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통합신당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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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통합신당 추진
  • 글_김정숙 기자
  • 승인 2007.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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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열린우리 ‘통합신당’ 추진 가속화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사실상 통합신당을 추진키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김근태 의장 등 비상대책위는 지난해 12월 13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가진 워크숍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올해 2월 14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박 의원은 브리핑에서 “85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당 진로는 평화 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이었고, 전대 성격도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하는 전대여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며 “비대위원들도 당 진로나 전대 성격에 대해 이런 기초를 토대로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회의에 앞서 발표한 대국민 성명에서 “지역주의에 기대 민주당과 통합해선 안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하며, 평화와 번영, 개혁이라는 원칙하에 대통합을 이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이와 함께 전대 이후에 들어설 새 지도부는 의원총회에서 합의추대키로 결정했으며 조만간 전대준비위를 구성키로 했다.
그러나 배기선 의원 등 중도파 비대위원들은 설문조사가 대표성이 없다며 비대위 결정에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특히 박 의원의 브리핑 뒤 “평화 개혁세력 대통합은 통합신당파의 주장을 수용한게 아니라 당의 미래에 대한 원칙적 지향점을 담은 중립적 표현”이라고 박 의원과 다르게 설명했다. 당 사수를 고수해온 친노직계도 비대위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여당의 내분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사수파의 이광철 의원은 “비대위가 권한을 넘은 결정을 했다”며 비대위 해체를 주장했다.
정치권 이합집산의 키를 쥐고 있는 여당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범여권의 정계개편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여당의 빨라지는 분화 움직임에 민주당의 구심력 상실까지 맞물리면서 고건 전 총리 중심의 신당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이날 소집된 비상대책위 회의에서도 신당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중도파 위원들의 설득이 있었으나 다수인 신당파 위원들은 신당 창당을 결정짓는 전대준비위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내분이 격해지는 사이 고 전 총리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그는 12월 23일을 전후 자신의 지지모임인 희망한국 국민연대 회원 3,000여명과 함께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걷기대회를 개최했다. 자신을 중심으로 한 신당 추진의 동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또 여당내 신당파 중 상당수가 고 전 총리가 내세운 중도실용주의에 코드를 맞추고 있어 여당의 내홍이 격화될수록 그의 신당이 범여권 정계개편의 핵심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편,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주도해 통합신당론 등 당의 진로를 놓고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5명 정도의 의원만이 설문에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은 139명이어서 설문에 불참한 의원은 50여 명에 이른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15일 “어제 20여 명의 응답지가 회수됐고, 오늘 60명 안팎이 응답해 참여 의원이 85~86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참여 부족으로 설문조사 결과가 당 소속 의원 전체 의견에 대한 대표성을 갖기 어려워진 만큼 이를 토대로 당의 진로를 정할 경우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신당파와 친노파 등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이상민 의원은 “설문조사를 통한 의사 결정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참여하지 않았다”며 “지도부가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결과를 낳은 데 대해 지도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친노파인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 대표 김형주 의원은 “이번 결과는 비대위에 대한 시위이며 지도부의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며 “통합신당에 반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말했다.
다른 한 친노파 의원은 “당의 설문조사 방침에 반대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직격탄 편지’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의장계가 정치적 상처를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대변인은 “설문조사는 세몰이용이 아니라 기초 자료 조사용이었기 때문에 지도부가 참여를 독려하지도 않았고 응답 의원 숫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지도부 리더십을 운운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 사수파의 기세가 오를 게 분명해 당내 세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열린우리당, 신당파는 누구?
신당 추진의 방법과 속도에 있어서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열린우리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신당을 추진한다는 공감대가 각 계파와 의원모임들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신당파의 기본 인식은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의 정치 실험을 실패로 생각하고 있으니 2002년 대선 당시의 지지기반 회복을 위해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 등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민심론’에 기반하고 있다. 서울의 한 신당파 중진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정점으로 한 민주세력은 90년대 중반 평민당→신민당→민주당→국민회의로 세 차례나 당 간판을 바꿔단 적이 있다”며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지 3년밖에 안됐지만,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으면 당을 새로 만들 수밖에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당 정상화를 위한 의원 모임(강혜숙 김선미 김태년 김형주 박찬석 백원우 서갑원 신기남 유기홍 유시민 이광재 이광철 이원영 이화영)으로 대표되는 사수파를 제외한 절대 다수 의원들이 당초에는 범(凡)신당파로 분류됐지만, ‘광장’과 ‘처음처럼’ 소속의 중진 및 소장파 의원들이 중립노선으로 선회함에 따라 신당파의 기세가 다소 위축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여당 의원들의 과반수를 훨씬 상회하는 신당파가 향후 정계개편의 키를 쥐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략 80여명으로 추정되는 신당파 의원들은 크게 중도실용파와 정동영(DY)계, 김근태(GT)계로 나눌 수 있다.
당내 실용파는 신당 추진에 가장 적극적인 그룹으로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 : 김명자 김성곤 박상돈 변재일 서재관 신학용 심재덕 오제세 우제항 유재건 유필우 이계안 이근식 이시종 정의용 정장선 조배숙 조성태 주승용 홍창선 등)과 실사구시(강봉균 우제창 채수찬), 국민의 길(강성종 김낙순 김재윤 노웅래 노현송 우윤근 이상경 전병헌 제종길 한광원 등) 등을 꼽을 수 있다.
신당파의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전병헌 의원은 “신당 논의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당이니 하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아이를 낳기도 전에 ‘얘는 기형아’라고 판정을 내리는 것과 같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사수파를 비판하기도 했다.

신당파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는 김성곤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 열린우리당을 주도해온 것은 개혁세력이고, 실용세력은 이들을 따라가는 수준이었다. 여당이 이념적인 개혁에 매몰돼 지지도가 떨어졌는데 앞으로는 중도성향 의원들이 앞장서고 개혁세력은 옆에서 도와주는 식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실용주의 성향의 신당파 의원 상당수가 민주당 및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에도 적극적이라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충청과 호남의 연합 없이 대선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논리로 국민중심당까지 연대의 폭을 확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이도 있다.
일부 신당파 의원들은 고 전 총리와 민주당 의원들을 지난해 12월 19일 토론회에 초청할 것을 한때 검토했으나 당내에서 고건 추종세력으로 몰릴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이를 취소했다.
희망포럼21(박명광 양형일 장경수 최규식 등)의 경우 보수적인 색채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민주세력대통합론에 공감하는 정동영(DY)계 다수의 논리에 따라 이들 그룹과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고 있다. 바른정치실천연구회 출신으로 2월 전당대회에서 ‘정동영 당의장’을 지원했던 의원들도 신당 불가피론을 펴고 있다. 김한길 원내대표와 김현미·민병두·박영선·이강래·이종걸 의원 등이 이 같은 범주에 속한다.
민주평화국민연대(강창일 노영민 문학진 선병렬 우상호 우원식 유선호 유승희 이기우 이목희 이인영 장영달 정봉주 최규성 홍미영 등)의 GT계도 실용파나 DY계만큼 큰 목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신당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총론에서는 차이가 없다.
정봉주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지금은 누구를 선장으로 뽑느냐보다는 고장난 배를 없애고 새로운 배를 만들지(신당 창당) 않으면 수리할지(리모델링)를 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대에서 노선을 결정한 뒤 새 지도부에 당의 진로에 대한 전권을 맡기자는 생각이다. 전당대회 표 대결로 사수파를 완전히 제압해야 신당의 정치적 명분도 공고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문학진 의원은 “파열음이 나는 전대를 피해야 하지만 전대를 하자는 사람들이 있다면 피해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선병렬 의원의 경우 중도파와 실용파, 민평련의 주장에 모두 동의한 케이스다. 선 의원은 “모두가 올바른 주장을 담고 있어서 서명에 응했지만, 전대에서 당 해체를 논의하는 것이 당연하다. 호남지역 사수파 의원들과도 얘기해봤는데 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더라”고 전했다.

큰 목소리 신당파, 위축되는 중도파
특정계파나 의원모임에 소속된 것은 아니지만 비대위의 박병석, 이석현, 수도권의 김덕규, 노웅래, 안영근, 임종석, 천정배, 최재천, 호남의 김동철, 김춘진, 염동연 의원도 신당 논의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특히 안영근 의원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이 ‘노무현당’으로 인식되고 있으니 의원들이 당 진로를 스스로 결단할 수 있도록 대통령은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수순”이라며 대통령 탈당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여기저기에서 서명운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보니 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의원 설문조사가 ‘찬밥’대우를 받은 것도 기현상이다. 의원 설문조사가 마감된 15일 현재 전체 139명중 80여명의 의원들만이 이에 응했기 때문이다. 사수파와 중도파가 불참한 것은 물론이고, 당 지도부가 사수파의 반발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일부 신당파들의 불만이 표출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고 신당파가 강경론 일색으로 흐르는 것만은 아니다. 실용파로 알려진 신학용, 심재덕, 안영근, 오제세, 유재건, 유필우, 이근식, 홍창선 의원은 조급한 통합논의를 비판하는 중도파의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신학용 의원은 “90년대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차기 대선을 6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서 당적을 이탈하고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했는데 노 대통령도 이런 흐름을 외면할 수 있겠냐?”며 “탈당을 종용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을 너무 자극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선병렬 의원은 “대통령이 당을 떠나도 정치 현안에 목소리를 계속 높인다면 탈당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영남 의원들의 경우 상당수가 중도실용 노선에 가깝지만,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노 대통령과의 결별을 주저하고 있다. 영남의 한 의원은 “친노 대 반노의 구도보다는 중도실용 이념을 구현하는 게 더 중요하다. 임종인 의원 같은 좌파만 배제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신당파가 이처럼 목소리를 높임에 따라 당 내분을 봉합하고자 했던 중도파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움츠러들게 됐다. 광장(문병호 문희상 오영식 원혜영 유인태 이미경)과 처음처럼(안민석 윤호중 조정식 최재성 한병도), 친노성향 중진그룹(김원기 김원웅 김희선 배기선 이해찬 정세균 한명숙)이 여기에 해당한다.
임종인, 이상민 의원은 사수파와 신당파 모두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과거 DY계로 분류됐던 정청래 의원은 의원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는 등 신당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사수파와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한 방송사가 지난해 12월 13일 전국 19세이상 남녀 8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7.3%는 “열린우리당이 두 개의 당으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가운데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이 당내 일각의 통합신당 흐름을 ‘자폭테러단’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대한 논의와 관련해 그는 “전당대회가 아무런 항로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발전적 해체를 결정하는 자폭의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 자폭테러단은 적이라도 죽이고 산화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성급한 자폭은 한나라당만 이롭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친노 그룹과는 전혀 다른 흐름에서 제기된 ‘신당파 비토론’이다. 그러나 서명운동 등을 통해 세몰이에 나선 일부 신당파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지는 미지수다.
김 의원의 주장은 ‘선 리모델링, 후 대통합’으로 요약된다. 그는 “신당을 말하려거든 어떤 정신과 노선을 가진 정당을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겠다는 정도의 준비는 하고서 신당 추진을 주장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을 때 그들이 말하는 신당은 조소의 대상이 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통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치권 외부의 시민사회로부터 새로운 동력이 형성돼야 한다”며 “이들이 뉴라이트처럼 새로운 강령을 제시하고 조직적으로 정치운동의 전면에 나설 때 비로소 대통합의 기운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당은 현재의 대선국면에서 정계개편을 주도할 동력을 상실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민주당, 고건파 정도를 아우르는 호남 통합에 그치면 현실적으로 대선,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거기에는 아무런 희생도 감동도 없기 때문이고 오직 정치적 현찰만 좀 더 보유하는 정도의 의미만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한 “당내의 신당추진 논란이 무엇을 둘러싼 논란인지 그 정체가 모호하다”며 “우리당 신당 논의가 건강하지 못하고 또다시 과거 정치의 부정적 유산을 답습하겠구나 하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당 추진론자들은 열린우리당이 이미 생명을 다한 죽은 정당이므로 신당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말하지만, (그러면) 혼비백산해 정신없이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에게 구명의 길은 오히려 멀어진다”면서 “탄핵 이전에 자랑스럽게 달았던 (국회의원) 뱃지의 가치를 탄핵 후폭풍이 아니었으면 당선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미의 ‘탄돌이’라는 조롱거리 수준으로 스스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책임을 노무현 대통령 1인에게 돌리고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까지 부정하며 조급하게 신당을 추진하는 것은 그런 비아냥을 더욱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정히 신당을 주창하려 한다면 대통령 후보 희망자들이 출마포기 선언을 하고 국회의원들은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이라도 해서 국민 앞에 희생의 번제물을 바쳐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그래야 그 진정성이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통합신당 추진이 민주당으로부터의 분열에 대한 반성적 회귀라면 이건 거의 정치적 코미디 수준”이라며 “열린우리당의 비극이 분당한 데서부터 시작됐다는 인식은 참으로 몰역사적인 자기부정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의 분당이 안 됐다 하더라도 지금쯤 똑같이 노무현 쫒아내기나 신당 추진이 음모되거나 주장되고 있지 않겠느냐”며 “분열이 실패를 낳은 것이 아니라 실패가 분열을 낳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과의 통합은 배타적이지는 않되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느긋하게 이뤄가야 할 문제”라면서 “매달리고 집착할수록 ‘盧 빼고, 창당주역들 빼고’ 하는 식의 수모를 겪을 뿐이고 일의 성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합을 추구할 명분과 흐름이 만들어지고 대통령의 존재가 장애가 된다면 대통령 스스로 길을 비켜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密雲不雨’
2006년 한국사회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密雲不雨’(밀운불우)가 선정됐다. 교수신문이 지난해 12월 5~11일 교수신문 필진과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교수 2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1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정치ㆍ경제ㆍ사회를 풀이할 수 있는 사자성어로 전체의 48.6%가 ‘密雲不雨’(밀운불우)를 꼽았다.
‘밀운불우’란 ‘구름은 빽빽하나 비는 오지 않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여건은 조성됐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뜻한다.
교수들은 상생정치의 실종, 대통령 리더십 위기로 인한 사회적 갈등, 치솟는 부동산 가격, 북한 핵실험 등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 정치ㆍ경제ㆍ동북아 문제로 인해 사회 각층의 불만이 폭발 직전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밀운불우’에 이어 22.1%는 어설픈 개혁으로 오히려 나라가 흔들렸음을 의미하는 ‘矯角殺牛’(교각살우)를 꼽았다.
한국사회의 모순이 해결될 전망이 보이질 않는 것을 빗댄 ‘萬事休矣’(만사휴의, 11.1%), 개혁과정에서 미흡한 전략과 전술로 강고한 기득권층과 맞서려는 행태를 묘사한 ‘螳螂拒轍’(당랑거철, 9.1%) 등도 3, 4위에 들었다.
교수들은 또 ‘2006년 한국사회에서 안타까운 일’로 북한 핵실험(23.1%), 부동산 정책실패(18.3%), 황우석 전 교수 논문조작 사건(7.7%),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 위기(6.75%), 한미 FTA 졸속 추진(5.3%) 등을 꼽았다.
‘2006년의 기쁜 일’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절반(50.0%)이 ‘없다’고 답하거나 답변을 하지 않았으며 21.2%가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이라고 답했다.
이밖에 ‘기쁜 일’로는 수출 3천억 달러 달성(8.7%), WBC 대회에서 한국야구의 선전(3.4%),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약진(1.9%), 하인스 워드 모자(母子) 이야기(1.9%) 등이 꼽혔다.
‘2006년 의미있는 실천가’로는 12.0%가 ‘악조건 속에서 제 자리를 지키거나 이름 없이 남을 도운 이웃들’이라고 답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11.1%)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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