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도화지구에 중산층을 겨냥한 약 2,000가구 규모의 ‘기업형 임대주택’ 1호가 들어선다. 임대료는 면적에 따라 보증금 5,000만~9,000만 원, 월 임대료는 40만 원 중반에서 60만 원 초중반이 될 예정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중산층의 주거 불안에 따른 중산층 주거혁신을 발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방안, NEW STAY정책’의 일환으로 올해 중 민간임대리츠 등을 통해 최대 1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첫 번째 중산층 주거혁신을 꾀한 곳이 바로 인천 도화지구다.
최근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중산층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 주거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안심하고 오래살 수 있는 등록 임대주택 재고가 충분히 확보돼야하는 데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전국의 1,800만 가구 중 800만 가구가 임차주택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160만 가구만 등록된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등록 임대주택 중에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민간임대주택 재고는 60만 가구에 불과하며, 그나마 2006년 84만 가구에서 23.8% 감소한 수준이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그간 정부의 지원이 부족했던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의 활력을 통해 등록 임대주택 재고를 획기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서민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지속 확충하되 민간의 활력을 활용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서민층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입주물량을 연 11만 호에서 12만 호로 늘리고 내년이후에도 입주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간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했던 중산층에 대해서는 공유형 모기지 디딤돌 대출 등 자가보유 지원을 지속하되 자가구매 여력이 없는 가구들을 위해 민간의 활력을 통해 임대주택 재고를 획기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이번에 국토부가 내놓은 정책의 핵심은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이다. 이에 따라 우선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수준 높은 주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형 임대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공급과잉 우려가 큰 신규 분양물량을 기업형 임대물량으로 전환해 기존 주택 수요확대와 더불어 전월세값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을 늘리기 위해서 기존의 임대주택 정책 틀을 ‘규제’에서 ‘지원’으로 전면 개편해 나가기로 했다. 모든 민간임대 사업자는 기금이나 택지를 지원 받더라도 임대의무기간 및 임대료 상승률 제한 외의 공공임대 규제를 배제토록 했다. 그동안 민간임대에 적용되던 핵심 규제 중 임대의무기간과 연간 5%의 임대료 상승제한 등 두 가지 규제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폐지할 방침이다.
기업형 민간임대 거주기간을 준공공임대와 같이 8년으로 정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10월30일 발표한 전월세대책의 일환으로 준공공임대주택 임대기간을 기존 10년에서 8년으로 단축한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기업형 임대주택이 중산층 전세수요를 흡수하도록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주택(135㎡까지)에 대해서도 낮은 금리의 주택기금 대출을 허용키로 했다.
LH가 보유한 택지에 대해서는 할인매각, 할부조건 완화 등을 통해 택지비 부담을 완화해 나가며 그린벨트도 해제 가능한 총량 범위 내에서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분양용지를 임대주택용지(85㎡ 초과)로 전환시 택지가격을 감정가격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조성원가의 60~85%로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분양성이 미흡한 장기 미매각 용지는 조성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할인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민간 임대사업 활성화를 위해 기업형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가 도입된다. 국토부는 개발면적이 1만㎡ 이상으로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전체 면적(유상부지)의 50% 이상을 8년 이상 장기임대로 건설하는 경우 공급촉진지구로 지정해 줄 방침이다. 비도시는 3만㎡ 이상으로 기존 시가지와 연접한 지역에 한해 가능하다. 개발면적이 5만㎡ 초과할 경우 시·도지사, 5만㎡ 이하는 시·군·구청장이 지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예외적으로 국토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면적에 관계없이 국토부장관이 지정할 수 있다.
이밖에 기업형 임대주택이 중산층 전세수요를 흡수하도록 전용면적 85㎡초과 주택(135㎡까지)에 대해서도 낮은 금리의 주택기금 대출을 허용키로 했다. 건설자금 융자금리는 2.7~3.3%, 준공공 매입자금은 2.7%(올해 한시 2.0%)로 면적·임대 기간별로 차등 적용한다.
국토부는 도화지구 외에도 서울 신당동과 화성 동탄2지구 등에 추가사업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오는 9월 지방이전을 앞두고 있는 도로교통공단의 신당동 본사 부지를 매입해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H가 보유한 부지중에서는 동탄2에 위치한 분양용지(2114가구)를 먼저 공급할 예정이며, 사업자 공모 기준을 마련해 5월 중 공모를 실시하고 연내에 착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단기간 내에 주택 공급이 가능한 연립·단독주택 용지를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이번에 내놓은 기업형 임대사업이 활성화되면 차별화된 주거서비스뿐만 아니라 임대차 문화가 선진화되는 계기로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주택시장 및 거시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고액전세에 거주하는 중산층의 주거선택권을 확대해 전세수요를 분산시키고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셋값 안정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논리다. 또한 단순 시공단계에 머물러 있는 건설업을 계획, 시공 관리 전단계를 포괄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대책에 대책과 관련해 “기업형 민간임대의 성공사례들이 속속 나타나서 경기회복과 주거안정에 기여함으로써 우리 중산층에게 주거혁신의 좋은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2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대책을 추진하기 위한 입법 사항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되도록 국회에 적극 설명해 주시고 시행령 등 정부 내에서 할 수 있는 조치들은 서둘러 주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금년 내에 (경제에) 가시적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조속히 관계부처가 TF를 구성해서 후속조치를 서두르고 민간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기에 확보될 수 있도록 각종 정보 제공, 입지·세제·금융 등의 지원 및 규제완화에 만전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서 장관은 ‘기업형 임대주택사업(뉴스테이, New Stay)’활성화를 위해 금융계의 재무적 투자를 독려했다. 지난 1월22일 우리은행, 하나은행, NH투자증권, 삼성생명, 교보생명, JR투자운용, KB부동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등의 대표 및 임원이 참석한 금융업계 간담회에서 “단순히 주택을 짓고 관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효율적인 자금조달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임대주택을 매력적인 투자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기업형 임대사업을 하기 위해서 대기업만 진입할 수 있는 별도의 자본금이나 인력요건을 두지 않았다”라며 “중견 건설업체라도 일정규모 이상의 임대주택을 관리할 경우 기업형 임대사업자로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현재도 기업형 임대사업 요건(건설 300호, 매입 100호) 이상에 해당하는 임대사업자가 건설임대 298개, 매입임대 252명이나 되어 일부 대기업만 참여 가능한 형태가 아님을 알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사팀은 “서민주거안정 효과보다는 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욱 크다”며 “고액 전세임차인들의 수요를 돌린다고 해서 기존 고액 임대주택에 서민들이 진입하기란 소득상황 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이어 “임대기간 종료 후 LH가 매입을 확약하는 것은 사업성이 없어도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을 하라는 강력한 유인책”이라며 “자칫 기업이 정부 지원이나 특혜를 노려 무분별하게 주택임대사업(사업성 없는 기존 주택사업 및 신규 사업포함)에 뛰어들어 공공자원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세입자 보호가 빠진 또 다른 공급확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1월15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부지도 확보되지 않았는데 무엇이 그렇게 급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는 정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주거대책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헤 정부가 2년도 안됐는데 부동산 정책을 10번이나 발표했다. 그러나 제대로 실현된 게 없다”고 지적했다.
백재현 정책위의장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은 전체적인 임대주택이 부족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전월세 대란 세입자 보호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주거권 보장을 위해 주거복지법을 제정하고 임대등록제 도입,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세입자 보호 정책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장인 이미경 의원 역시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공급 확대 정책에 치중하면서 그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며 “이번에도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6개월 동안 특위 활동을 통해 선진국형의 세입자 보호 정책이 마련되도록 하겠다”며 “근본적으로 임대세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관련법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번 정책에 시장반응도 미지근하다.
지난 1월27일 부동산정보업체 (주)부동산써브가 최근 전국 개업공인중개사 회원 6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방안 평가’에 따르면, 응답자의 60.1%가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이 38.9%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필요성은 있지만 시기상조다’(21.2%)가 뒤따랐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향후 기업형 임대사업에서 ‘가격’과 ‘입지’가 사업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중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A 대표는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의 임대료 상승률를 연 5%로 제한한 것을 놓고 “정부가 실정을 모르다”고 말했다. “보통 월세는 5% 이상 오르지 않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A씨는 “정책이 시행되면 주변 월세 시장이 안정될지 모르겠지만 이에 따른 반대급부로 다른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작 상승률 제한이 필요한 것은 전세”라며 “그럼에도 월세 대책을 내놓으면 결국 전세에서 월세로 가는 추세만 가속화시킬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부동산의 B대표도 “지금 뉴타운 33평 아파트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200만 원 정도인데 정부 발표 보니까 기업형 임대주택은 월세 70만 원이라고 하더라”라며 “세입자들은 좋지만 집주인들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은 이윤 추구가 목표인데 정부가 말한 대로 저렴한 월세를 내놓는다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입자들도 이번 대책을 그리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신당동 인근에 집을 구하고 있는 김모(30·여)씨는 “초기 임대료 상한이 없으니 얼마가 될지 모르겠다”며 “아무리 저렴한 가격에 월세가 나온다고 해도 결국 매달 돈이 나간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8월 전세 계약이 만료되지만 빚을 좀 지더라도 전세를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