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김무성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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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김무성의 선택은.
  • 박정훈
  • 승인 2015.08.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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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강력 반발, 내년 총선 여야 동시 오픈 프라이머리 사실상 불가

[시사매거진]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이 정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김무성 취임 1주년, 야당에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촉구
지난 7월 13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에서 일부는 전략공천을 하고 나머지는 상향식 공천을 한다는데, 그렇게 해서는 국민이 바라는 공천 개혁을 이뤄낼 수 없다”면서 “여야가 같은 날 동시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할 것을 야당에 다시 한 번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치인생에서 꼭 하나 남기고 싶은 게 있다면, 당원과 국민이 실질적 주인이 되는 정당민주주의의 확립”이라며 “만악의 근원인 공천 제도를 혁신해 민주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14일 전당대회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기 위해 당 대표가 되려고 한다”는 공천 혁명을 약속하고, 공천제도 개혁을 위해 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공천제도 개혁안을 마련토록 했다. 이에 혁신위는 작년 연말 ‘전략공천’을 전면 폐지하고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 방안을 확정했고 지난 4월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확정지었다. 이후 김 대표는 지난 6월 초 ‘국민공천제 추진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간에서는 김 대표가 이처럼 애착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이 18ㆍ19대 총선에서 공천학살을 경험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2008년 총선 때는 친이계가 주도한 공천에서 ‘친박계’로 찍혀 낙천했는데 바로 다음 총선에서는 공천을 주도한 친박계가 자신을 ‘탈박’으로 낙인찍어 낙천했다. 이 정도면 ‘공천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신념이 확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국회의장, 내년 총선 도입…시기적으로 늦어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는 대통령후보 등을 정하는 예비선거(Primary)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당원에 국한하지 않고 국민 누구에게나 개방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즉, 정당의 대통령후보 등을 당원이 아닌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다는 점에서, 개방형 경선제, 국민형 경선제, 완전국민경선제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오픈프라이머리의 장점은 상향식 투명공천을 지향할 수 있고, 국민이 직접 뽑는다는 점에서 국민후보라는 명분을 제고할 수 있으며, 정당원보다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국민이 참여하기 때문에 참신한 정치신인을 발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대국민 관심유발로 경선 흥행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면, 오픈프라이머리의 단점은 정보의 부족 등으로 인해 정치신인보다는 인지도 있는 현역프리미엄을 가진 기존 정치인이 선택될 수 있고, 정당정치의 근간인 진성당원과의 충돌가능성이 있으며, 타 정당후보가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찍는 ‘역선택’의 가능성도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예비선거권자가 넓기 때문에 더 많은 조직 및 금품을 동원할 우려가 있다.

때문에 새누리당 김 대표의 내년 총선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추진에 대해 반대 의견이 속출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하기엔)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정 의장은 “4년 내내, 또는 최소 2년은 예비후보들이 등록을 해 인지도를 높일 시간을 줘야 되는데 지금 선거가 9개월 남았다”며 “지금 논의하고 결정해 몇 달 후에 한다는 건 페어(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일반국민 참여도가 없다는 게 현실적 한계이고, 여야가 동시에 해야 ‘역투표 현상’이 없어지는데 그렇게(여야 동시 실시) 되기 힘들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 지난 7월 24일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여야 동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20대 총선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은 새로운 정국을 맞고 있다.

새정치 혁신위 공식적 반대 표명, 새 국면 돌입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당초 김 대표의 20대 총선 여야 동시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전 원내 대표는 김 대표의 발언 직후 한 라디오와의 통화에서 “오픈프라이머리라는 것은 사실상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고, 공천 민주화를 하자는 것”이라며 “(오히려) 새누리당이 말로만 그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기가 힘들 것”이라며 “공천 민주화가 돼야만 여당은 청와대 거수기에서 벗어날 수 있고 야당은 계파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정치 신인에게 장벽이 더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현재 공천제도 역시 신인에게 장벽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를 어떻게 낮추고 국민이 투명한 공천권을 행사하게 하느냐가 문제”라면서 ‘톱투(Top-Two) 오픈프라이머리(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모든 후보 중 두 명이 결선투표를 치르는 방식)’를 적용해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의 당내 공식입장 역시 “오픈프라이머리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만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선거구에 적용하지는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24일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여야 동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20대 총선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은 새로운 정국을 맞고 있다.
이날 새정치연합 혁신위 정채웅 대변인은 기지회견을 통해 “새누리당이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는 기존 기득권 질서를 고착화하기 위한 독과점 체제일 뿐”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현재 오픈프라이머리가 국민에게 공천권을 되돌려 준다는 명분하에 마치 계파를 타파할 수 있는 것처럼 논의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며 “오픈프라이머리는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공천제도가 아니라 미국의 특수한 정치 환경에서 탄생·발전해온 공천제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미국 19개주 정도가 실행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지에서도 조직동원 선거다. 웨스트버지니아에는 1959년부터 상원의원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1980년대 중반부터 상원의원 해온 사람들도 많다”며 “현역과 신인 정치인 간 공정한 경쟁 기회를 제공하지 않으면 세습구조로 전락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치 신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게 해주려면 사전 선거운동 금지를 폐지해야 하는데 그러면 선거의 과열, 혼탁, 정치비용 증가를 막을 수 없다”며 “오픈프라이머리를 법으로 도입해 강제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이 경선에 참여하는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새누리당이 제안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면서 “국내 정치적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으로 제도를 강제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픈프라이머리 시행을 위해서는 ▲현행 기득권 정치구조를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 ▲정당정치를 통한 책임정치가 실종될 수 있는 문제점 ▲사회적 약자 배려에 취약할 수 있다는 문제점 ▲특정 계층만을 대변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결과제를 위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오픈 프라이머리 강제는 위헌’ 지적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도 혁신위와 입장을 같이 했다. 문 대표는 지난 7월 24일 문 대표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모든 정당에, 모든 지역에서 일률적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당원들의 의사를 더 존중하는 그런 정당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모든 정당에 대해서 강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경선이 필요 없는 지역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당 자율에 의한 선택에 맡겨야 한다”며 “(오픈프라이머리가) 기존 현역(의원)들에게 유리한 제도인 것도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역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정의당 문정은 대변인은 지난 7월 24일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민심을 심각히 왜곡하는 것”이라며 “우리당 심상정 대표가 누차 지적했듯, 국민은 정당 공천을 제대로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지 공천권을 달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반대 이유를 붙였다.
아울러 “오픈프라이머리가 명망가와 중진들에게 유리한 제도임은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다”면서 “이것을 제도화하는 것은 정치신인의 진출을 차단하고 기존 정치권의 기득권을 더 공고히 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당론으로 정한 상황이고, 김 대표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여당이 단독으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새누리당 국민공천제 태스크포스(TF)는 여당 단독으로라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긴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정치신인에게 불리한 점, ‘역선택’ 우려 등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새정치연합 혁신위의 반대 의사 표명 후 “(야당이 거부했다면)아주 원론적인 차원에서의 오픈프라이머리는 안되는 것이다. 원래 오픈프라이머리는 여야 같은 날 했을 때 가장 완벽한 형태의 오픈프라이머리가 된다”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여당은 여당대로 방법을 찾아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야당에게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말해 여당 단독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추진의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시사했다.

결국 칼자루는 김 대표에게 넘어간 샘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이 무산된다고 해도 반대한 야당에게 책임론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김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 승리의 조건으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내걸은 김 대표의 입장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도입이 어려워진 여야 동시 오픈 프라이머리를 그가 어떤 식으로 풀어내 ‘공천 개혁’을 이루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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