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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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위기론
  • 글_김정숙 기자
  • 승인 2007.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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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굳히기’에 박근혜 ‘발 빠른 행보’
이번 2007년 경선은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이른바 '빅 3'에다 원희룡 전 최고위원이 가세, 4자대결 구도를 이루고 있다. 일단 관심은 새로운 주자들이 계속 가세하더라도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양대구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냐인데,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보’와 ‘안정’을 주요 콘셉트로 하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지난 2년간의 당 대표 재임을 통해 ‘탄핵’ 태풍으로 침몰 위기에 빠진 당을 건져내 명실상부한 제 1 야당으로 부활시켰다는 점을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콘텐츠’가 미흡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근 ‘열차 페리’ 구상 등 다양한 정책공약을 선보이면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고 지난달 말부터는 특유의 '철인 일정'을 진행하면서 이 전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추격전에 나선 상태.

10월 이후 두 달 이상 여야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전 시장은 여세를 몰아 '대세 굳히기'에 나선 양상이다.
한때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던 현대그룹 CEO(최고경영자) 출신인 이 전 시장은 서울시장 재임시절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성공한 추진력을 최대무기로 삼고 있고 이번에는 '한반도 내륙운하'를 화두로 던져놓았다.
'개혁' 이미지의 손 전 지사는 '100일 민심대장정'을 통해 인지도를 높였으나 최근 정체상태에 빠진 지지도에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 비슷한 성향의 원희룡 전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져 자칫 '구도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빅 3' 구도가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2강(强)'과 손 전 지사와 원 전 최고위원의 '2약(弱)' 구도로 분화되면서 관심권에서 멀어질 수 있고 중도개혁 세력의 표도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순신불사(舜臣不死)'를 외치고 있는 이 전 총재의 `귀환 여부'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변수로 꼽힌다.
한나라당 경선전에서 또 하나의 관심사는 과연 두 사람이 경선결과에 관계없이 끝까지 한나라당에 남아 대선을 치러낼 것이냐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진영간에는 벌써부터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등 경선의 룰을 놓고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온라인상에서는 상호 비방·흑색선동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대선을 1년 앞두고 한 시사프로그램이 예비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각 당 예비 대선 후보 가운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은 39%의 지지율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19.7%)와 고건 전 총리(17.9%),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3.8%)를 앞섰다. 열린우리당 후보군인 김근태(0.8) 정동영(1.9) 의원은 민주노동당 권영길(2.1) 의원에 뒤져 있었다.
한나라당과 범여권(고건 전 총리 포함) 단일화 후보에선 결과는 조금 달랐다. 이 전 시장과 고 전 총리의 대결에선 ‘54.2% vs 28.3%’로 이 전 총리의 우세로 조사됐다.
박 전 대표와 고 전 총리가 후보로 나설 경우엔 ‘39.2% vs 42.4%’로 고 전 총리가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 앞섰다. 만일 세 후보가 동시에 나설 경우엔 이 전 시장(42.1%), 고 전 총리(22.8%), 박 전 대표(21.5%) 순이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3, 40대 유권자 투표성향. 이날 방송은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3,40대 후보를 따로 조사했다. 조사대상 320명 가운데 고 전 총리(27.9%)가 이 전 시장(27.3%)을 근소한 차로 앞섰다. 고 전 총리가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 대선과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박근혜 “위기관리 약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지지율 격차 문제와 관련해 그는 “내가 여자니까 위기관리가 약하지 않겠느냐는 생각하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극복해야 될 하나의 편견이고 과제”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아침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에 출연해 “위기관리 같은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힘에 의해 되는 게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는 일생을 통해 위기를 관리하고 극복하면서 살아 온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또한 한나라당 대선 경선방식 변경 논란과 관련해선 “당원의 뜻에 달린 문제다. 당원이 결정하면 거기에 따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100% 국민경선제 도입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여 오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표 측은 '기존 방식의 고수'에 기울어져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달라진 입장으로 평가된다.
열차 페리 구상과 관련해 이명박의 ‘내륙운하’ 정책에 맞불을 놓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에 박 전 대표는 “맞불을 놓을 생각은 전혀 없다”며 “경부운하는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는 국내 프로젝트이고, 이것은 서해안과 중국대륙을 바다로 연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부정했다.
그는 열차 페리 구상과 관련해 “우리나라 서해안을 중국 대륙과 연결시키게 되면 중국 내륙까지 갈 수 있고 그것이 중앙아시아와 구라파까지 갈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자손 대대로 이어질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이회창 전 총재 정계복귀 논란과 관련해 "나라 걱정과 진심어린 마음으로 한 얘기를 정치공학적으로 바라보고 억측하는 것은 이 전 총재에게 결례가 된다"고 일축하면서도 "이 전 총재가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 포럼의 역사교과서에서 5.16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4.19 혁명을 '운동'으로 표현한 것과 관련해 박 전 대표는 “4.19 학생혁명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높인, 숭고한 희생이 따른 혁명”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 탈당 및 임기발언과 관련해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 탈당은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한나라당이 중립내각에 참여하냐 안하냐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야당은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거부의사를 보였다.

전과 많이 달라진 박근혜 전 대표
얼마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캠프에서 회의를 할 때 일이다. 한 참모가 당내 대선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거론, “우리도 뭔가 내놓고, 일도 좀 벌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건의했다. 박 전 대표는 “시간은 충분히 있다. 지금 우리가 나서면 경선이 과열된다. 올해 1월부터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퇴짜’를 놨다. 그러면서 “서둘지 마세요. 그래 가지고 큰 일을 할 수 있겠어요”라고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대로 가고 있다고 할지 모르지만 최근 그의 언행을 두고 ‘전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어시장 상인’으로 좌판에 앉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등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하는가 하면 ‘모성의 리더십’을 역설하면서 지지율 올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다분히 이전시장을 염두에 둔 듯한 행보로 비친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의 한반도운하 계획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운하의 실현 가능성을 묻자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전문가들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며,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6일에도 “운하는 건설이고, 경제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차이를 두고는 ‘검증론’을 들고 나왔다. 전날에 이어 두번째다. 그는 “지금 여론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검증을 거치다 보면 어떤 사람이 국가 지도자가 돼야 하는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고 말했다. 박전대표측은 ‘일반론’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전시장이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덜 검증받은 만큼 향후 지지율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됐다.
당 관계자는 “전 같으면 ‘지지율이 오를 때도, 내릴 때도 있다. 사심 없는 신뢰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며 간단히 답하고 끝냈을 텐데 최근에는 같은 말을 하면서도 ‘살’이 붙었다”고 평했다.
박전대표의 지지율 제고 ‘의지’는 이전시장의 고향으로 ‘적진’인 포항과 박전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대구를 함께 방문한 지난해 12월 5일 행보에서 잘 묻어났다. 박전대표는 이날 대구 계명대 초청 특강에서 “저를 언니나 이모처럼 생각하고 ‘싸이’에 글도 올리고 e메일도 보내라”고 ‘구애 공세’를 펼쳤다. 다음날인 대전 목원대 강연에선 자신의 대학 전공(전자공학)을 맞힌 학생과는 “단둘이”, 미니 홈피에 ‘1촌 평’을 쓴 학생과는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재연됐다.
그의 변신은 포항 죽도 어시장 방문 때 정점에 달했다. 한 상인으로부터 빨간 장화, 조끼와 긴 비닐 앞치마를 빌린 뒤 “대게 사세요…”를 외치며 1만5천원짜리 대게와 생선을 10여분 만에 27만원어치 팔았다. 또 지역 명물인 과메기를 맛보라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 “제가 얼마나 좋아하는데요”라며 새빨간 초장을 입술에 묻혀가며 맛있게 먹었다. 박전대표가 ‘어머니의 리더십’을 자주 거론하는 것도 이전시장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보인다. 목원대 강연에서 그는 “여성으로서 당 대표도 했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극복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 박전대표는 강연 때마다 “여성이다보니 좀 손해를 보고 있는데, 가정이 위기에 있을 때 누구보다 강한 게 어머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이명박 당선’ 최다 예측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한 명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정치·사회 여론조사를 맡고 있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언론사가 지난해 말 여론조사 전문가 10명에게 개별적으로 e-메일을 보내 실시, 지난해 12월 18일 보도한 이른바 ‘빅3’ 당선확률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 전시장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에 대해 최소 30%에서 최대 60%까지로 답했다.
이는 응답자의 평균 47%가 이 전 시장이 당선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수치를 크게 넘어선 것.
이에 비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7%, 고건 전 국무총리는 20%의 당선 확률 평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금은 비록 지지도가 미미하거나 이름이 드러나 있지 않지만 빅3 외에 최종적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 4명씩 적어달라’는 요청에 8명의 전문가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가능성이 있다’고 답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로 7명의 전문가로부터 지명을 받았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각각 3명의 전문가로부터 후보로 꼽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한명숙 국무총리, 박원순 변호사 등은 각각 2명의 전문가들로부터 후보로 꼽혀 4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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