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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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주자 행보
  • 글/김정숙 기자
  • 승인 2006.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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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선, 유력주자들 “나는 다르다”
각 후보별 외부강연, 활동 등 활발한 활동 전개해

며칠 남지 않은 2006년을 뒤로 하고 내년을 기다리고 있는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은 점점 더 숨 가빠지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한나라당 유력후보들을 비롯해 고건, 정동영 등 여타 후보들조차 외부행사 참석, 강연 등으로 자기 알리기에 바쁜 모습이다. 최근의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을 쫓아보았다.

‘빅4’가 앞 다퉈 강연정치에 나서면서 대선경쟁이 조기에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고건 전 총리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외부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박 전 대표 진영이다. 이 전 시장과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위해 외부활동을 대폭 늘렸다. 박 전 대표는 한국언론인연합회 초청 강연에서 “암울한 상황을 끝내는 방법은 단 하나 정권교체”라며 “정권교체를 향한 대도를 걸어갈 것”이라고 내년 대선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잘 사용하지 않던 혁명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그는 “다음 정부는 국정 모든 분야에서 혁명적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세력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용기를 가진 세력을 새로운 세력으로 규정했다. 박 전 대표는 현 정부와 이 전 시장을 겨냥, “불필요한 대형 국책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이를 아껴 복지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21일 부산대 강연, 22일 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간담회, 23∼24일 대구 방문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손 전 지사는 서울 청량리역에서 교육전문가 및 학생들과 가진 비전투어 버스토론회에서 “일부 사설학원의 고액과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육행정이 우리 교육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상인들과 만난 고건 전 총리는 서강대에서 대학생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국민은 이미 검증된 나의 국정운영능력과 국민통합능력을 신뢰하고 있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고 전 총리는 11월 24일과 11월 29일에 각각 광주와 춘천에서 자신의 싱크탱크인 ‘미래와경제’ 현지 지부 창립 세미나를 개최했다. 광주·춘천지부가 발족되면 미래와 경제는 제주와 서울·경기를 제외하고 전 지역에 지부를 갖게 된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외부일정을 잡지 않았으나 11월 21일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총학생회 초청으로 강연을 하는데 이어 11월 23일과 11월 24일 각각 군산대와 한국외대에서 대학생들을 만난다. 11월 22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출범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당심과 민심과의 거리 좁히기에도 힘을 쏟고 있기도 했다.

한나라 빅3 대선주자 3색 행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13일 MBC-TV ‘생방송 오늘 아침’의 ‘스타 건강법’ 코너에 등장했다. 단전호흡 복장을 한 박 전 대표는 허리 사이즈를 묻는 리포터에게 “26인치 반”이라고 거리낌 없이 밝히며 “이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10년 넘게 해왔다는 단전호흡 자세도 공개했다. “손이 곱다. 비결이 뭐냐”는 질문엔 “어머님에게 배운 것”이라며 “글리세린과 알코올, 화장수를 섞어 사용하면 피부 땅김을 억제한다”고 소개했다.
박 전 대표는 “(체중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과식하지 않고 적당히 먹어 몸무게를 유지하는 게 건강 비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전에는 마음이 고통스러우면 혼자 걷거나 수필도 썼지만 지금은 그런 스트레스를 받을 시간도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잠도 충분히 자고 음식도 제때 잘 먹는 게 (건강에) 가장 중요하다”며 “진리는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언론 노출을 꺼렸던 과거의 박 전 대표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대중과의 거리감 좁히기에 적극 나선 느낌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난달 13일 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내륙운하에 관심을 가진 전문가들의 모임이었지만 실제론 이 전 시장 측과 호흡을 같이 하는 그룹이다. 이 전 시장은 축사를 통해 “내륙운하를 통해 한반도의 물길을 연결함으로써 경제효과는 물론 대한민국 국운 융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내륙운하 반대론에 자극받은 듯 목청을 높였다. 그는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에도 반대 논리들이 그럴싸했고, 개중엔 정치적인 반대 논리도 많았다”면서 “어느 날 불쑥 내놓은 즉흥적 발상이 아니며 11년째 (1인당 국민소득)1만 달러, 1만5,000달러에서 머뭇거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내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인류의 역사는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닌, 가능성을 믿고 실천하는 리더십에 의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최근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이 전 시장의 ‘내륙운하 구상’에 대해 평가절하 발언을 했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난달 13일 “내가 있기에 한나라당이 개혁정당”이라며 개혁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날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그는 종부세 부과대상을 축소하고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한나라당 부동산 세제 개혁안에 대해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이 ‘부자 비호정당’이란 소리를 들어선 안 된다”며 “당이 아파트 가격 폭등에 절망하는 민심을 헤아리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손 전 지사는 이날 오후 대학로에서 비정규직 노조 간부 및 노동 전문가들과 비정규직 문제를 주제로 '민심버스 토론'을 한 자리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양보와 사용자의 확약, 정부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노사정 신사회협약’을 제안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는 ‘일시귀휴제(레이오프.lay-off)’수용을, 재계에는 비정규직 2년 고용 시 정규직 전환을, 정부에는 실업급여 지급 기간 연장을 각각 요구하는 내용이다.


예비후보자들 이미지는 이렇다!
‘대한민국 17대 대통령’을 노리는 예비후보들의 이미지는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 최근 여론조사에서 밝혀진 각 후보자들 이미지는 아래와 같다.
이명박=최근 각종 여론조사는 물론이고 이번 좌담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 이미지는 ‘추진력’이란 단어로 압축됐다. 참가자들은 이 전 시장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청계천 복원사업이나 시내버스 체계 개편 등 그가 단기간에 내놓은 사업성과가 이런 이미지를 가져왔다”고 입을 모았다. ‘카리스마’ ‘불도저’ ‘독사’ 등도 강한 리더십과 연결되는 단어로 연상됐다. 현대건설 공채 사원으로 입사해 12년 만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경력에서 비롯된 ‘샐러리맨의 신화’ ‘건설경제’ 같은 단어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장점을 뒤집으면 단점이 된다. ‘강한 추진력’을 ‘독선’ ‘보여주기 정치’로 인식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주부는 “청계천 복원은 영세민과 환경을 무시한 채 밀어붙였다”고 평가했다. 신고액수만 179억원에 이르는 재산 형성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입길에 오르면서, 도덕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박근혜=‘박정희·육영수의 딸’이라는 꼬리표는 때론 긍정적으로 때론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부모 후광으로 당내 지지기반이 든든해 리더십이 있다”거나, “박정희·육영수 향수를 품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었다. 반면, 한 50대 남자는 “대선 후보 1~2위를 다투는 건 자기 능력이 아니라 아버지 때문”이라고 평가절하했고, 다른 30대 여성은 “서민생활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를 지지한다는 한 40대 남자는 “부드러운 카리스마, 조직 장악력 등 개인 능력과 업적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후광’이라는 한마디로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고 이에 동조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확고한 의지’ ‘여장부’ 등의 단어는 여기에서 나왔다.
손학규=‘깨끗한 엘리트 최고경영자(CEO)’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대표적인 긍정적 이미지였다. 경기고·서울대 졸업, 옥스퍼드대 박사 학위 등 화려한 학력과 경력에다 외자 유치, 영어마을 조성 등 경기지사 시절 보여 준 행정력이 결합한 결과다. 또 민심 대장정을 통해 그가 이전과 달리 ‘서민적’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띄게 된 것도 또다른 수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민심 대장정’이 대표적인 이미지 정치로 보인다”거나 “대통령이 되기에는 리더십이 약해보인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정동영=‘경선 지킴이’(2002년)와 ‘부드럽다’는 좋은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심어줬다. 하지만 한 30대 직장인은 “앵커 출신인데도 말실수가 잦고 언어 구사력이 떨어진다. 뜰 기회가 많았는데 제대로 못 살리고 나설 때마다 인기를 갉아먹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쇼맨십’ ‘탤런트 같다’ ‘아직도 앵커’ 등의 이미지도 좋은 반응이라고 보긴 힘들다.
김근태=‘서민적’ ‘청렴결백’ ‘순수’ 등의 이미지가 높게 평가됐다. 그러나 “운동권 출신인데도, 자신의 ‘진보’ 이미지를 ‘중도’로 탈바꿈하려 한다”는 점은 부정적으로 비쳤다.
고건=고건 전 총리에게는 ‘행정의 달인’ ‘청렴’ ‘안정적’이라는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꼽혔다. 그러나 고건 지지라고 밝힌 40대 사업가는 “어수선할 때 중도로 있어 인기 좋았지만, 여기도 맞추고 저기도 맞춘다”고 처신을 비판했다. 그 외에도 “이기는 게임만 하려고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유부단함’ ‘고지식함’ ‘기회주의자’ 등도 고 전 총리의 부정적 이미지로 꼽혔다.


‘제3후보’ 또 나올까
역대 대선에서 ‘단골손님’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제3후보’다. 여야 거대정당의 1 대 1 구도에 끼어드는 제3후보는 대선판의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곤 했다.
2002년 대선 때의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 1997년 대선에서의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가 대표적인 예다. 이인제 후보의 경우 한나라당을 탈당해 독자 출마함으로써 당시 김대중 민주당 후보 당선의 ‘일등공신’이 됐다. 2002년 정몽준 후보 역시 여권후보 단일화에 참여해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92년 대선에는 정주영 국민당 후보가 제3후보로 출마했다. 이번 대선에서 제3후보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설왕설래가 많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 여야 모두 대선 구도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제3후보의 출현 가능성도 높다는 얘기다.
현재 정치권에선 한나라당의 분화에 의한 이른바 ‘이인제식’ 제3후보, 범여권 단일화 실패에 따른 호남 중심의 제3후보, 정치권 밖에서 돌출하는 의외의 제3후보 출현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역대 대선에서 제3후보 변수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는 터여서 이를 사전에 억제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란 관측도 많다. 독자 출마가 확실시되는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가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의미한 ‘제3후보’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여야 거대정당의 1 대 1 구도에 민주노동당 후보가 끼여들고, 거대정당 후보들이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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