오랜 선수생활을 이어온 베테랑 말론 산드로의 그라운드 테크닉 수준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김수철은 침착한 태도로 치열한 격투를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에서 힘겨워 했다. 경기 초반 김수철은 말론 산드로의 테이크다운과 그래플링 공격을 잘 방어하는 듯 싶었지만 2라운드부터 경기 종료까지 말론 산드로의 그라운드 늪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기는 판정으로 인해 무승부로 종료됐다.

이번 경기는 로드FC 밴텀급의 현재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기회였다. 로드FC 밴텀급 간판선수 김수철이 세계적인 거물급 선수 말론 산드로에게 이 같은 경기를 펼쳤다는 것은, 승패와 관계없이 매우 고무적이다. 단순히 김수철이라는 선수의 실력을 넘어서 로드FC라는 무대가 키워낸 김수철과 로드FC 밴텀급 전반의 실력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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