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간 데 없이 오르기만 하는 집값으로 인해 서민들의 한숨만 늘어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당시 공언한 집값 안정 공약은 문제만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특히 참여정부가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규제일변도 부동산정책을 펴면서 앞서 내놓은 정책이 그 다음에 내놓는 대책의 발목을 잡는 대책간 상충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나아가 시장 경제 원리를 무시한 채 신도시나 택지지구의 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개발과정의 혼선은 물론, 공급시기 지연과 기회비용 상승으로 주택 분양가격이 앙등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11·15 부동산 안정 대책에서 수도권 8개 신도시 및 택지지구의 아파트 공급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6개월∼1년 앞당겨 2008년부터 집중 공급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앞서 아파트 선분양에 따른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분양가격의 적정성을 검증, 분양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오는 2007년부터 공공분양주택에 대해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키로 한 바 있다. 또 공공택지지구의 민간분양주택에 대해서는 택지우선 공급 인센티브를 전제로 후분양을 유도키로 했었다.
건설업체들은 그동안 심각한 택지난을 겪어온 만큼 후분양 업체에 택지를 우선 공급하면 상당수가 후분양을 전제로 택지를 우선 공급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내년 이후 사업승인을 받는 수도권 신도시 및 택지지구에서의 민간분양 아파트는 대부분 공정이 40% 이상 진척된 후 분양에 나서게 돼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조기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한주택공사와 건설업체 등에 따르면 민간 건설업체가 후분양제를 전제로 택지를 공급받아 공정을 40% 진척시킨 뒤 아파트 분양에 나설 경우 지금의 선분양 때보다 최소 10개월 이상이 더 걸린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신도시 등의 아파트 집중 공급시기도 2008∼2009년에서 2009년 하반기∼2010년으로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수도권 신도시 및 택지지구의 주택 조기공급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11·15 대책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택지수급난과 분양성 등을 감안할 때 수도권의 신도시 및 택지지구에서 공급되는 민간 분양용 택지는 후분양을 전제로 하고서라도 공급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신도시 등에서의 아파트 공급은 적어도 1년가량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심각한 수급 불균형에 빠져 있는 수도권의 주택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후분양제 시행시기를 일정기간 유보하거나 연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채권입찰제 집값 상승 불러
정부는 지난 7월 민간 아파트의 고가 분양을 억제하고 과다한 개발이익을 국가가 환수한다면서 지난 7월 공공택지지구 내 25.7평 초과 아파트에 대해 채권입찰제를 도입했다. 그리고 9월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에 이 제도를 처음 적용했다.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 기본분양가는 평당 1,200만원선이었지만 채권상한액을 주변(성남시) 시세의 90%에 맞추면서 실질분양가격은 수도권 최고수준인 평당 1,800만원대로 뛰었다. 이 같은 분양가격은 결과적으로 경기 성남 분당과 용인 등 주변지역의 집값 급등으로 이어졌고 이들 지역의 집값앙등은 수도권 전체로 확산되면서 그동안 수십 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무색케 했다.
그동안 정부는 수도권 신도시와 개발제한구역해제지역에 조성하는 국민임대주택단지에 대해 주거의 질적 수준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인구밀도를 기존 신도시의 절반 수준으로, 용적률도 3분의 2 수준으로 각각 낮춰 개발계획을 추진해 왔다. 입지여건이나 개발규모 등을 감안할 때 압도적인 수요 우위 시장인데도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주거 질적 수준제고’에만 매여 이를 강행한 것.
이 정책은 수도권 주택 수급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11·15대책을 통해 신도시의 용적률을 높여 주택을 4만3,000가구 추가공급하고 국민임대단지도 용적률을 종전보다 20∼30% 높이는 쪽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주택공급물량 제고 및 용적률 상향을 위해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 등에 따른 6개월 이상의 개발 기간을 더 들일 수밖에 없게 됐고 기회비용 증가도 불가피하게 됐다.
애초 이런 상황을 감안해 개발계획을 세웠더라면 아파트 공급시기도 당초 일정대로 진행할 수 있고 분양가격도 상당폭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최근 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주택담보대출도 1억원 이상 고액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대출금액 규모별 주택담보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대출금액 1억원 이하는 116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56.1%를 차지했다. 그러나 대출금액 1억원 이하가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말 69.5%에서 2005년 말 61.7%에 이어 지난 9월말 56.1%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에 비해 대출금액 1억원 초과는 모두 90조8,000억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말 30.5%에서 지난해말 38.3%,지난 9월말 43.9%로 꾸준히 커지고 있다.
대출금액 규모별 주택담보대출 증가율도 1억원 초과 2억원 이하 대출은 2004년 말에 비해 57.0% 증가했지만 2억원 초과 대출은 110.1%나 늘어났다. 특히 6억원 초과 대출은 3조9,214억원으로 2004년 말에 비해 138.3% 급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집값 급등으로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주택담보대출도 1억원 초과 고액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11·15 대책의 효과?
인천 검단 신도시 발표 등을 계기로 폭등세를 보였던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11ㆍ15대책’ 발표 이후 대부분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가시적인 수준의 가격 하락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시장 안정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검단 신도시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11ㆍ15대책이 나오면서 묻지마 투자 행태도 자취를 감췄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 조건을 까다롭게 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매수 심리가 꺾였다”고 전했다. 인근 원당동의 J공인 관계자는 “주변 LG 대림 대주아파트 30평대의 경우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며 호가가 한달여만에 평당 800만~900만원에서 1,100만~1,200만원대까지 단기간에 급등했지만 이번 대책 발표 이후에는 매수 문의가 거의 없을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냉랭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전셋값이 집값을 뒷받침하고 있어 시세하락으로 이어질지는 예단키 어렵다”고 말했다.
파주 신도시 주변도 급등세가 멈췄다. 교하읍 W공인 관계자는 “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3억원 이상 주택 구매자들까지 은행 빚을 얻어 집을 사기가 까다로워지면서 30, 40평대 아파트 수요자들의 매입 문의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12월부터 파주 신도시 주변에서 민간 건설업체들의 신규 분양이 잇따를 예정이어서 고분양가로 인한 가격 상승 도미노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교하공인 관계자는 “최근 단기 급등세는 수그러졌지만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가 ‘복병’이 될 수 있다”며 “건설사들이 세무조사 눈치를 보고 있어 무리하게 분양가를 높이진 않겠지만 주변 시세보다 조금이라도 비쌀 경우 기존 주택 가격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일부 호가가 1,000만~2,000만원 떨어진 매물이 하나 둘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강남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본격적인 하락세의 신호탄으로 보긴 어렵고, 대책이 나올 때마다 전해지는 일시적인 충격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 시영 17평형은 대책 전까지 6억원까지 호가했으나 대책 발표 이후 5억8,000만~5억9,000만원에서 매도 호가가 형성됐다.
13억~16억원을 호가하는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34, 36평형도 매도ㆍ 매물이 점차 늘고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대책 발표를 전후로 매물이 1.5배는 늘었다”며 “가격도 어느 정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 개포 도곡동 등지도 매수ㆍ매도자는 물론 중개업소들까지 움직이지 않아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일부 단지는 오른 가격에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대치동 G공인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전반적인 강남 진입 문턱이 높아져 가격 하락의 여지가 생겼지만, 재건축이 일정대로 추진되고 있는 곳은 거래가 형성되고 있다”며 “ 내년 봄 이사철을 맞아 수요가 늘어날 경우 가격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분양가 인하방침에도 불구하고 서울ㆍ수도권에서 건설업체의 고분양가가 주변지역 아파트의 시세를 여전히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연말까지 공급될 아파트도 높은 분양가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집값 상승과 신규 아파트의 고분양가 책정은 집값을 상승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어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책의 약효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건설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분양한 ‘서울숲 힐스테이트’를 공급한 이후 성수동일대 중개업소에는 “얼마나 더 받을 수 있겠냐”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가 강북 아파트 중 역대 최고가로 분양되면서 인근 아파트의 집값 격차 좁히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20여년 중개업소를 운영중인 성수부동산 관계자는 “분양 전과 비교해 가구당 5,000만원씩은 더 올랐다”며 “집주인들이 기존에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혀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힐스테이트 분양 이전에 전세를 안고 3억원대 초반이면 살 수 있던 청구강변 27평형은 최근 4억원에 거래됐다.
검단 신도시 발표 이후 1억원이나 오른 가격에 분양된 ‘이지 미래지향’도 인근 집값 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벽산건설도 하남시 덕풍동에 해당 지역 최고 시세를 반영, 33평형 분양가를 3억9,800만원으로 분양해 시세를 자극하고 있다. 주변 중개업소에선
11ㆍ15대책 발표 이후 시장이 다소 잠잠하지만 동일 평형 아파트가 곧 가격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말 분양이 예정된 물량도 고분양가 책정으로 벌써부터 주변 집값을 자극하고 있다. 시흥 능곡지구도 당초 책정한 것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인근 시세를 20~30% 웃도는 가격에 분양 승인이 났다. 시흥시에서 가장 비싼 30평형대 아파트가 평당 650만원 선이지만 이번에 공급되는 33평형 아파트는 평당 분양가가 774만~790만원이고 중대형은 최고 1,000만원을 넘는다. 또한 삼성건설이 수원 인계동에 분양하는 래미안 인계 34평형은 3억8,100만~4억2,900만원으로 삼성건설이 지었던 삼성아파트 34평형(96년 입주)에 비해 무려 1억5,000만원이나 비싸다.
이 밖에 이달 초부터 SK건설, 쌍용건설, 삼성건설 등이 도심에서 잇따라 분양하는 주상복합은 평당 2,100만~2,300만원에 분양될 예정이며, 포스코건설이 공급하는 송도국제도시 내에 짓는 주상복합 31~114평형은 평당 1,300만원 대 후반에 분양될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359가구)과 동부건설(471가구)이 가좌뉴타운 내에 공급하는 아파트는 평당 1,500만원 선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민간 건설업체가 시세를 반영한다는 논리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다면 모든 것은 무의미해진다”며 “업계도 규제에는 볼멘소리를 하며 자기 뱃속은 챙기려는 이중적 태도를 버려야 시장 안정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부녀회 집값담합 다시 기승
최근 집값 오름세가 불안했던 신혼부부 이모씨부부는 마포구 성산동 S아파트 24평형 시세를 인터넷에서 확인한 뒤 중개업소를 직접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2억5,000만~3억원 수준을 예상하고 갔건만 현장에서 부르는 값은 4억5,000만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부녀회와 중개업소가 담합해 그 이하로는 매물을 내놓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건설교통부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정부의 11ㆍ15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거래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상대적으로 뒤늦게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지역을 중심으로 부녀회 집값 담합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단지 주민들이 ‘오를 때 많이 올려 놓자’는 분위기에 편승해 호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적게는 5,000만~7,000만원, 많게는 1억~2억원까지 집값을 높여 부르고 있다.
실제 도봉구 창동 I아파트의 경우 부녀회가 ‘강북 최고의 아파트를 지켜내자’는 전단지를 만들어 우편함에 돌리고 있으며 수지 일대에서는 다시 온라인 동호회를 통해 가격을 담합한 주민들이 시세제공업체에 단체로 시세 정정을 요구하는 항의 전화를 걸고 있다.
최근 정부의 담합신고센터에 접수되는 담합 신고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김홍기 건설교통부 토지관리팀 사무관은 “요 몇 달새 집값이 급등하다 보니 오른 가격이 담합 아니냐는 신고, 실제로 담합을 확인했다는 신고 등이 많이 늘었다”며 “단지 별로 확인작업을 벌여 담합이 확인될 경우 명단을 공개하고 실거래가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이 뒤따르지 않는 아파트 명단 발표가 집값 상승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8월, 10월 3차례에 걸쳐 담합 아파트를 발표했지만 오히려 집값 상승을 인정했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아파트를 매수하는 데 신중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집값 담합이 이뤄지는 단지는 최근 가격상승이 가파른 것을 이번 기회에 따라잡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하는 듯하다”며 “매수자 입장에서는 연말까지는 급등했던 가격이 다소 진정될 것 같은 만큼 단기간에 급등한 가격을 추격매수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