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노사정 타협과 고통분담 함께해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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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노사정 타협과 고통분담 함께해야 성공
  • 김옥경
  • 승인 2015.08.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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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해고 완화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최대 분수령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7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에 반대하며 천막농성중인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과 지도부를 찾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매거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했다. 지난달 8월 6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있은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의 첫 구절이다. 취임 후 4번째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담화문의 정식 명칭을 ‘경제 재도약을 위해 드리는 말씀’이라고 명명했다.

요지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 경제 재도약을 위해 고통을 분담하고 동참하라는 내용이다. 그 동안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수립해 공공·노동·교육·금융의 4대 구조개혁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왔으니 이제부터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도 함께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렇게 한다면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대통령은 공약했다. 이제부터 우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은 이것이 공약(公約)이 될지 공약(空約)이 될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조기 공론화와 입법화로 올해 마무리
“앞으로 3~4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국내적으로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예고되는 가운데, 방만한 공공부문과 경직된 노동시장, 비효율적인 교육 시스템과 금융 보신주의 등으로 성장잠재력이 급속히 저하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담화 내용 중 일부다. 이 담화문이 발표된 날,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전체 차관회의를 주재해 경제 재도약과 4대 구조개혁 완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도출을 목표로 올 하반기까지 핵심과제 완료라는 야심찬 목표까지 주문했다.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한편 주요 노동개혁 법안의 입법까지 완료해 노동개혁 작업을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 12일 제15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통령 담화의 핵심 메시지는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라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과 서비스산업 육성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고 주지시켰다.

이어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 등 정부 조치만으로 시행이 가능한 사항은 추진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며 “연말까지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도록 반드시 실천해 나가겠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의 담화에서도 강조한 바와 같이 국민이 고통을 분담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노동시장 개혁이다. 박 대통령은 노동시장 개혁을 한마디로 청년 일자리 만들기라고 정의했다. 이는 모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상생기반을 마련하는 일인 동시에 기성세대, 기업, 정규직 국민이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청년들이 지금의 좌절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에 정부는 316개소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과 성과주의 확대, 임금체계의 능력·성과 중심 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이러한 개혁의 바람은 30대 기업과 중점관리 대상 사업장 등 민간 부문으로 유도될 예정이다.

더불어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취업규칙 변경 관련 노사 간 성실 협의 지도·지원을 강화하고 청년이 원스톱 취업 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대학 내 청년고용센터를 확대한다는 복안도 추진한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생산성 높이기와 일자리 나누기 촉진과 더불어 비정규직 고용 개선, 원·하청 간 격차완화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직무·능력·성과 중심의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정립이라는 ‘빛 좋은 개살구’다. ‘기업의 공정한 평가에 기초한다’는 이 방안은 기업의 공정한 평가라는 전제에서부터 공정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

일반해고 완화·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쟁점
지난 4월 노·사·정 대타협 결렬 후 사의를 표명했던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4개월 만에 전격 복귀했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발표된 날이기도 해 김 위원장의 복귀는 더욱 주목받았다. 노동시장 개혁의 물꼬가 터일지 모른다는 기대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대국민 담화 발표 후 직접 전화를 걸어 ‘유종의 미를 거둬달라’고 당부하셔서 최대한 잘 마무리 짓는데 헌신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복귀의 변을 밝혔다. 그런 만큼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노·사·정 대타협은 돌아온 그에게 막중한 책무다.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문제가 사실상 마지막 남은 쟁점이기 때문에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슈로 부각됐지만 노동개혁이란 전체 틀을 놓고 보면 그것이 핵심사안은 아니다”라고 운을 띄운 김 위원장은 “우리의 노동개혁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여러 가지 비효율과 불공정성, 격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생계가 위협받지 않도록 노동시장의 안정화와 유연화를 잘 조화시키는 것이 노동개혁의 목표라 할 수 있다”고 부연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치권의 의견은 분분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전국노동위원회 이용득 위원장은 작금의 노동개혁을 두고 ‘해고요건을 더 완화하려는 꼼수’라고 일갈했다.

이 위원장은 “청년고용을 위해 고령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희망퇴직·명예퇴직을 빙자한 권고사직이 횡행하고 있다”며 “이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 양산 등 노동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쉬운 해고와 낮은 임금에 초점을 맞춘 노동 개악 이전에 고용안정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계속해서 “박근혜 정부는 법인세 인하 등 친(親) 대기업 정책으로 불어난 30대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 710조 원이 고용창출과 신규투자로 이어지도록 강제해야 하며, 손쉽게 돈벌이하려는 대기업의 사다리부터 걷어차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청년일자리 20만 개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이 시간제와 단기인턴으로, 계속된 땜질식 처방만 이어가다가는 세대 붕괴에 직면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과감하고도 강력한 청년 일자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공부문·대기업 중심으로 실타래 풀어
정부의 강력한 노동개혁 밑그림에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가 있다. 2012년 이후 계속해서 증가일로에 있는 청년실업률은 2015년 6월 현재 10.2%로, 15~64세 전체 실업률(4.1%)의 2.5배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고용률 측면에서도 전체 고용률이 점차 호전되는 것에 비해 청년고용률은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때문에 ‘3포세대’니 ‘5포세대’니 하는 자조적 한탄이 회자되기도 한다. 이처럼 청년 고용이 저조한 원인에는 저성장과 노동시장 개혁 부진, 현장 수요와 괴리된 대학교육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더욱이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가 본격적으로 고용시장에 투입되는 향후 3~4년간은 정년 연장 시행과 맞물려 그야말로 청년 고용의 절벽사태가 확실히 현실화할 전망이다. 때문에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아버지 세대의 임금을 삭감해 자녀 세대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되뇌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 호소한 고통분담이자 동참의 변이다.

대국민 담화에 앞서 8월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박 대통령은 “기성세대가 조금 양보하고 노동개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청년 일자리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기업의 투자기반을 조성하는 게 절대적이지만 우선은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기업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7년까지 ‘청년 일자리 기회 20만+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공공부문 중심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매진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세부적으로는 ‘정년 연장 등에 따른 단기고용 충격 완화’ ‘현장 중심의 인력 양성 등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청년 고용지원 인프라 확충 및 효율화’로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더욱이 20만+ 일자리에는 실제적인 일자리 외에도 체험이나 기회 제공 횟수까지 포함하고 있어 이런 의구심은 더욱 짙어진다.

이에 대한 의구심은 노동계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청년 고용문제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임은 노동계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밀어붙이기 위해 ‘청년 일자리’를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노동계는 말한다.

지난해 12월 23일 노사정위원회에서 작성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이라는 합의문에는 ‘청년’이라는 단어가 없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노·사·정은 동반자적 입장에서 장기적 관점과 노와 사, 현세대와 미래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적 시각을 가지고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추진한다”는 합의문의 내용 어디에도 ‘청년 일자리’ 문제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노·사·정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3월 이후부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대환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기자회견이나 강연 등을 통해 이런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노동계는 정부가 진정 청년 일자리 창출에 고심하고 있다면 먼저는 여력이 있는 공공부문과 대기업이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시간을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여 일자리를 나누는 ‘노동시간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제안 한다.

분명 노동시장 개혁은 우리가 풀어야할 숙제이긴 하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고통분담이 전제된 해법은 정답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의 담화문 내용처럼 나라와 개인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경제주체 각각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하며, 상대방의 짐을 조금씩 나눠지고, 상생의 지혜를 발휘할 때 진정한 대한민국의 힘찬 미래는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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