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따를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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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따를 추세
  • 안수지 기자
  • 승인 2015.02.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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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노믹스 ‘3·1·1·2 마(魔)의 숫자’ 기록 위기

현재 한국경제는 단기적으로는 경기회복이 부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잃어버린 20년’으로 평가되는 일본형 장기 불황과 장기 디플레이션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 과연 2015년에는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추락할 것인가 또는 반등할 것인가 판가름하는 기로에 서 있다. 한국경제를 견인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가운데 경기진작을 위한 방안으로 원화와 엔화 환율 안정, 투자환경의 획기적 개선, 고용안정과 부동산경기 정상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 재정운용의 효율화 등 각종 정책과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2012년 10월을 정점으로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상승하다가 2014년 3월경에는 18개월 만에 하락한 후 다시 지난 8월 들어 소폭씩 상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이며 건국대학교 특임교수는 “한국의 평균 경기확장기간이 31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너무 조기에 하강한 후 횡보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회복동력도 너무 미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은 2분기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전기비로는 반등했으나 2분기 저성장 기저효과를 생각하면 미약한 반등 수준이고 전년 동기비로는 하락하고 있다. 특히 설비투자와 수출이 상당 폭 감소해 한국경제가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2기 경제팀인 최경환호의 책무가 너무도 막중하다”고 분석한다. 또한 이번에 확실하게 반등시키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영락없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게 될 것이란 정제계의 경고도 뒤따른다.

이러한 기대치는 2014년 7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취임하자마자 41조 원 규모의 확대재정정책,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부동산경기정상화, 가계소득증대세제, 서비스산업 육성대책, 추가 5조 원 규모의 재정정책, 2014년 본예산 대비 5.7%, 20.2조 원 증가한 376조 원 규모의 2015년 예산안 발표 등 여러 정책들을 쏟아낸 데 있다. 거기에 한국은행도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확대재정정책’은 성장 동력 확충효과가 큰 정부 투자지출보다 복지 민생안정 중소기업지원 등 정부 소비지출과 이전 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일회성 효과로 그칠 염려가 크다. 여기에 빚만 늘어날 가능성도 더해진다. 또한 ‘부동산경기정상화대책’ 역시 금융규제는 완화되었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와 종합부동산세와 세제 면에서 개선할 부분들에 대해 국회통과가 쉽지 않아 부동산경기 정상화도 험로가 예고된다. 

민간소비를 회복하기 위한 ‘가계소득증대세제’는 근로소득증대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로 구성되어 임금 배당 투자로 사용하지 않은, 일정 기준 이상의 기업소득에 대해서는 10%의 추가과세를 한다는 정책이다. 이는 임금과 배당소득이 증가해서 내수가 활성화되기보다는 오히려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대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방안’도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에는 턱없이 미흡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그나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일부 법안도 국회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여러 대책이 발표되고 있지만 ‘부동산대책’의 경우도 부동산경기가 기지개를 켜고 있고, 재정확대가 정부부문 지출을 늘려 정부 소비지출과 건설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설비투자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지속하는 등 실효성에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기업설비투자가 여전히 감소세를 지속하는 등 이미 상당부분 추진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그리고 2015년 초이노믹스(Choi+Economics, 최경환노믹스)를 위협할 대내외 리스크도 문제다. 그중 가장 큰 걱정은 원·엔 환율 급락이다. 거기에 중국과 유럽 리스크도 만만찮다. 그 외 대내적으로도 통상임금, 정년연장, 근로시간단축, 비정규직 문제 등 노사 면에서 과제가 산적한 데다 규제 혁파는 말뿐 이미 시행 중인 순환출자규제, 일정이상 내부거래 증여세, 하도급법 위반 징벌적 과세 등에다 2015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배출권거래제, 탄소세, 화학물질등록평가법, 화학물질관리법, 환경오염피해구제법 등 새로운 규제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오정근 특임교수는 “기업투자가 활성화되어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그 결과

가계소득이 늘어나 민간소비가 회복되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하는데,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서 2013년에 ?1.5%로 추락했던 민간설비투자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인지가 불투명하다. 또한 이 부분이 초이노믹스의 성패를 결정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여건을 종합해 보면 2015년 한국경제는 성장률 3.5~7%, 물가상승률 1.4~1.7%로 금년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원·엔 환율 하락, 미국금리인상과 신흥시장국 위기, 중국과 유로존 성장둔화 등 대외리스크가 커지고, 통상임금 문제에 따른 임금급등, 규제증가 등 대내리스크도 지속될 경우 타격이 더욱 클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성장률 3%, 물가상승률 1%, 수출증가율(통관기준) 1%, 민간소비증가율 2%가 새해 한국경제의 ‘마(魔)의 숫자’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처럼 2015년은 한국경제가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추락과 반등을 가리는 사선의 위기에 처해 있다. 따라서 △원·엔 환율 안정으로 수출을 촉진하고 △투자환경의 획기적 개선으로 투자를 늘리며 △고용안정과 부동산경기 정상화로 가계부채 부담을 완화하고, 소비여건을 개선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으로 내수를 활성화하고 △재정운용을 효율화하여 경기진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며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더욱 다양한 정책혼합을 추진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곽창호 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대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장률이 하락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염려는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국경제의 역동성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것이다”고 들려준다.

최근 내수 부진의 원인은 크게 5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가계소득의 정체와 가계부채 부담의 증가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7년이란 기간 중 실질임금은 연평균 4.2% 증가했으나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인 ’11~’13년에는 0.9%로 둔화했다. 반면 가계부채는 ’03년 445조 원에서 지난 2014년 2분기 983조 원까지 상승하면서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가중시켰다. 둘째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가운데 사회 안전망이 충분치 못하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노후대책의 부족으로 고령층의 소비성향이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셋째, 국내 건설시장이 성숙단계에 진입하면서 건설투자가 부진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 건설투자의 GDP 비중은 2013년 13.4%까지 하락하였다. 그러나 1인당 GDP가 3만 달러 이상인 선진국의 경우 동비중이 8~12% 범위에 불과해 추가적인 건설시장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제조업은 중국의 추격 등 글로벌 경쟁의 심화,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 영향으로 매출 증가율이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또한 내수 부진, 노사문제, 기업규제, 반기업 정서 심화 등의 이유로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곽창호 소장은 “이러한 내수 부진은 단기적인 부양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를 하고 있다. 취약해진 소비 여력을 복원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 활력과 경쟁력을 고려해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이로 인해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업의 활력 제고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투자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입지와 에너지 분야의 규제성역 타파로 기업투자를 창출하고 환경과 노동 분야의 규제개선으로 기업 부담을 완화시켜 준다면 어느 정도 투자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제조업과 서비스의 융합을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서비스 고부가가치화를 유도해 나가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여기에 벤처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이 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성도 대두된다. 그리고 해외로 진출한 국내기업의 유턴(U-Turn)과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곽 소장은 “현재 미국이나 일본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파격적이고 포괄적인 한국판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기업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시장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조치가 시급하다. 이와 같은 경제 전반의 구조 개혁에 대한 노력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여 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내수활성화 대책이라고 판단된다”고 의견을 들려준다.
 
한국경제의 장기적 저성장 추세가 이유는, 단순히 경기순환적인 측면이나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만이 아니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자체가 빠르고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재 우리 성장잠재력이 4%를 밑돌고 있고, 2020년에는 3% 중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중 KDI 차문중 연구부장은 “서비스산업 발전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잠재력의 제고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경제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되살리기 위해 생산성의 향상이 시급함을 지적한다. 2013년 현재 한국의 서비스업은 한국경제 고용의 69.8%, 부가가치생산의 59.1%를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은 제조업에 비해 낮으며, 다른 선진국의 서비스산업 생산성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더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용과 부가가치 측면에서 가장 비중이 큰 산업의 생산성 향상이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고 분석한다.
서비스산업은 또한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집약적이다. 그리고 여성취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따라서 서비스산업의 발전은 고용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이러한 성장과 고용이 보다 포용적(inclusive)인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 적어도 반포용적인 경제의 흐름을 지체시킬 수는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위한 주요 과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규제개혁, 인적자원과 자본의 투입, R&D 활성화, 개방, 강력한 추진체계 구축 등으로 제시해 왔다. 그럼에도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시도는 공공성 논리에 함몰되거나 기득권자의 조직적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 또한 관계자들의 무성의와 무관심 속에 유지되어온 규제에 묶여, 정책 입안이나 입법 단계에서 진행되지 못하고, 산업적 발전과 생산성 향상, 일자리 창출이 지체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따라서 차문중 부장은 “규제개혁으로 인한 편익을 명확히 밝히거나 성공의 예를 보여주고, 개혁으로 인해 손해 보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배려할 지 밝히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총론과 각 부문별 각론에서 모두 진행되어야 한다. 현 경제팀이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개혁을 비롯해 다양한 노력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중장기 성장잠재력 제고와 단기적 경기진작 효과 제고를 위해서는 이러한 노력이 더욱 강하게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런 조언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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