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김민건 기자] 노원구는 오는 6일 낮 12시 30분 구청 2층 대강당에서 한 해 동안 지역사회와 이웃을 위해 애쓴 자원봉사자를 격려하기 위해 '2018 자원봉사자 축제 한마당'을 개최한다.
나눔문화 확산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마련한 이번 축제에서는 자원봉사자 개인 147명과 우수단체 11곳 외 우수수요처 5곳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표창대상자 중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고 말하는 장태기 자원봉사자의 미담을 전한다.
"나비효과처럼 나를 변화시킨 봉사활동"
봉사활동과의 첫 만남은 15년 전 무더웠던 여름, 방학숙제 중 하나로 봉사활동을 일정시간 채워야했고, 중계동에 위치한 평화종합사회복지관을 청소하는 활동이었다. 당시에 열심히 청소하던 필자의 모습이 기특했는지 시원한 식혜 한 잔 웃으며 건네주시던 한 할머니의 푸근한 미소. 그때 식혜 맛은 떠오르지 않지만 굉장히 시원하게 마셨던 것으로 어렴풋이 떠오른다. 더러운 공간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니 뿌듯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저 봉사활동 시간을 얼른 채우고 싶은 마음이 컸었던 시간이었다.
이후 봉사활동에 대한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앞에 닥친 학업에 집중하며 보이지 않는 대학입시라는 결승선을 향해 초점 없이 달리고 있었다.
필자는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 것인가? 이렇게 버티고만 있으면 결승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이 진짜 고생 끝인 것인가? 라는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이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런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을 생각은 안 했는가? 주변 어른들에게 이런 고민을 얘기한다면 누구나 겪는 과도기일 뿐이라며 가벼이 넘길 것 같은 생각에 선뜻 마음을 열지 못했다.
어떻게든 버텨가며 결승선이라 생각했던 대학교에 입학하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기대했지만 필자가 생각했던 행복감을 느끼진 못했다. 이것을 위해 몇 년을 찾아왔던 것인가라는 허무함까지도 느꼈다. 또 다른 레이스가 시작될 것만 같았다. 잠시 마음의 휴식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1년이라는 휴식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이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짧지만 그동안의 삶도 돌아보며 앞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걸어가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후회가 남지 않도록 행동하고 싶었다.
어떤 것을 할 때 즐거워하고 행복했는가? 라는 고민에 답을 찾고 싶어서 처음으로 혼자 비행기를 타고 떠났었던 제주도 무전(최소한의 예산으로 떠나는 여행.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비상금은 준비해갔었다.)도보 여행. 제주도에서는 대부분 걸어다니면서 여행을 했다. 걷기 힘들 땐 히치하이킹(자동차, 경운기)부터 농가에 찾아가 밭일 도와주고 밥 한 끼 얻어먹기, 게스트하우스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기 등 그동안 살면서 용기가 부족해 하지 못 했던 것들을 여행을 통해 경험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조금만 용기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라는 사실과 행복한 삶이란 부족한 게 많더라도 그것을 채워나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서로 돕고 즐겁게 살아가는 삶이라는 사실을. 여행을 하면서 혼자 다짐했던 내용들은 다시 서울로 돌아갔을 때 용기가 부족해 못했던 일들을 도전하기랑 주변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고 꾸준히 봉사활동을 실천해보기였다.
그래서 여행이 끝나자마자 바로 실천에 옮겼다. 국내·외 NGO(JTS, 플랜코리아,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어린이재단,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등), 사회복지관, 대안학교, 청소년공동체 등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주변 이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고,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과 같이 지내면서 사람으로서 배워야 할 도리를 체득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필자와 같은 사람의 작은 도움이 어느 곳에서는 큰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자존감이 높아졌다.
이렇게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된 두 가지 키워드가 있는데 '소아암'과 '청소년'이다.
첫 번째로 '소아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소설 <가시고기>를 읽고 나서 생긴 관심을 계기로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는데 처음 봉사활동을 할 당시에는 소아암 환자에 대해 동정심이 컸는데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소아암 완치율은 70% 이상이며 완치 후에는 누구보다 건강하게 지내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편견이 깨져갔다.
같이 봉사활동을 했던 한 친구는 어릴 적 소아암 환자였는데, 재단을 비롯한 자원봉사들의 도움 덕분에 건강한 성인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하다며 그때 받은 도움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복지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나눔이 또 다른 나눔을 낳는 따뜻한 기적의 모습을 직접 옆에서 보니 마음이 찡해졌다. 이 친구의 모습을 보며 더욱 열심히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부분인 혈소판 헌혈과 조혈모세포(골수) 기증자라는 내용을 듣고 바로 골수 기증 희망자로 등록하고 더불어 시간이 될 때마다 혈액원에 가서 성분헌혈(혈장, 혈소판)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헌혈은 169회 참여했다. 헌혈 후 받은 헌혈증들은 지인 중 헌혈증 기부 희망자들과 같이 모아서 필요한 사람들과 단체에 기증하고 있다. 책 한 권에서 시작된 관심이 봉사활동을 통해 필자의 행동을 변화시켰고, 나아가 필자 주변인들까지도 소아암에 관심을 갖으며 동참하는 선순환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두 번째로 ‘청소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청소년들과 어울리다보면 학창시절 고민의 무게에 짓눌러 있던 과거 필자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겉으로 봤을 땐 대부분 밝고 명랑해보이지만 속으로는 각자만의 고민들로 힘들어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같이 걸어줄 수 있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주는 어른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만의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같이 있어줄 수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어른이고 싶었다.
처음 대안교육 공동체에 봉사활동을 하러가서 애들을 만났을 때는 약간 겁이 나기도했다. 겉으로 보여진 모습은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모습들이었다. 애들 역시도 처음에는 필자를 경계했다. 그런데 자주 얼굴 보며 가벼운 농담도 주고 받다보니 금방 애들도 마음을 열었다. 애들과 지내면서 이 친구들은 교복만 입지 않았지 딱 그 나이 친구들과 다를 게 전혀 없었다. 다른 점이라면 사회에서 '문제아'라는 낙인을 찍은 그 하나만 달랐다. 애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청소년의 문제는 애들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정과 학교, 사회의 문제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청소년들과 전문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생각으로 학교에서 청소년 지도사 2급 자격증 관련 과목들도 수강했고, 자격증도 취득했다. 청소년들이 성장해가는 만큼 필자도 같이 성장해나갔다.
나비효과 :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처음 필자가 봉사활동을 접했던 건 방학숙제 때문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 확신을 가질 순 없지만 삶의 행복에 대해 스스로 치열한 고민을 해보고 그 답을 찾기 위한 과정 중 하나가 봉사활동이었다. 실제로 꾸준한 봉사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편견의 벽이 많이 허물어졌고,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즐거움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봉사활동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았다.
주변에서는 돈도 안 되는 봉사활동을 왜 그리 열심히 하냐는 식으로 물어보기도 한다. 그럴 때 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봉사활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그게 돈을 벌어주는 건 아니죠. 돈을 받고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사람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고 봉사활동을 하고 오면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걸 받고 온 기분이 들어요. 누군가를 위해 시작했던 봉사활동이 지금은 저를 위해서 하고 있는 활동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필자는 지금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2019년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 VMK 빛나는 동반주자단(VMK :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으로 완주하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봉사활동도 많다. 만약 이 글을 읽고 난 뒤 봉사활동에 참여하고픈 마음이 생기는가? 그렇다면 지금 바로 참여하길 권한다. 남을 위해 했던 봉사활동이 나비효과처럼 나를 이롭게 변화시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