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캐시(BCH) 하드포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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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캐시(BCH) 하드포크 전쟁
  • 최지연 기자
  • 승인 2019.01.0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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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한 측의 ‘비트코인ABC’ VS 크레이그 라이트 측의 '비트코인SV'
집안싸움으로 인해 암호화폐 전체 일제히 가격 하락..

(시사매거진249호=최지연 기자)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전쟁으로 인해 암호화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비트코인캐시는 6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위한 하드포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번 하드포크는 비트코인캐시 안에서의 프로토콜 변경 사항의 반영 여부를 두고 개발자들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어, 체인이 두 개로 나눠지게 되었다. 이번 하드포크에서는 비트코인의 주 채굴풀인 우지한의 비트메인이 지지하는 비트코인캐시의 주개발팀 ‘비트코인ABC’와, 비트코인 초기 개발자 크레이그 라이트가 이끄는 ‘비트코인SV’가 강력한 대립각을 이루고 있다. 

(사진_비트코인캐쉬 홈페이지 캡처)

작년 연말 암호화폐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이슈중 하나로 비트코인캐시(Bitcoin Cash, BCH) 하드포크 전쟁이 있다. 하드포크는 기존 블록의 연결과는 다른 연결의 체인을 만들어낸 이후 이를 또 다른 블록체인으로 독립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하드포크가 이뤄지면 해당 시점 전까지 같은 거래 이력을 쌓아온 블록체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또한 하드포크가 되면 업데이트한 소프트웨어가 이전 버전과 호환되지 않는다. 대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위해 하드포크가 이뤄질 경우 네트워크 관리자들은 둘 중 하나로 옮기고, 더 많은 거래 내역을 처리한 블록체인이 살아남게 된다.

비트코인캐시(BCH)는 지난 2017년 8월에 비트코인으로 부터 하드포크된 코인이다. 그동안 비트코인캐시(BCH)는 6개월 주기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위해 하드포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 11월 15일 하드포크를 앞두고 개발자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생기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새로운 버전의 비트코인캐시(BCH)에 이더리움처럼 스마트계약 솔루션을 포함할지, 아니면 거래내역을 담는 단위인 블록 크기를 키울지 등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이유이다. 현재 새 솔루션을 도입하자는 ‘비트코인ABC’와 블록 크기를 키우자는 ‘비트코인SV’ 양 측으로 진영이 갈리면서 비트코인캐시(BCH) 커뮤니티 내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캐시(BCH) 네트워크는 업그레이드 방향을 두고 주 개발팀인 ‘비트코인ABC’의 제안을 지지하는 진영과 엔체인(Nchain)팀의 ‘비트코인SV’ 진영으로 의견이 갈린 상태다. ‘비크코인 ABC’진영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우지한(Wu Jihan) 비트메인 대표가, ‘비트코인SV’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크레이그 라이트(Craig Wright)가 있다.

‘비트코인SV’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크레이그 라이트(Craig Wright)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컴퓨터 과학자이다. 한때 자신을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주장했었다.(사진_크레이그 라이트(Craig Wright) 트위터 캡처)

‘비트코인 ABC’ VS ‘비트코인 SV’

두 진영은 스마트계약 솔루션 포함 여부, 블록 크기 확대 여부 등 몇 가지 기술적 문제를 두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ABC’진영에서는 비트코인캐시가 사이드체인이나 다중체인으로 확장할 수 있는 프로토콜과 기본적인 스마트계약을 가능하게 하는 아토믹스왑 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트코인의 초기 개발자 크레이그 라이트가 대표되는 ‘비트코인SV(Satoshi’s Vision)’ 진영에서는 유통화폐로서 비트코인이라는 사토시의 비전과 맞지 않는다며 본래의 비트코인 구조로 돌아가는 동시에 트랜잭션을 더 담을 수 있도록 블록 크기를 128MB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라이트는 ‘비트코인ABC’와 타협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관철했다. 그는 지난 11월 6일 “ABC를 쓸 거면, 나중에 파산한 뒤 울면서 오지 말라”는 트윗을 올리며, ABC 측 블록체인을 파괴할 목적으로 해시파워를 이용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해시파워를 이용해 거래 내역을 담지 않은 빈 블록을 생성, 온전한 거래들을 망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피터 R.리즌(Peter R.Rizun) 비트코인 언리미티드 수석과학자는 “비트코인 ABC 지지자들을 겁주기 위한 허세”라고 받아쳤다.

이에 개발팀뿐 아니라 네트워크 참여자들도 타협점을 찾기보다 두 진영 중 하나를 택하고 있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캐시 채굴 풀인 코인긱(Coingeek)은 ‘비트코인SV’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비트코인캐시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로저 버의 비트코인닷컴은 최근 ‘비트코인ABC’를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비트코인ABC’와 ‘비트코인SV’는 서로 호환되지 않는 소프트웨어로, 이번 하드포크에서 양측이 각자 업데이트를 진행하게 되면 체인이 분열되게 된다. 만약 두 체인이 모두 살아남을 경우 투자자들은 하드포크를 지원하는 거래소에서 보유한 비트코인캐시와 동일한 비율의 새로운 암호화폐를 얻게 된다.

2017년 8월 비트코인으로부터 분할(Hardfork)돼 나온 암호화폐를 말한다. 비트메인(Bitmain) 회장 우지한(Jihan Wu) 의 주도로 탄생했다. 비트코인의 블록이 1MB로 용량이 제한돼 있는 것과 달리 비트코인캐시는 최대 8MB까지 용량 확장이 가능해 처리 속도가 빠르고 수수료도 저렴하다.(사진_비트코인캐시 홈페이지)

SNS 트위터 설전까지.. 진흙탕 싸움되버린

이번 하드포크 분열은 비트코인캐시(BCH)가 지향하는 업그레이드 내용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는데, ‘비트코인SV’진영의 크레이그 라이트는 이번 하드포크를 진행하며 자신의 SNS 트위터에 “비트코인캐시는 분열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그는 “ABC 측에서 체인에 리플레이 어택 방지 코드를 삽입한다면 똑같은 코드를 삽입해서라도 체인 분리를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블록을 동시에 만들어도 더 긴 쪽이 메인으로 남는 블록체인의 특성 때문에 하드포크 진행 시 다음 블록을 더 빠르게 생성해 더 긴 체인을 유지하는 쪽이 비트코인캐시(BCH)의 메인 체인으로 남게 된다.

이는 곧바로 블록을 만드는 확률을 결정짓는 해시율 점유를 위한 ‘비트코인ABC’와 ‘비트코인SV’간의 전쟁으로 퍼져갔다. 크레이그 라이트는 강력한 해시율을 무기로 비트코인 캐시 ABC를 포함한 알트코인들을 엠티블록(Empty block)으로 공격하겠다고 선포했다. 엠티블록이란, 거래정보가 담기지 않은 채 생성되는 블록이다. ‘비트코인ABC’측이 온전한 블록을 만들더라도 강력한 해시파워를 보유한 ‘비트코인SV’가 ‘비트코인ABC’의 블록체인에서 계속해서 엠티블록을 만들게 되면 체인의 신뢰도와 가치는 훼손된다.

크레이그 라이트의 공격적인 태도에 맞서 ‘비트코인ABC’ 진영의 우지한은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캐시 생태계는 가짜 사토시를 몰아내야 한다”며 비트코인을 채굴하던 비트메인의 채굴기들까지 비트코인 캐시 해시파워 전쟁에 사용할 수 있음을 밝혔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는 블록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같은 채굴기로 효율적인 채굴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다시 크레이그 라이트는 “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우지한과 로저 버가) 비트코인을 판매한다면 가격은 2014년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며 비트코인 덤핑을 시사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듯 무수한 SNS 트위터 설전 속에 비트코인캐시(BCH) 하드포크 전쟁으로 인해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를 포함한 전체 암호화폐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크레이그 라이트(Craig Wright) 본인의 트위터에 비트코인캐시에 대한 생각과 ‘비트코인ABC’ 에 대해 설전을 보이는 모습.(사진_크레이그 라이트(Craig Wright) 트위터 캡처)

하드포크 시작.. 해시파워 전쟁의 승자는?

지난 16일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가 시작됐다. 하드포크 전 마지막 블록은 ‘비트코인SV’진영의 마이닝 풀에 의해서 채굴됐다. 그러나 압도적인 해시파워를 보였던 ‘비트코인SV’는 포크가 시작되자 ‘비트코인ABC’측에 해시파워가 급격히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몇 시간 후 ‘비트코인ABC’진영 로저 버의 비트코인닷컴(Bitcoin.com)에서 하드포크 이후 첫 블록을 채굴했다. 하드포크 후 두 번째 블록 역시 비트코인 닷컴이 가져갔다. 우지한 비트메인 창업자는 “ABC진영의 첫 블록 채굴을 축하하며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네거티브가 없어질 것”이라는 트윗을 남겼다. 반면 이에 대해 ‘비트코인SV’진영의 크레이그 라이트는 트위터를 통해 “해시파워 대결은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 경기”라면서 ABC 진영에게 “섣부른 승리를 예측하지 말라”고 맞섰다.

이번 하드포크의 결과로 두 진영이 분열이 될지, 혹은 결국 하나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거래소들과 투자자들 역시 갈팡질팡하고 있다. 하드포크를 앞두고 바이낸스(Binance), 폴로니엑스(Ploniex), 오케이엑스(OKEx) 등의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하드포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22일 암호화폐 매체인 이더리움 월드뉴스는 현재 ‘비트코인ABC’가 '비트코인SV’보다 채굴된 블록이 많으며, 해시파워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해시 전쟁 외에 다른 전쟁도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캐시(BCH)의 정식 명칭 지정이다.”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캐시(BCH)는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서 코인마켓캡 기준(2018년11월 19일)에 의하면 시가총액 4위이다. '비트코인ABC'가 비트코인캐시(BCH)로 표시되어 있다. 이어 ‘비트코인SV’는 시가총액 100위권 밑으로 한참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전쟁의 승리자로 ‘비트코인ABC’로 우위가 점쳐지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비트코인SV’ 진영의 코인긱(CoinGeek)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해시 전쟁은 끝났다. 비트코인캐시로부터의 영구적인 하드포크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비트코인SV 체인을 발굴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비트코인SV’진영의 대표주자 크레이그 라이트는 지난 11월 29일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SV의 2년 목표는 200만에서 400만 TPS 달성과 블록 채굴 보상 50만 개 돌파, 그리고 블록 확장성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 ‘테라노드 비트코인’의 완성”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ABC’진영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우지한(Wu Jihan) 비트메인 대표가 있다. 그는 가장 큰 해시 파워를 가진 비트코인 채굴풀과 채굴장을 운영하고, 가장 높은 성능의 채굴 ASIC을 제작하는 비트메인(Bitmain)이라는 암호화폐 ASIC 회사의 CEO이다. (사진_나무위키 캡처)

집안싸움은 끝났지만.. 하드포크가 남긴 것은

그러나 이번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사태로 인해 전문가들은 작업증명(PoW) 합의방식 내 거버넌스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생태계 내 다른 많은 참여자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소수가 가진 컴퓨팅 파워가 생태계를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PoW는 모든 노드가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블록 생성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합의방식이다. PoW가 지금껏 탈중앙화 합의방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구나 채굴 가능하며, 해시파워가 분산되어 있어 채굴자들이 자발적으로 해당 체인의 가치를 높이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트코인ABC' 진영의 압도적인 컴퓨팅 파워를 가진 비트메인(Bitmain)과 같은 거대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PoW의 탈중앙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사태에서 확인이 되었으며 이는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탈중앙성과 거리가지한 비트코인닷컴의 로저버가 비트코인(BTC) 멀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비트코인ABC'를 지을 채굴하던 해시파워를 비트코인캐시를 채굴하는 데 돌려 사용했듯, 채굴자들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체인에서 채굴할 수 있다.

하드포크돼 나온 체인의 경우 본래의 체인보다 작은 해시파워가 투입되기 때문에 본래 체인의 채굴자들이 압도적 힘을 이용해 51% 공격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금전적 이윤 추구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감정적 갈등으로 인한 공격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이번 비트코인캐시 분쟁에서도 확인된 바이다. 탈중앙화 디지털 자산 비트코인의 본래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외치던 비트코인캐시 두 진영의 집안싸움은 오히려 비트코인 합의방식의 한계를 보여주며 끝나고 말았다.

또한 이번 사태로 비트코인캐시와 새롭게 하드포크한 두 개의 토큰 모두 신뢰의 기반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비트코인 클래식의 수석 개발자 토마스 잰더(Thomas Zander)는 “두 진영 모두 하드포크를 원하지만 왜 하드포크가 필요한지 논리적 근거를 대지 않는다. 게다가 양쪽 모두 생태계의 의견이나 타협 요구에는 귀를 완전히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탈중앙화라는 암호화폐의 기치와는 전혀 맞지 않게 개인들의 설전과 반목이 비트코인캐시의 미래를 결정지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비트코인캐시가 된 ‘비트코인ABC’와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비트코인SV’가 앞으로 어떤 노선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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