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쇠고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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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쇠고기 논란
  • 글/이종철 취재본부장
  • 승인 2006.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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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국내 반입 '한국인이 봉'
12월 본격 판매 앞두고 이미 국내 시장에 유통, 소비자 불안 가중

광우병 원인체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금지 기간 중 버젓이 국내에 반입돼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진 2003년 12월 이후에도 미국산 쇠고기 2,601만6,890㎏이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살이 뼈에 붙은 상태로 절단된 쇠고기는 2004년 1,663만1,391㎏, 2005년 66만5,598㎏ 등 1,729만6,989㎏이 통관됐다. 4,000만 국민이 2인분 이상인 430g씩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이렇게 절단된 쇠고기는 소갈비·갈비탕 용도로 사용된다. 정부가 지난 9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키로 결정할 때 이처럼 뼈가 붙어 있는 쇠고기는 “광우병 원인체가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계속 수입을 금지했다.

수입 쇠고기 검역을 맡고 있는 수의과학검역원은 “2003년 12월23일 이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관세청 통계자료에는 2005년 5월까지 수입된 것으로 기록돼 있는데도 말이다.
검역원측은 “관세청 통계자료는 통관절차가 끝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수입 일자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검역원에 따르면 수입금지 기간에 반입된 것으로 나타난 미국산 쇠고기는 2003년 12월 23일 이전에 하역돼 검역 절차를 마친 분량이다. 즉, 관세청 보세구역에서 검역은 받았지만 관세 납부 등 통관절차를 마치지 않아 창고에 묶여 있다가 수입금지 기간 이후에 반입됐다는 것이다.
검역원 관계자는 “당시 농림부는 SRM(특정위험물질:뇌, 척수, 머리뼈, 등뼈, 편도 등 광우병 유발위험이 큰 부위)이 포함된 물량은 폐기, 반송하도록 조치했다”며 “갈비뼈, 꼬리뼈 등은 국제기준에 따라 유통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림부는 지난 9월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며 스스로 당시 결정을 번복했다. 농림부는 쇠고기 수입재개에 대한 보도자료를 통해 “갈비뼈 꼬리뼈 등은 국제기준상 교역이 제한되는 SRM(특정위험물질: 뇌, 척수, 머리뼈, 등뼈, 편도 등)에 해당되지 않지만 뼈 속에 들어있는 골수에 광우병 원인체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수입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결국 광우병 원인체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통관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아 1,729만6,989㎏이라는 물량이 소갈비·갈비탕 등으로 국내에 유통됐던 것이다.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 김선미 의원(열린우리당)은 “불과 33개월 전에 광우병 우려가 없다며 무제한적으로 유통시킨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정부가 위험성을 인정한 만큼 후속 조치와 이에 대한 재발방지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들 “믿을 수 없다”
12월이면 미국산 쇠고기가 시장에 나온다. 광우병 발생을 이유로 수입이 중단된 지 3년 만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산지 표시제, 음식물 식육원산지 표시제 등 관련제도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슈퍼마켓, 정육점 등에서 쇠고기를 고를 때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원산지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투명한 유통과정이 문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3,231건, 올해 9월 현재 2902건이 원산지 표시제 위반으로 적발됐다. 쇠고기의 원산지 표시 속임은 지난해 219건, 올해 9월 현재 173건에 이른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음식물 식육원산지 표시제 역시 허점투성이다. 농림부는 300㎡(90평)이상 크기의 음식점을 대상으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구이류 쇠고기만으로 한정해 샤브샤브, 국거리 쇠고기 등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전체 음식점 중 99.4%에 해당하는 300㎡(90평)미만의 소형 음식점은 시행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소규모 음식점에서는 외국산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유통과정이 투명해지기 위해선 이력추적제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이력추적제는 개별 소마다 고유번호를 부여해 출생 연월일, 품종, 병력 및 접종내역, 생산자정보, 도축장까지의 출하방법 등을 통합정보화하는 제도다. 하지만 아직 관련 입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농림부는 2009년 의무 시행을 목표로 2004년 10월부터 이력추적제를 시범 실시했지만 현재 20만5,000마리(8.5%)에만 이력추적제를 적용하고 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들은 한목소리로 불안감을 호소했다. 정육코너 앞에서 만난 한모(52)씨는 “미국에서 광우병 문제가 아직도 해결이 안 된 걸로 아는데 왜 수입하는지 모르겠다”며 “가격차가 좀 난다 해도 국내산만 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김모(35)씨도 “미국산이 값싸게 수입되면 음식점 같은 데서는 다 미국산을 쓰지 않겠느냐”며 “외식으로 쇠고기를 먹기 꺼림칙하다”고 불안해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전국 성인남녀 1,5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한 1,200명(78.4%) 중 55.8%가 ‘광우병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 9월 20일부터 4일간 서울지역 성인 남녀 37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7%만이 수입 쇠고기를 먹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의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측은 이달 말부터 ‘안전한 국내산 쇠고기 먹기 캠페인’을 벌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안전성이 검증된 정육점, 음식점 등을 조사해 곧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식품위생 및 광우병 안전연대는 다음주부터 대형 유통업체, 패밀리 레스토랑 등을 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불매 선언을 유도하는 운동을 전개한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와 민주노동당도 이번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9t을 전량 구매한 뒤 폐기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미비한 유통과정, 일본은 수시 점검권까지 확보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30~40일에 걸친 기나긴 여정을 거친다. 미국 곳곳의 농장에서 끌려나온 소가 컨테이너에 옮겨져 도축장으로 실려 가는 게 여정의 시작이다. 농장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이 과정에서부터 소는 농민의 손을 떠나 대형 패킹(도축 등 육가공) 업체들에게 맡겨진다. 육가공과 고기 수출 업무를 주도하는 미국의 3대 메이저 패킹 업체로는 타이슨푸드·카길·스위프트가 꼽히고 있다.
패킹 업체들은 농장에서 실어온 소를 작업장으로 옮겨 도축 작업에 들어간다. 우리나라로 수출 승인을 받은 미국 내 쇠고기 도축 작업장은 모두 36곳이다. 수입 식품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수입 전 사전 확인을 거치도록 돼 있다.
생산 현지에서 해로운 식품을 가려내는 작업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선 국내 농림부가 미국 내 작업장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돼 있다. 일본은 미국산 쇠고기 작업장에 대해 수시 점검권까지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작업장에서 숨통이 끊긴 소의 몸체는 방혈(피빼기), 박피(껍질 벗기기), 머리 부위 제거, 내장 적출, 식별 번호표 부착, 세정 과정을 거쳐 냉동 보관돼 수출 선적을 기다리게 된다.
쇠고기 작업장에서는 머리 부위를 제거할 때 광우병 검사를 하고, 혀와 적출된 내장의 검사 작업도 아울러 벌인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의 위생 조건에 맞추기 위한 조처인데, 제대로 지켜지는지는 의문이다.
일본 국회 참의원인 가미 도모코 의원은 미국 방문 조사에서 입수한 미 농무부의 광우병(BSE) 위반 기록을 분석해 “지난해 12월에 대일 수출 인정을 받은 미국 내 37곳 쇠고기 처리 시설 대부분이 미국 내 광우병 대책의 하나로 요구받고 있는 위험 부위 제거나 월령(나이) 판정 등의 기준을 자주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가미 의원은 “37개 시설 가운데 지지난해와 지난해에 걸쳐 위반을 지적받았던 곳은 26곳에 이른다”며 “주로 생후 30개월의 월령 판정 기준을 위반했거나 뇌·척수(등골), 편도 등 위험 부위를 제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국건수)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박상표 수의사는 “일본 수출 승인을 받은 작업장(현재 35곳) 중 3곳을 빼고는 한국 수출용 시설과 겹친다”며 “한국으로 수출할 예정인 미국 내 쇠고기 작업장의 광우병 관리 실태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가 최종 확정되면, 냉동 보관된 쇠고기는 국내 수입업자들의 선박에 실려 한국으로 옮겨진다. 대형 할인점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수입회사를 거치지 않고 직수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수입 쇠고기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통로는 주로 평택항(서울·경기권), 부산항(부산·경남권), 광양항(전남북권) 3곳이다. 항구를 거친 쇠고기는 인근의 보세창고로 옮겨져 검역 절차를 기다리게 된다. 서울·경기권의 수요를 담당하는 평택항 쪽 물량을 처리하는 보세창고는 용인, 기흥, 수지 등에 모여 있다. 국내 검역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는 제품은 미국 쪽으로 반송되거나 소각 처리된다. 불순한 수입 쇠고기를 걸러내는 최종 수비수 구실을 하는 곳인 셈이다. 최종 수비수는 믿을 만할까?



적발은 평균 이하
보세창고에 들여온 수입 쇠고기는 수입식품의 안전성을 검사하는 일반적인 방법대로 서류 검사, 관능검사(육안으로 뼈가 붙어 있는지 등을 살피는), 정밀 검사를 거친다. 수입식품 가운데 쇠고기를 비롯한 축산식품의 검사는 식품위생법, 축산물가공처리법 등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농림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맡는다.
축산물의 검역·검사 절차를 보면 우선 서류검사를 통해 지정 검역물 유무, 금지 품목 유무를 판단하고 역학조사, 임상검사, 정밀검사를 통해 최종 수입 승인을 내줄지 여부를 판단한다. 역학조사에서는 수입 금지 품목 여부, 위생 조건의 이행 여부를 검사하고 임상 검사에서는 개체 확인 등을 하게 된다. 정밀검사 단계에서는 미생물학적·혈청학적·병리학적 검사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합격 판정이 내려진 경우 검역증을 교부해 수입이 확정된다.
박상표 수의사가 내놓은 ‘수입식품 검역·검사의 실태와 문제점’ 보고서를 보면, 쇠고기를 비롯한 수입식품의 물량과 검사 건수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정밀검사 비율을 보면, 수입식품 전체가 15.8%(2004년)였고, 수입 축산물은 16%(2005년), 수입 수산물은 12.8%(2006년) 수준이다. 이 같은 정밀검사 비율은 미국이나 일본의 1.7~8.7%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수입 축산물의 경우 최근 3년간 정밀검사 실적은 수입 2004년 3,438건, 2005년 6,638건, 2006년 6월까지 2,395건으로 집계돼 있다.
문제는, 정밀검사 비중이 이렇게 높은데도 위반 건수는 대단히 낮다는 점이다. 수입 축산물의 잔류물질 기준 위반 적발률은 2004년 0.09%(위반 3건), 2005년 0.15%(위반 10건), 2006년에는 6월까지 위반 건수가 아예 없다. 대체로 깨끗한 수입 식품만 국내로 들어왔기 때문일까? 검사 결과 부적합으로 판정받은 수입식품의 비율이 전체적으로 1.8%(2004년)인 데 반해 미국의 수입식품 부적합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5% 수준인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검역을 거쳐 수입 판정을 받은 쇠고기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손을 거쳐 식당이나 가정 등 최종 소비자들에게 넘겨져 30~40일에 걸친 여정을 마친다. 이 마지막 단계 때부터 쇠고기를 비롯한 축산식품의 안전관리는 농림부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넘어간다.
농림부 고시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에 따라 수입 대상은 ‘생후 30개월 미만 소의 뼈 없는 살코기’로 한정돼 있다. 이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허용 기준에 바탕을 둔 것인데,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영국에서는 생후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적어도 19건, 일본에서도 2건의 광우병 발생 사례가 보고돼 있다는 점에서다. 또 지난 2003년 광우병에 감염된 32명 가운데 8명의 근육에서 광우병 원인 물질로 알려진 ‘프리온’이 발견돼 근육(살코기)에서도 광우병 원인 물질이 나온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돼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4대 선결 과제의 하나로 합의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미뤄지고 있는 게 이 때문이다.
더욱 문제는 음식점에선 수입 쇠고기의 산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내년부터 음식점에서 육류의 ‘원산지’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돼 있지만, 대상은 300㎡ 이상의 대형 식당이다. 이런 규모의 식당은 국내 전체 음식점의 1% 수준인 2,700곳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구이용’에만 적용되며 국거리나 무침 등에는 표시 의무가 없다. 백화점에서도 값싼 수입 쇠고기가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일이 잦다는 점을 감안할 때 모르는 새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게 될 개연성이 상존한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학교급식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학교급식에선 3등급 이상 한우 고기만 쓰도록 한 조처가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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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77%, 미국산 쇠고기 못 믿겠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발생을 이유로 2003년 12월 수입이 중단됐다가 최근 재개돼 지난 11월 1일 시판이 허용됐다. 한 언론사가 전국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1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여부에 대해 물은 결과 77.1%가 '안전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안전하다고 본다'는 의견은 13.7%에 그쳤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하며 안전성과 철저한 검역을 강조했지만 국민은 여전히 광우병 예방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안전하지 않다'고 본 답변은 여자(82.5%)와 연령이 낮을수록(19~29세, 84.7%), 가정주부(82.0%)에서 높게 나타났다. ‘안전하다’는 의견은 남자(18.3%), 50대 이상(17.8%)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번 조사의 오차 한계는 95% 신뢰수준에 ±3.7%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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