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산수화의 대가 옥전(沃田) 강지주(姜智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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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산수화의 대가 옥전(沃田) 강지주(姜智周)
  • 채규진 부장
  • 승인 2015.08.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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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청록과 힘찬 필선으로 펼쳐낸 대자연

   
 
옥전 강지주 화백은 60여년 식지 않는 창작 열정을 전통회화에 쏟아붓고 있는 원로화가다. 현대 전통회화를 얘기할 때 그를 빼놓고는 논하기 힘들 만큼 옥전 강지주 화백의 작품은 유명하다. 투명한 청록색의 수묵담채로 그려낸 산수화는 전통회화에 대한 그의 확고한 인식과 작가적인 신념을 오롯이 품고 있다.
또한 자신의 고향이기도 하며 남화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진도 출신이라는 남다른 사명감 또한 작용했다. 옥전은 갈필을 구사하는 의재 허백련 화백과 중봉을 활용한 둔중한 필법을 표현하는 옥산 김옥진 화백의 관념산수화의 전통을 이으면서 실경산수와 청록산수를 통해 독창적 창작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수묵과 초록색의 비율, 농담의 차이, 채도와 순도의 변화 등을 통해 동양의 정서를 담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표출된다. 옥전 강지주 화백은 “제가 벌써 팔순입니다. 돌아보니 그동안 작품 활동을 해온 것은 행운이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예술의 길은 고행입니다. 누가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재능과 열정이 있어야 하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품을 그린다기보다 천성적으로 그림이 좋아 그림을 그리다보면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 이라고 후배들에게 귀띔한다.
청록산수와 수묵담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동양의 신비적 정서가 담긴 ‘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는 강 화백은 “산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어머니의 치마폭처럼 포근함과 정겨움이 담겨있습니다. 또한 시기와 질투 같은 천박함도 없고 가벼운 경솔함보다는 웅장함으로 심오한 도경의 예술적 경지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옥전의 산수화는 서양화와 마찬가지로 재현성을 기반으로 한다. 현실적인 풍경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작가적 심상으로 재창조한 수묵과 채색으로 실제와는 또 다른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따라서 작가 개인의 조형성과 미적 감각에 의해 재해석된 인위적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현실과 일치시키려 하기보다는 실제와 다르지 않은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강 화백이 말하는 ‘실경산수화’의 요체다.

옥전 산수화의 특징은 단연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의 운용이다. 전통에 대한 학습에서 확보된 수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과감한 색채를 거침없이 사용한다.
때문에 그의 산수화는 여타 산수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고유한 특징을 가진다. 선연한 붉은색이 농염하게 펼쳐지기도 하고, 백록과 청록이 어우러져 화려하게 펼쳐지기도 한다. 고전적인 전통에서 금기시되던 색채의 사용과 수묵·채색의 혼용 등은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대립과 충돌을 통해 그만의 개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넘실대는 청록은 청산녹수로 형용되는 생생한 자연의 생기를 유감없이 드러낼 뿐 아니라, 붉고 노란 원색들은 가을의 서정을 강렬하게 표출해낸다. 원색들은 강렬하지만 경박하지 않고, 산천은 화려하지만 진중하게 본연의 기운을 잃지 않고 있으니, 이는 바로 옥전이 평생을 일궈온 산수의 성과이자 개성이라 호평한다.

옥전 강지주 화백 팔순전에 붙여 미술평론가 김상철 동덕여대 교수는 주지하듯이 산수화는 동양회화 전통을 관류하고 있는 대표적인 화목이다. 현실의 질곡에서 벗어나고자 자연을 통해 그 이상을 구체화했던 산수화는 대단히 오랜 역사적 발전과정을 거쳐 배태되고 숙성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자연에 대한 극진한 관찰과 교감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투영해내는 산수화의 세계는 현실을 바탕으로 이상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것은 팍팍한 현실에서의 인간에게 제공해주는 이상의 피안(彼岸)인 셈이다. 곽희(郭熙)가 산수화의 조건으로 제시한 가망(可望), 가행(可行), 가유(可遊), 가거(可居) 등의 내용들은 바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명쾌한 해설이라 할 것이다.
전통에의 훈도를 거친 원로작가들에게 변화는 대단한 용기를 전제로 할 뿐 아니라 그 성과 역시 담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통해 자신의 작업을 더욱 개성적이고 개별적인 것으로 견인하고 있는 그의 의지와 열정에 경의를 표한다.

   
 
더불어 전통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 그의 이런 회화관 변화는 자신의 실존을 확인하는 것이며, 자신이 속한 현대라는 시공의 가치를 표출하는 것이다. 세속은 세속으로 기록하고, 관념은 관념으로 수용하며 구애됨이 없는 분방함과 자유로움으로 가득한 그의 작업은 어쩌면 진정 또 다시 새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편 강 화백이 즐겨 사용하는 채색산수화란 당채, 진채, 석채 등 화려한 안료로 채색한 산수화를 말한다. 먼 산은 군청색 계열로, 앞쪽산은 녹청색계 또는 그 색을 덧칠하는 경우가 많다. 금니(金泥)를 함께 사용한 금벽산수와 청록산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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