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매거진 248호=박희윤 기자] 지난달 17일 경기 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이른바 ‘혜경궁 김씨’트위터의 계정주가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 씨라는 결과라고 발표하면서 김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송치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강력히 반발하면서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달 19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입건된 김 씨를 지난달 19일 기소의견으로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계속되는 공방 속에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사건의 시작
지난 4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로 출마한 전해철 의원은 ‘정의를 위하여(@08_hkkim)’라는 트위터 계정 사용자를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당시 전 의원은 “저에 대한 아주 악의적인 비난이 있는 트윗 계정 하나가 온라인상에 다니고 있어서 확인을 했다”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패륜적인 내용도 담겨 있었다. 계정의 주인이 누구인지, 왜 그런 패륜적인 글을 썼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실제 ‘정의를 위하여’계정의 트위터에 2016년 12월 15일 “국민을 개 돼지로 아는 문재인”, 같은 해 12월 31일 “문 후보 대통령 되면 꼬옥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 보자구요”, 2017년 6월 15일 “이재명 시장은 민주당의 보물. 차기 대통령”, 같은 해 12월 16일에 “노무현 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합니다”, 2018년 4월 2일 “자한당과 손잡은 전해철은 어떻구요? 전해철 때문에 경기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되었는데. 이래놓고 경선떨어지면. 태연하게 여의도로 갈거면서.”라는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이후 전 의원은 지난달 10월 13일 고발을 취하했지만, 지난 6월 이정열 변호사가 시민 3,000여 명과 함께 ‘혜경궁 김씨’트위터 계정 소유주로 이 지사의 부인 김 씨를 계정 소유주로 지목하며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해 경찰의 수사가 계속 진행되었다.
특히, 지난 5월 9일 자 한 일간지 1면 하단에 ‘혜경궁 김씨는 누구입니까’라는 광고가 실렸다. 국내 한 커뮤니티 회원들 일부가 직접 돈을 모아 이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를 했고 이들은 ‘지나가다 궁금한 민주시민 1들’이라고 스스로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어떤 이는 ‘혜경궁 김씨’ 관련 제보에 현상금 500만 원을 걸기도 했다.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지난 10월 24일 김 씨는 비공개로 경찰에 출석해 변호사 입회하에 2시간 조사를 받았으나, 출석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돌아갔다. 그러나 11월 2일 김 씨는 경찰에 공개 출석하여 10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후 귀가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사건과 관련해 “불행한 예측 하나 더 하겠다”며 “경찰은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진실보다 이재명 부부 망신주기가 그들에겐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부인 김 씨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아내의 이니셜과 같다는 이유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고 ‘김정숙 특보’ 애칭으로 광주와 유세장을 오가며 선거운동을 돕고, 세월호가 안타까워 가슴 쥐어뜯다 팽목항 봉사를 다니던 아내를 ‘반노반문’으로 모는 마녀사냥은 지금도 계속 중”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에 ‘hkkim(김ㅎㄱ)’은 수만일 것이고 ‘09hkkim’과 같은 사람이 쓴 ‘09khkim’은 이니셜조차 다르다”며 “아내는 ‘hk’가 아니라 ‘hg’를 쓴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17일 사정 당국은 논란이 된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의 계정주가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 씨라는 결과를 발표하고, 김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송치한다고 발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19일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면서 “김 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법적 공방이 예상되는 만큼 자세한 내용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계정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찾기 위해 트위터에 올라온 4만여 건의 글을 분석했고, 트위터의 글과 사진 등이 김 씨의 개인 카카오스토리에도 다수 올라온 사실 등을 확인하며 김혜경 씨를 계정주로 결론 내렸다.
경찰이 밝힌 ‘스모킹 건’
결정적인 사례 중 하나는 2014년 1월 15일 오후 10시 40분 김 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이 지사의 대학입학 사진이다. 김 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사진을 올린 10분 뒤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같은 사진이 올라왔고, 또 10분 뒤 이 지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같은 사진을 올렸다. 당시 일부 네티즌은 “어떻게 이 지사 트위터보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사진이 먼저 올라올 수 있나.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이 지사 측은 직접 나서 김 씨가 카카오스토리에 먼저 올린 사진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워낙 많아 ‘혜경궁 김씨’와 김 씨가 동일인이 아닌 상황에서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과 경찰의 판단이다. 실제로 2013년 5월 18일 이 지사가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이 영정을 들고 있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자 ‘혜경궁 김씨’는 다음날 낮 12시 47분 사진을 리트윗했고, 김 씨는 13분 뒤 카카오스토리에 캡처 사진을 올렸다. 김 씨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이 사진이 캡처된 시각은 ‘12시 47분’으로 표기돼 있다. 특히 ‘혜경궁 김씨’트위터 글은 2016년 7월 중순까지 안드로이드 단말기에서 작성됐다가 이후 아이폰에서 작성됐는데, 이는 김 씨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아이폰으로 바꾼 시점과도 일치한다. 또 지난달 21일 사정 당국은 국내 포털사에도 조사를 벌인 결과 포털 다음에 ‘혜경궁 김씨’계정과 정확히 일치하는 ‘khk631000’ 아이디가 과거 생성됐다가 올해 4월 탈퇴 처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탈퇴 처리된 탓에 회원 정보를 얻지 못한 경찰은 해당 아이디의 마지막 접속지를 조사했고, 그곳이 이 지사 자택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반박
이 지사는 “경찰이 트위터 계정주가 제 아내라 단정한 ‘스모킹 건’이 참 허접하다. 5·18사진을 트위터에 공유하고 이걸 캡쳐 해 카스(카카오스토리)에 공유한 게 동일인인 증거란다”며 다섯 가지 근거를 들어 이를 비판했다. 그는 “만약 사진을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공유하면 트위터에 공유한 후 트위터 공유 사진을 캡쳐해서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겠나, 아니면 사진을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바로 공유하겠나?”라면서 “번잡한 캡처 과정 없이 원본 사진을 공유하는 게 정상이니 트위터 사진을 캡처해 카스에 공유한 건 두 계정주가 같다는 결정적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다르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학 입학사진을 트위터가 최초 공유했다는 단정도 그렇다”며 “아내가 원본 사진을 손으로 잡아 찍어 카스에 공유한 지 10여 분 후 그 사진이 트위터에 공유됐는데, 트위터 계정주는 아내 카스를 볼 수 있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계정주가 쓴 ‘아들 둔 음악 전공 성남 여성’이라는 글이 증거라 한다”면서 “익명 계정에서 타인을 사칭하거나 흉내 내고 스토킹하는 일이 허다한 건 차치하고, 그가 이재명 부인으로 취급받아 기분 좋아했다든가 이재명 고향을 물어봤다든가 새벽 1시에 부부가 함께 본 그날 저녁 공연 얘기를 트위터로 나눈다는 건 부부가 아닌 증거인데, 이는 철저히 배척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 주장대로 하면 아내는 아직도 성남산 지 30년이 안 되므로 계정주가 성남산 지 30년이라 한 것은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분당에서 트위터와 동일 시기에 기기변경한 사람은 아내 뿐이라는 것도 증거가 될 수 없다”며 “이는 계정주가 분당에 산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결론으로, 표적을 정한 꿰맞추기 수사의 근거가 될 뿐”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계정이 만들어진 2013년에는 인증절차 없이 계정을 만들었고, 인증이 강화된 지금도 경찰서장 이메일과 전화번호만 알면 뒷자리 같고 메일 일치하는 계정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기존 계정을 서장 계정으로 바꿀 수 있다”면서 “더구나 계정과 관련 있다는 이메일은 비서실과 선거캠프에서 일정 공유용으로 만들어 쓰던 것으로, 아내가 쓰던 메일이 아니라는 것도 증명해줬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반응
지난달 17일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언론을 통해 “현재 당사자(김씨)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 여부와 법원의 판단을 보고 나서 당의 최종 입장을 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의당 역시 정호진 대변인 논평을 통해 “경찰 조사결과는 김씨의 혐의가 사실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빈약하다”며 “향후 검찰 수사에서 분명한 사실 관계가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야 3당의 반응은 이들과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경찰은 ‘혜경궁 김씨’와 김혜경 씨가 동일인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우연이라며 이런 판단을 내렸다”며 “이제 이 지사 부부는 이중적 행위를 중단하고 국민에게 사죄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배설에 가까운 글을 올린 주인공이 잡혔다”면서 “이쯤 되면 이 지사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경찰 조사결과로 ‘혜경궁 김씨’ 공방을 지켜본 국민은 정치인의 거짓 해명에 다시 한번 허탈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 지사는 경기도민과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논란
이재명 경기지사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사건과 관련해 자신과 경찰의 주장 중 누구의 주장에 공감하는지 묻는 투표를 SNS에 게시했지만 경찰 쪽으로 표가 80% 이상이 몰리는 역풍을 맞았다. 여론을 통해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 했지만 이 지사의 의도와는 달리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난 셈이다.
이 지사는 지난달 19일 오전 출근길에 도청 신관 앞에서 입장발표를 하며 “트위터 계정의 주인은 제 아내가 아니다”라며 “무고한 제 아내와 가족을 이 싸움에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침을 뱉어도 나한테 뱉어라”라며 배우자에 대한 경찰수사에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경찰은 제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 데도 비슷한 것들 몇 가지를 끌어모아서 제 아내로 단정했다. 수사 내용을 보면 네티즌 수사대보다도 판단력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경찰 수사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출입기자단과의 정례 간담회에서 “(혜경궁 김씨 수사는) 수십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 자료 확보 및 분석 등의 과정을 통해 최선을 다해서 내린 결론”이라며 이 지사의 비판에 대해 강한 톤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민 청장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보충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런 과정을 통해 진실이 규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공은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갔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사범의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기 때문에 이 사건의 경우 6·13 지방선거일을 기준으로 오는 12월 13일로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 사건을 수사하고 검토한 뒤 공소시효 직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직선거법 265조에 의하면 ‘후보자의 배우자가 선거에서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후보자의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정치자금법이나 기부행위 위반 등으로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아야 당선을 무효로 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김 씨의 혐의인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명예훼손은 해당사항이 없다. 결론적으로 이 지사의 사퇴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부인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이 지사가 받는 도덕적, 정치적인 상처는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진실의 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사법부의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