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아파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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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아파트 논란
  • 김정숙 기자
  • 승인 2007.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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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반값아파트’ 논란, 문제는 역시 ‘돈’
민간아파트 값 낮춰 최장 50년 임대, 실효성 논란

‘반값아파트’(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투자기관인 한국토지공사 산하 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이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에 대해서는 임대료를 내고 건물만 분양받는 방식이다. 토지공사 산하 국토도시연구원의 조영태 연구원은 ‘주택 공영개발의 이론적·경험적 검토’라는 제목의 연구자료를 통해 반값아파트의 실현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막대한 재정 부담, 기존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 전세보다 불리한 제도 등으로 현실성이 낮다는 것이다.

주공은 토지 임대료를 전세 보증금으로 받을 경우, 재정 부담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주공은 충남 연기·공주에 건설되는 행정중심 복합도시에 대해 모의 실험한 결과 임대료를 통해 2,40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연구원은 판교 신도시(280만평) 전체를 토지임대부로 공급할 경우, 약 8조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향후 10년 간 개발 예정인 1억3,000만평의 공공택지를 전부 이 방식으로 할 경우, 매년 104조원, 10년간 1,040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임대료에 대한 논란도 크다. ‘반값아파트’ 모델을 처음 제시했던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수도권에서 30평형대 아파트의 토지 임대료는 월 30만원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연구원이 판교신 도시 33평형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월 30만원이 아니라 109만원이 든다고 주장했다. 주공도 토지 임대료는 홍 의원의 주장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송파신도시에 대해 반값아파트를 모의 적용해 본 결과 50평형 아파트의 땅값 임대료는 월 185만 원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값아파트 공급이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견해차가 크다. 주공은 반값아파트로 집값 안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송파신도시 인근 50평형 아파트가 시세 15억원이나 반값아파트 방식으로 공급할 경우 건물값 2억7,000만원에 토지 임대료를 매달 185만원 정도로 예상했다. 30년동안 살 경우 집값 2억7,000만원에다 토지 임대료 6억6,000만원 등 9억3,000만원 정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조 연구원은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 집값(1997~2005년)이 84% 올라 이 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미국(79%)보다 가격이 더 올랐다고 밝혔다. 한 부동산 전 문가는 “우리나라에선 집이 전통적으로 재산의 제일 첫 기준이 라는 인식이 있다”며 “반값아파트가 공급되면 상대적으로 일반 분양 아파트가 줄어들 것인데 투자가치가 높아지는 일반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토지공사 관계자는 “조 연구원이 올초 이같은 연구보고서를 만들어 연구소 공식 소식지를 통해 발표하려 했으나 토공의 입장과 배치돼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개인적 관심에서 나온 자료일 뿐 토공의 공식 입장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반값 아파트 어떻게 추진되나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안으로 ‘토지임대부 주택분양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한주택공사가 이미 지난해 8월 청와대에 토지임대부 주택공급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 데다 한행수 사장이 “올해 시범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반값 아파트 공급이 가시화하고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 방안의 검토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의 당론으로 채택된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은 토지와 주택을 함께 분양하는 현행 주택 공급방식에서 벗어나, 토지는 임대하고 주택만 분양해 분양가를 절반으로 떨어뜨린다는 방식.
한 사장은 “주공이 도입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으며 정부 방침이 정해질 경우 시범 실시하겠다는 뜻”이라고 한 발 물러섰지만 한 사장이 이날 오전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과 조찬회동을 한 데 이어 청와대도 방문했던 것과 연관지으면 단순 검토 차원은 넘어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어느 곳이 시범 실시될 지도 큰 관심거리다. 헌재 토지임대부 분양 주택이 시범적으로 도입될 지역으로는 파주ㆍ운정신도시를 거론되고 있다. 또 광교신도시와 김포신도시, 양주 옥정지구 등도 후보지역으로 꼽힌다. 이들 지역은 아직 실시계획승인이 나지 않아 주택공급 방식을 변경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주공이 추진할 토지임대부 주택공급 방법은 청와대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과 같거나 유사하게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토지임대부로 아파트를 분양할 경우, 민간아파트 대비 분양가 하락폭은 대략 30%에서 많게는 70%. 말 그대로 파격적인 저가공급인 셈이다. 그만큼 중산층 및 저소득층의 주택 소유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공공기관이 토지를 보유함에 따라 개발이익의 사유화도 막을 수 있다. 주공이 생각하는 임대기간은 최장 50년이며, 상황에 따라 전매 금지 기간을 10~20년으로 탄력 조정하게 된다. 전매 금지기간이 끝나면 주택 소유자가 건축물에 프리미엄을 붙여 되팔 수 있으며, 불가피하게 전매 기간 내에 팔면 주공이 정기예금 금리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환매하게 된다.
‘반값 아파트’ 공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느 지역에 공급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주거환경이 좋은 지역에 비교적 고급 주택으로 지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재정적 부담이 만만찮을 것”이라며 “반대로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수도권 외곽으로 공급이 몰릴 경우 수요가 없어 집값안정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일단 도입키로 결정을 한다면, 신도시처럼 수요가 있는 지역에 쾌적하게 지어야 효과가 있으며 만약 변두리지역에 중소형 위주로 밀집시킬 경우 미분양 또는 영세민촌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토지임대부 주택의 도입 취지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건국대 고성수 교수는 “다양한 방식의 주택 공급이란 측면에선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특정지역에 소량 공급될 경우 집값은 못 잡고 투기만 재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토지 매입에 필요한 정부 재정 투입의 당위성도 논란거리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결국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야 하는데 이럴 경우 집값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까지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격이 돼 서민들의 세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며 “오히려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늘리고 품질을 높이는 방법이 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토공은 속앓이 중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반값 아파트 법안’의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을 놓고 한국토지공사가 속앓이 하고 있다. 토지공사는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보고서를 작성해 놓고도 공식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
토지공사 측은 이에 대해 “괜한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토지공사의 속앓이가 간단치 않다.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은 내년쯤 가시화 될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 논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가 “토공, ‘반값 아파트’ 정면 비판”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언론사는 최근 사설에서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을 주택공급제도에 있어서의 ‘혁명’이라고 규정했다. 이 기사는 토공 산하 국토도시연구원의 한 보고서를 근거로 작성됐다.
'주택 공영개발의 이론적·경험적 검토'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대지 임대부 주택분양’에 대해 △막대한 재정부담 △기존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 △전세보다 불리한 제도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집값 안정에도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은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주택공사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제시한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방안에 대해 토지공사 연구소가 이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면서 마치 토공이 최근에 이 보고서를 내놓은 것처럼 소개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
이 보고서는 이미 지난 3~4월경에 작성되기 시작했고, 토공의 공식 보고서라고 보기도 힘들다는 것이 토공의 공식 입장이다. 토지공사의 한 관계자는 “요즘처럼 민감한 시기에 왜 오해를 부를 만한 보고서를 내놓겠느냐”면서 “예전에 만들어진 한 연구원의 개인적 연구결과물이 토지공사의 공식 입장인 것처럼 보도돼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보고서는 지난 5월 서울시장 선거 전후의 시기에 작성됐지만, 토공은 이 보고서가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이유로 토공의 공식 보고서로 채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홍준표 의원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 할 공기업인 토공이 반대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토공이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을 다룬 보고서를 작성해 놓고도 공식 보고서로 채택하지 않는 등 이 분양 방식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데에는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있는 듯하다.
이는 주택공사가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에 대해 취하고 있는 행보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주공은 이 방식에 대해 연일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홍준표 의원만큼 주공도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의 전파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한행수 주공 사장은 지난해 12월 13일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도 필요하다고 보며 내년에 일부 지역에서 이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이 조만간 현실화되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돼, 주공의 부사장이 그날 곧바로 청와대로 불려가 한 사장의 발언 경위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정부 차원에서 결정되지 않은 사안을 주공이 나서서 언론에 흘리고 다니면 되느냐는 게 청와대의 질책 내용이었다.
주공은 하루 뒤인 12월 14일에도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을 채택해도 사업자에게는 순이익이 남는다”는 내용이 담긴 ‘공영개발 확대와 토지 및 주택공급 방식의 다양화’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재정난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에 대한 비판론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주공은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토공은 이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보고서를 작성해 놓고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묘한 분위기를 주공과 토공 간의 통합 논의와 연결 지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토공의 속앓이 사연
주공과 토공 간의 통합 문제는 이미 홍준표 의원이 '반값 아파트' 법안과 함께 지난달에 관련 법안을 발의해 놓은 단계에 이르러 있다.
물론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초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직 통합에 따른 갈등과 마찰을 우려해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두 기관 통합 문제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대선 주자로 나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 7일 “두 기관을 기능적으로 합쳐도 될 것”이라며 두 기관 통합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내에서도 수차례 두 기관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홍준표 의원은 아예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두 기관을 반드시 통합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홍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땅장사를 통해 부동산 가격 급등의 주범이 된 토공은 주공과 최대한 빨리 통합돼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인수위가 결성되자마자 통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 속에서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에 대해 주공이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고 있는 것은 두 기관 통합에 있어 주도권을 주공이 쥐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인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이 채택돼 확산될 경우 주택을 지을 권한이 없는 토공의 역할은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토공이 주공에 흡수통합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토공으로서는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다. 조직을 건사하려면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에 대해 공세적 입장을 취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주공으로의 흡수통합이 싫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 것이란 사실을 토공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토공 측은 “내년 초까지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을 포함해 여러 가지 새로운 주택공급 방식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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