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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있어서 라이벌 구도는 경기에 극적인 요소를 더해 팬들을 열광하게 하고 흥행에 크게 기여한다. 그 예로 1980년대 야구는 해태 선동렬과 롯데 최동원의 맞대결이 최고 이슈였으며, 1990년대 서장훈과 현주엽을 필두로 한 연고전은 한국 농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로드FC를 대표하는 라이벌 ‘타격의 스페셜리스트’ 권아솔과 ‘크레이지광’ 이광희는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라이벌로 오랜 시간 격투기 팬들을 열광시켜 왔다. 이들이 3월21일 열리는 ‘굽네치킨 로드FC 022’ 메인대진을 장식할 것으로 정해지면서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격투기 최초 라이벌’ 권아솔 VS 이광희 격돌
권아솔과 이광희의 인연을 아는 종합격투기 팬들이라면 이번 경기가 갖는 의미만으로도 ‘굽네치킨 로드FC 022’를 직관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국내 종합격투기의 중흥기에 젊은 피로서 앞장섰던 권아솔(팀원·30), 이광희(익스트림컴뱃·30) 두 선수는 각각 화려한 타격과 피니쉬 기술로 많은 팬들을 대회장으로 불러들였다.
현재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의 주인은 권아솔이지만, 그에게는 과거 도전자 이광희와의 두 번의 대결에서 모두 실신 KO를 당한 뼈아픈 기억이 있다.
하지만 두 번의 경기 후 이들의 행보는 확연히 달랐다. 국내 메이저급 대회가 없어진 후 일본으로 전장을 옮긴 권아솔은 일본 중견 단체 챔피언에 오르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후 국방의 의무를 마친 그는 로드FC에 복귀했지만 초반 잡음이 많았다. 그러나 큰 존재감과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하며, 라이트급 타이틀 0순위였던 일본의 강자 쿠메 타카스케를 완벽하게 제압해 챔피언 벨트를 차지했다.
반면 이광희는 잦은 부상과 군 문제로 많은 경기를 갖지 못하고 계속 일본의 전장을 전전했다. 군 제대 후 로드FC 무대로 복귀, 두 번의 경기를 통해 팬들에게 여전한 크레이지광의 스타일을 선보이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광희의 계약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팬들은 당연스럽게 권아솔과의 대결을 기대했다. 하지만 한 발 빨리 로드FC에 입성한 권아솔은 이내 챔피언 자리에 올랐고, 이광희는 데뷔전에서의 화끈한 경기에도 불구하고 패배해 두 선수의 경기는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두 선수는 결국 케이지에서 만나게 됐다. 이광희의 타이틀 도전에 대한 발표가 나자 팬들은 적잖이 반발했다. 바로 이광희의 타이틀 도전에 대한 명분 때문이었다. 상대 전적으로는 이광희가 앞서지만 로드FC 내에서는 타이틀에 도전하기까지 넘어야할 상대가 많았다. 사실 권아솔은 처음 도전자를 선정할 당시 당연히 도전권 0순위인 쿠메에게 오퍼했다. 하지만 쿠메는 지난 경기 후 그간 누적된 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받아 3월까지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타이틀전을 고사했다.
이후 라이트급 초대 챔피언 남의철과 두 번의 접전을 벌인 뷔실 콜로사에 오퍼했지만 싱가포르 단체 원에프씨와의 계약 문제로 불발됐고, 마지막으로 데뷔전에서 이광희를 무릎 꿇린 브루노 미란다에게도 오퍼했지만, 패더급 전향과 재계약 문제 등으로 역시 불발됐다. 이에 당연한 수순으로 이광희에게 오퍼가 가게 된 것. 이로써 두 사람의 3차전의 꿈이 현실이 됐다. 특히 이광희가 지난 ‘로드FC 019’에서 열린 문기범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 “권아솔의 벨트를 빼앗겠다”고 도발한 상황으로, 두 선수가 일생일대의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제6경기 미들급, 후쿠다 라카 VS 이둘희
지난 11월 ‘로드FC 019’ 대회 메인을 장식한 후쿠다 리카와 이둘희의 경기는 탄식으로 시작해 탄식으로 끝났다. 성사 직후부터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두 선수의 경기는 이둘희에 대한 후쿠다의 두 차례 로블로로 인해 노 카운트 됐다.
경기 직후 이둘희는 전 국민이 그의 고환을 걱정해 주는 ‘국민고환’에 등극하며 또 다른 의미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이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재대결을 원한 팬들의 성원으로 3월 재경기를 치르게 된 것. 두 선수 모두 경기 오퍼를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지만, 포부는 서로 달랐다. 이둘희는 “지난 경기에서 고의든 아니든 ‘국민고환’으로 등극 시켜준 후쿠다에게 감사의 의미로 편안한 KO를 선사하겠습니다”라며 특유의 낙천적이고 겸손한 도발을 했다. 반면 후쿠다는 조금 더 심오했다. 당초 1차전 경기가 성사되기 전 후쿠다는 “이번 경기의 결과에 따라 향후 웰터급으로 전향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해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경기를 앞두고 “웰터급 전향은 철회하겠다. 최대한 빨리 로드FC 미들급 벨트를 허리에 감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지난 1차전은 경기 취소 직전까지 후쿠다의 페이스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이둘희가 짧은 시간 동안 어떤 카드를 준비했을지에 대해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5경기 88kg 계약 체중, 윤동식 VS 타카세 다이쥬
윤동식은 서른이 넘은 다소 늦은 나이에 종합격투기에 몸을 담았지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선수 생활동안 수많은 강자를 맞아 자신의 주특기인 유도를 십분 활용하며 명승부를 만들어 냈다. 특히 ‘폭행몬스터’ 멜빈 맨호프의 핵펀치를 모두 받아내며 불굴의 암바로 승리를 따낸 경기는 여전히 전 세계 종합격투기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반면 종합격투기 경력 17년에 빛나는 타카세 다이쥬는 일본 종합격투기 부흥기를 헤쳐 나온 베테랑 중 베테랑으로서, 꾸준한 자기관리로 케이자 위에서 젊은 선수들 못지않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프라이드 시절 투신이라 불리는 앤더슨 실바를 제압한 경기는 그의 가장 큰 이력이라 할 수 있다. 로드FC 첫 경기 당시 급하게 대체되기도 했지만 국내 대표 중량급 선수인 위승배를 맞아 군더더기 없는 KO로 승리를 따내며 건제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타카세 다이쥬는 최근 타격 연습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앤더슨 실바도 잡아낸 강한 그라운드 실력을 지니고 있어, 유도가 베이스인 윤동식에게 쉽지 않은 상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과 일본의 베테랑 격돌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제4경기 미들급, 박정교 VS 전어진
명승부에는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기술, 투지, 기막힌 타이밍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격투기 종목에서 가장 화끈하며, 모든 팬들이 바라는 명승부는 방어를 배제한 채 펼쳐지는 난타전일 것이다. 이러한 명경기 요소를 충분히 갖춘 두 선수가 격돌한다. ‘흑곰’ 박정교와 ‘미들급 신성’ 전어진이 그 주인공이다.
박정교는 지난 ‘로드FC 017’에서 김대성과의 경기를 통해 최고의 경기에 선정되는 등 팬들을 열광케 하는 뜨거운 타격전은 선보여 왔다. 이에 맞서는 전어진은 얄궂게도 박정교를 케이지 앞에서 돌아서게 만든 팀맥스 손혜석의 후배이자 팀 메이트다. 데뷔 전부터 뛰어난 피지컬과 화끈한 복싱 스킬로 업계 내에서 소문이 자자했던 전어진은 로드FC 데뷔 당시 한 번의 라이트 펀치로 상대를 침몰시키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어 종합격투기 베테랑 안상일과 치열한 난타전 끝에 아쉬운 패배를 당했지만 팬들의 뇌리에 깊숙이 남았다.
이번 박정교와 전어진의 경기는 5분 3라운드로 펼쳐지지만, 두 선수의 스타일을 아는 이들은 라운드가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두 선수의 묵직한 한 방, 한 방은 상대를 침몰시키기에 충분한 위력을 갖고 있는 만큼, 이번 경기는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경기가 될 것이다.
제3경기, 송효경 VS 후지노 에미
싱글맘 파이터 송효경이 부활의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 위해 케이지에 오른다. 지난해 두 번의 경기에서 한 번의 승리와 한 번의 패배를 겪은 그녀는 “아직 팬들에게 제대로 된 실력을 평가 받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세 번째 경기에서 미숙했던 점을 보완하고 진정한 종합격투기 선수로 인정받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효경의 신호탄이 제대로 터질지는 미지수다. 그녀의 상대는 무려 23전의 전적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 여자 선수 ‘후지노 에미’다. 후지노는 최근 경기에서, 지난번 송효경을 판정으로 무릎 꿇린 ‘토미마츠’ 선수에게 승리해 상대적으로 우위임을 입증했다. 또 2년 전 일본 딥에서 열린 송효경과의 경기에서 서브미션에 의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그럼에도 송효경은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2년 전 패배의 아픔을 되갚아 준다는 각오다.
제2경기 밴텀급, 타무라 이쎄이 VS 조영승
로드FC 체급 중 가장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전장은 바로 밴텀급이다. 무결점의 챔피언 이윤준, UFC 파이터 3인을 모두 1라운드에서 잡아낸 김수철, 돌주먹 이길우, 화끈한 타격의 문제훈 이외에도 형제 파이터 김민우, 김종훈, 런닝맨 송민종, 브라질 특급 티아고 실바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선수들이 넘쳐난다.
이러한 지옥 같은 전장에서도 본인의 입지를 다시며 더 이상 영건임을 거부하고 메인 카드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있다. 바로 주짓수 월드의 ‘타격하는 그래플러’ 조영승이다. 그는 이미 동체급에서도 알아주는 막강한 주짓수 강자이자 그라운드에서 웬만한 선수는 모두 잡아내는 그래플러 고수다. 그러나 그 외의 요소에 대해서는 큰 인정을 받지 못했던 조영승이 지난 경기 후 재평가를 받았다. 긴 리치를 이용한 스트레이트와 무엇보다 강한 그래플링 스킬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로 도망가지 않는 뜨거운 심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아무리 화려한 스킬과 스텝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상대방과 마주 서서 주먹을 날릴 용기가 없다면 반쪽짜리 선수로 치부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조영승은 지난 경기에서 타격을 고집하다 몇 번의 위기를 겪었음에도 끝까지 타격을 고집해 상대를 잡아내는 저력을 보여주며, 영건이 아닌 당당한 메인 카드 선수로 재평가 받았다. 조영승이 메인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 경기를 통해 판가름 난다.
그의 상대는 UFC 출신의 일본 타무라 이쎄이다. 비롯 로드FC에서 가진 두 번의 경기에서 송민종과 김수철에게 각각 서브미션 패를 당했지만, 아직까지 일본 내에서 손꼽히는 경량급 강자다. 일본 특유의 고집스러운 그라운드 스킬과 묵직한 한 방을 가지고 있는 만큼 조영승에게 만만치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제1경기 심건오 VS 루카스 타니
로드FC의 서브프로그램이자 수많은 종합격투기 스타를 배출한 ‘주먹이 운다’는 네 번의 시즌을 거듭하며 종합격투기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자극적인 이슈와 부족한 실력의 도전자들로 팬들에게 심심찮은 질타도 받아왔다. 이러한 찰나에 드디어 진짜 헤비급 기대주가 나타다 주목된다.
레슬링 국가 대표 출신으로 기존 선수들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 승부를 펼치며 ‘주먹이 운다 도전권’이 아닌 ‘로드FC 계약서’를 따낸 심건오가 그 주인공이다.
심건오의 첫 신고식 상대는 ‘주먹이 운다’에서 강력한 레슬링 기술과 기초부터 탄탄히 다진 복싱 스킬로 대중에게 알려진 미국 출신 종합격투기 선수 프레드릭이었다. 심건오는 치열한 접전 끝에 자신의 장기인 레슬링으로 상대를 제압해 화끈한 신고식을 치른 바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그래플링과 타격 모두 뛰어난 브라질 헤비급 선수 루카스 타니를 맞는다. 루카스 타니는 5전4승1패의 종합격투기 전적과 50여 차례 일본 주짓수 헤비급 전장의 우승을 차지하는 등 다양한 전적을 지녔다. 이에 심건오는 “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기 위해 수많은 선수들과 경쟁했다. 상대가 그라운드가 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저 웃음만 날뿐이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로드FC 022’로 포문을 열 두 선수의 경기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이번 ‘굽네치킨 로드FC 022’ 경기는 3월21일 오후 8시부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며, 이에 앞서 오후 5시에는 ‘영건즈21’ 경기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