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예산 국회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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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예산 국회 파행
  • 박희윤 기자
  • 승인 2018.12.0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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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강 대 강’ 대치로 정기국회 파행
(사진_뉴시스)

[시사매거진 248호=박희윤 기자] 여야가 2019년도 예산안 법정기일 앞두고 정쟁에 돌입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 강행 문제와 함께 조국 민정수석의 해임, 그리고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문제에 대한 국정감사를 요구하고 있다. 그 시발점은 야당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서 시작되었다. 야당은 국회에서 진행한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에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모습에 말뿐인 협치이며 인사청문회는 요식행위이며 국회 무시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후속 실무협의에 참여를 보류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예산과 법안 이행을 위한 실무협의체 파행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합의한 예산과 법안 이행을 위한 실무협의체가 국회 예산 정국에 경제 사령탑에 대한 전격적인 경질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 등에 대한 반발로 파행됐다. 지난달 12일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와 민주당의 깊이 있는 반성과 책임 있는 조치 선행 전까지 협상 참여를 보류한다”며 예정돼 있던 실무협의체 회의에 불참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5일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대통령에게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는 경제 정책으로 방향 조정과 경제 사령탑 인사에 대해 고언을 정중하게 드렸다”며 “조 장관 후보와 관련해서도 청문 결과보고서 없는 임명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대통령은 이런 고언에도 지난 9일 김수현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후보자로 내정했다. 조 후보도 장관으로 임명해 현 정부 들어 7번째 청문보고서 없는 장관을 탄생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 예산 심사가 무력화됐고, 인사청문회제도 유명무실이라는 결과를 낳게 됐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소통과 협치의 자리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반응

지난달 14일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한 지 5일 만에 회전문 인사를 했고, 여러 형태의 범죄 혐의가 있는 환경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무슨 협치를 하자는 것인가”라며 “실패한 인사검증의 책임자가 조국 민정수석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여야정 협의체 합의문 실행을 위한 후속 조치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 간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합의 발표한 날 오후에, 청와대가 기습적으로 인사 임명을 강행한 점이다. 한 마디로 협치는 말 뿐인 쇼에 불과했다”며 “대통령과 여당에게 다시 한 번 요구한다. 1년 반 동안 인사검증에 철저히 실패한 조국 수석을 해임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의 분명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과 여당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 인사검증책임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해임, 고용세습 채용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했다.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회 일정 보이콧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심사를 보이콧하면 야당 주장도 전혀 반영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회 본연의 기능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두 야당의 주장은 매우 익숙하게 봐온 엄포”라면서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는 공허한 주장이자 국민이 동의할 수 없는 정치공세”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반박

청와대는 현 정부 들어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7명 중 ‘7대 인사 배제기준’에 위배된 경우는 없다고 지난달 14일 밝혔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 이후 야권에서 “7대 배제기준을 어겼다”고 주장하는 것을 반박한 것이다. 7대 배제기준은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범죄 등에 관한 것이다. 하나라도 어길 경우 임용을 원천 배제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원칙이다. 조명래 장관은 장남의 8학군 배정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적이 있으나, 이는 1995년에 있었던 일이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위장전입을 비판했던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1996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었다. 강경화 장관도 2000년 장녀의 고교진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 이 같은 사례를 두고 청와대 측은 7대 배제기준이 명시한 2005년 7월 이전의 일이니 원칙에 위배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 것이다.

<청와대 7대 기준>

  1. 병역기피는 본인 또는 직계비속을 대상으로 처벌 또는 국적포기 등 불법적으로 특혜를 받은 경우에 해당된다.

  2. 세금탈루는 본인 또는 배우자가 조세범 처벌법위반, 고액상습 체납으로 명단이 공개된 경우에 해당된다.

  3. 불법적 재산증식은 본인 또는 배우자를 대상으로 공직자윤리법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에 해당되는 경우

  4. 위장전입사항으로 본인에 대해서 2005. 7월 이후 부동산 투기 또는 자녀 학교배정 등을 위해 2회 이상 위장전입에 해당된다.

  5. 연구부정행위는 2007년 2월 이후 주요 학술지 논문표절 중복게재, 연구비 부정사용으로 처벌을 받은 경우에 해당된다.

  6. 음주운전은 최근 10년이내 음주운전을 2회 이상 한 경우이다.

  7. 성관련범죄는 1996년 7월 이후 관련 범죄로 처벌받을 사실이 있는 경우에 고위공직자 인선에서 원천배제되도록 하였다.

야당의 반발

청와대의 반박에 대해 15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는 이런 말을 못한다”며 “청와대는 누굴 믿고 이런 건방진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청와대 7대 기준으로 내세운 병역기피와 세금탈루, 불법재산증식, 음주운전 등에 저촉된 인사가 없다는 청와대는 차라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도 논평을 통해 “누구나 알고 있는 7대 원칙으로 국민도 속이고, 대통령까지도 속이는 청와대를 개탄한다”며 청와대의 발표에 대해 ‘대사기극(Great Deception)’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 국민들에게 깨끗한 공직 인사를 약속했고, 취임 후엔 7대 인사배제 원칙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위장전입, 세금탈루, 투기 등 불법재산증식, 논문표절 등 7대 인사배제 원칙이 문제가 되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한 장관들이 7명이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왼쪽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_뉴시스)

계속되는 국회 파행

결국 여야는 지난달 15일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를 의결정족수 미달로 개의조차 하지 못했다. 또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파행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본회의에 앞서 “오늘 본회의는 여야 간 합의된 의사일정”이었다며, “하지만 지금 법안 처리에 필요한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한 상황”이고 “국민 보기에 너무나 부끄럽고 의장으로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여야 원내대표들은 19일 회동을 갖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해법 모색에 나섰지만 1시간 만에 결렬되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도 협상이 결렬됐다”며 “고용세습 비리로 얼룩진 대한민국을 민주당이 망쳐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예산 심사에 대해서도 “이제 예산안 법정 처리 시안을 넘겨 정부안으로 가려하는 술책은 통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예산과 법안을 걷어차고 국민을 무시한다면 한국당은 제 1야당으로서 특단의 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국회를 정상화하고자 하는 야당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며 “또 예산 심사는 ‘시간이 내편이다’생각하는 여당의 태도를 비판한다”고 했다. 이어 “도대체 채용 비리 국정조사가 무엇이 무서워 동참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정의당도 국정조사 해야한다는 입장인데 야당의 최소한 요구도 무참히 짓밟는 여당을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홍영표 원내대표는 “서로 의견 조율이 안 돼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면서도 “민주당으로서는 야당의 지나친 요구에 응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예산 심사뿐 아니라 민생 경제 법안 역시 여당으로서는 절박하다”며 “야당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어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야당을 최대한 설득해서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포함한 현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그러나 21일에는 국회 정상화 합의에 성공했다. 예산국회 정상화 합의는 야당의 교통공사 채용 비리 국정조사를 여당이 수용하면서 타결됐다. 국정조사의 범위는 2015년부터 최근까지 공공부문(공기업, 공공기관, 지방 공기업)의 ‘채용 비리 의혹’으로 확대됐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는 국정조사 범위에서 제외됐다. 여야는 12월에 본회의를 열어 공공부문 채용 비리 의혹 국정조사 일정을 잡기로 했다. 국회 예결소위는 민주당 7, 자유한국당 6, 바른미래당 2,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된다. 또 사립유치원 관련법과 음주운전자 엄벌을 위한 이른바 윤창호법 등을 이번 정기국회 안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아직 청문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는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이번 정기국회 안에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달 20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의장-5당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바른미래당 김관영, 정의당 윤소화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_뉴시스)

2019년 예산안은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12월 2일까지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으면 정부 예산 원안이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극적인 합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짧은 법정 처리 기한 내에 470조 원에 달하는 2019년 예산안을 제대로 심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협치는 말이 아닌 대화와 토론, 협상과 타협의 산물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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