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브랜드 돈 만들고 역사 변화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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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브랜드 돈 만들고 역사 변화 시켜
  • 시사매거진
  • 승인 2003.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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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표 활명수에서 천연 조미료 다시다와 새우깡, 초코파이까지
현재 전세계는 브랜드와의 전쟁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브랜드가 여기저기에서 툭툭 튀어나와 우리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그럼 과연 브랜드는 언제부터 우리 생활 속에 자리해왔던 것일까. 우리 나라 브랜드 100년의 역사, 그 때 그 시절로 들어가 보자.

코카콜라 전세계 1위 차지
지난해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사가 각 나라별로 브랜드를 평가한 결과 코카콜라가 6백 89억 달러(약 90조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전세계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3위는 IBM이 차지했다. 국내 브랜드로는 삼성이 42위를 차지해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100위안에 들었다. 현재 우리 나라에는 세계 각국의 일류 브랜드들이 속속 들어와 있으며,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CI를 만들거나 브랜드 마케팅팀을 조직하여 ꡐ브랜드 만들기ꡑ 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 42위, 국내기업 중 유일
외국브랜드들이 우리 나라 틈새시장을 겨냥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일제 시대부터다. 개항 초의 외국 브랜드들은 우리 나라의 사회상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당시 담배나 서구 식품 등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브랜드들이 밀려왔다. 생필품을 중심으로 우리 나라 브랜드도 생겨났지만 몰려드는 외국 브랜드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차츰 우리 나라 브랜드 시장도 성장해 갔으며 많은 브랜드들이 생겨났다.
우리 나라 최초의 등록상표를 가진 브랜드는 1897년 궁중 무관출신인 민병호가 만든 ꡐ부채표 활명수ꡑ로써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ꡐ신비의 명약ꡑ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장수하고 있다. 1933년 발매된 유한양행(1926년 설립)의 ꡐ안티푸라민ꡑ 역시 이 시기에 태어나 아직까지도 사랑 받는 브랜드다. 1925년 나온 ꡐ조선무약ꡑ의 ꡐ기사회생 우황청심원ꡑ은 현재 ꡐ솔표 우황청심원ꡑ으로 바뀌었다.
1924년 ꡐ진천양조상회ꡑ로 시작한 ꡐ진로ꡑ의 초창기 심벌은 서북 지방에서 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진 원숭이였다. 그러나 6․25이후 남으로 내려와 ꡐ두꺼비ꡑ로 바꾸어 다시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1933년 만든 ꡐ소화기린맥주ꡑ는 지금의 ꡐOB맥주ꡑ이다. 같은 해 선보인 ꡐ조선맥주ꡑ는 ꡐ하이트맥주ꡑ로 살아 있다.
1896년 박승직상점에서는 포목을 구매하는 손님들에게 ꡐ박가분(박씨가 만든 분)ꡑ을 덤으로 주었다. 이것이 인기를 끌자 아예 1922년 정식 제조 허가를 받아 우리 나라 최초의 화장품을 만들었다. 박승직상점은 1946년 ꡐ두산ꡑ으로 브랜드를 변경했다. 당시 필수품이었던 성냥이나 석탄, 고무신 브랜드도 사회 변화와 함께 사라지거나 다른 품목으로 변신했다. 순종이 신었다고 알려진 ꡐ대륙고무신ꡑ(1922년)은 1932년 경월고무의 ꡐ만월표ꡑ 고무신으로, 지금은 국제상사의 ꡐ왕자표ꡑ 고무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태화고무의 ꡐ말표ꡑ, 삼화고무의 ꡐ범표ꡑ 등은 사라지거나 고무장갑 브랜드로 바뀌었다.
1945년 순수 민족 자본으로 만든 해태는 최초의 국산 껌인 ꡐ해태 풍선껌ꡑ(1956년), ꡐ수퍼민트ꡑ(1956년) 등의 브랜드를 내놓았다. 변함없는 인기를 얻고 있는 ꡐ칠성사이다ꡑ는 1950년 동방청량음료 합명회사에서 나온 것으로, 이 회사는 1973년 칠성한미음료, 1974년 롯데칠성음료(주)로 기업 명을 변경했다. 1946년 개성에서 탄생한 고려은단은 ꡐ은단ꡑ이라는 브랜드명을 보통명사로 만들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며 우리 나라 은단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946년 탄생한 동아연필과 1963년 나온 ꡐ모나미152볼펜ꡑ은 지금까지 사랑 받는 브랜드로 남아 있다. 내의 시장의 대표주자인 ꡐ백양ꡑ은 1957년 상표를 등록했는데 1996년 국제화의 흐름에 맞춰 ꡐBYCꡑ로 이름을 바꾸었다. 주요 에너지원이던 연탄 브랜드도 많았다. 1955년 ꡐ삼천리연탄ꡑ을 내놓은 삼천리 연탄 공업사는 에너지의 중심이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면서 위기를 겪었지만 1990년대 도시가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살아남았다.
식량문제가 큰 사회 이슈였던 1960년대 국내 최초의 라면인 ꡐ삼양라면ꡑ(1963년)이 출시되어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 브랜드는 1986년 농심의 ꡐ신라면ꡑ이 나오면서 1위의 자리를 빼앗겼다. 1959년 출시 이후 줄곧 1위를 달리는 한독약품의 소화제 ꡐ훼스탈ꡑ은 후발 주자로서 국내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케이스다. 또한 1960년 발매된 ꡐ박카스정ꡑ은 1963년 병 형태인 ꡐ박카스Dꡑ로, 다시 지금은 ꡐ박카스Fꡑ로 이어지고 있다.
1970년 고도 성장기에는 과자 브랜드가 쏟아져 나왔다. 1971년 나온 ꡐ새우깡ꡑ은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스낵으로 자리잡았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ꡐ해태 부라보콘ꡑ과 ꡐ오리온 초코파이ꡑ도 여전히 사랑 받는 브랜드다. 대상그룹의 인공조미료 ꡐ미원ꡑ(1956년)은 일본의 패전으로 ꡐ아지노모또(일본 조미료)ꡑ가 쇄한 틈을 타 국내 조미료 시장을 석권했다. 그러나 그 후 1980년대 초반 제일제당이 ꡐ다시다ꡑ로 천연 조미료라는 새로운 시장은 개척하면서 ꡐ미원ꡑ을 앞질렀다.
1938년 대구의 삼성상회로 시작한 삼성은 1948년 서울에 삼성물산공사를 열면서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다. 1946년의 현대자동차공업사로 시작한 현대는 1947년 만든 현대토건이 모체가 됐다. 1947년 생긴 럭키화학공업사는 LG의 전신이며, 1954년 ꡐ럭키치약ꡑ을 내놓아 인기를 모았다. SK의 출발은 1953년 만든 직물회사 선경이다. 1980년 이후에는 광고가 활성화되면서 이미지가 중시되면서 많은 브랜드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후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동통신, 인터넷과 금융 등의 브랜드가 주목을 끌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1세기 대기업 브랜드 중심
국제화 시대 영문표기 인기
이름이 바뀌어도 현재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브랜드들도 많다. 그 예로는 조선시대의 난치병 종기를 획기적으로 치료해주던 생약 치료제 ꡐ이명래고약ꡑ이 1905년에 태어났다. 사람 이름을 브랜드화 한 첫 사례였다. 하지만 이 상표는 1980년대에 이르러 새로운 기능의 연고들이 출시되면서 점차 잊혀져갔다.
또한 1955년에는 서울에서 정비업을 하던 최무성씨가 미군에서 불하 받은 지프 엔진과 변속기, 차축, 그리고 드럼통을 이용해 지프형 자동차 ꡐ시발ꡑ을 만들었다. 한 때 사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이 브랜드는 1962년 신진자동차의 ꡐ새나라자동차ꡑ가 나오면서 1963년 끝내 없어졌다. 1975년 생산된 최초의 국산 모델 자동차인 ꡐ포니ꡑ는 한동안 국내 자동차의 대명사격인 브랜드로 위세를 떨치며 국내 마이카시대를 열었다. 이 외에도 많은 브랜드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져 갔다.
현재 우리 나라는 대기업이 발달한 특성상 ꡐ삼성TVꡑꡐ현대아파트ꡑ처럼 ꡐ삼성ꡑꡐ현대ꡑ 등의 대기업 브랜드가 중심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점차 산업이 세분화되면서 차별화가 중요해졌다. 이로 인해 개별 브랜드가 활성화되었고 21세기의 특징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또한 국제화의 조류에 맞춰 많은 브랜드들이 대부분 영문을 사용하게 되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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