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된 장맛에 반기를 들다 ‘이젠 장류도 개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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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된 장맛에 반기를 들다 ‘이젠 장류도 개성시대’
  • 황현두 기자
  • 승인 2014.11.0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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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없는 간장·된장, ‘친정집’에서 만듭니다”

알레르기 관련 제품의 시장 규모는 연간 2,000억 원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유아의 약 18%가 콩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지만 저(低) 알레르기와 관련한 연구나 제품은 거의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양지푸드 김도경 대표는 콩 알레르기로 인해 까다로워진 조카의 먹거리에 착안해 알레르기 없는 간장·된장 개발에 착수, 3년간의 연구 끝에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2015년 시판에 이어 양산체제를 준비 중이다. 최근 식품 알레르기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기대된다.

   
 
양지푸드의 신제품 알레르기 걱정 없는 우리된장은 유산균·황국균·고초균의 3가지 미생물을 차례로 접종하는 발효기법을 구축해 미생물이 생산하는 천연효소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단백질을 분해시킨 제품이다.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나 민감성 체질의 어린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양지푸드 김도경 대표와 경상대 류충호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국내외 6개 학술지에 발표되었으며 ‘속성 다단계 발효법으로 제조된 콩발효물 및 이의 제조방법’을 특허등록(특허등록번호 10-1023157)했다.
 


“차별화된 장맛으로 다가가겠습니다”

경남 사천에 자리한 양지푸드는 친정집이라는 브랜드로 식당, 대형마트 등 영업점용 장류를 주로 생산 공급하는 전문기업이다. 지난 200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자동제국 설비 6실, 살균시설-15솥(1.7톤/솥), 발효시설-47탱크(50톤/탱크) 등을 갖추고 연간 고추장 11,138톤, 쌈장류 4,493톤, 된장류 7,488톤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일반소비자보다는 대형 식당과 각종 양념장을 생산하는 식품업체에 기초 장류를 공급하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은 물론 몽골, 러시아, 태국 등지로 각종 장류를 수출하고 있는 실력자다. 장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맛과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은 바로 종국을 띄우는 제국 작업과 국을 숙성시키는 숙성작업이다. 양지푸드는 이 제국과 숙성공정에서 동종업계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기술력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우수한 원료만을 선별 처리하는 동시에 잡균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살균 처리된 대형 제국실에서 온도와 습도 등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제국하는 기술, 그리고 최적의 숙성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숙성기술은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핵심 노하우다. ISO 9001(2005년 9월), KS 마크(2005년 9월), ISO 14000(2005년 12월)을 각각 획득했고, 2014년 중소기업 품질대상을 수상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장류업체로 발돋움

   
 

사실 김 대표의 시작은 식품제조업이 아닌 건설자재업이었다. 조부 때부터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업을 운영해 왔기에 자연스레 뒤를 잇고자 하는 이유였다. 대학 때까지 방학 때면 어김없이 현장에서 일을 도왔다. 그는 현장 자체를 배우고, 근로자들을 이해하는데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고 회고한다.

로컬푸드라는 개념이 처음 생겨나던 시기, 인터넷으로 전통식품을 공급하는 일을 접하게 되면서 식품업과 연을 맺게 됐고, 지난 2005년 20년 전통의 선경식품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장류산업에 뛰어들게 된다. 유전공학을 전공했던 터라 자생작물을 이용한 식품사업은 그의 오래된 꿈이기도 했다. 여러 작물들의 궁합과 재조합에 관심이 많았던 탓에 초창기부터 꾸준히 창의적인 연구 활동을 진행 중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의 장류 소비시장은 양적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어 질적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3~4개 대기업의 점유율이 90%를 웃돌며 압도적인 양상을 보인다. 김 대표는 단맛으로 평준화돼 선택의 폭이 좁아진 장류시장이 지역의 특색이 담긴 제품으로 다양해지길 기대한다. 남해지역의 콩, 사천지역의 고추 등 특색 있는 원재료와 지역 고유의 제조법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한의사인 매제의 자문을 구해 약재와 장류의 매칭을 시도했고, 알콩을 이용해 집에서 직접 담글 수 있는 장류세트 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소비자와 한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체험관 설립도 계획 중이다.
 

내수시장은 좁다, 세계로 진출하는 양지푸드

   
 

장류에 있어 균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양한 종류의 균주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장류 업체에서는 대량생산에 적합한 일본 균주를 사용하고 있다. 몇몇 교수팀에서 국산 균주의 양산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김도경 대표와 경상대 류충호 교수팀도 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탁월한 맛의 구현이 가능하고, 식품 뿐 아니라 사료를 비롯한 타 분야로의 활용도 가능한 균주 연구는 그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일본 장류의 경우는 맛과 향, 색에서 지역 색이 뚜렷하다. 국산 장류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김도경 대표는 최근 6개월간 일본 오사카 지역 편의점 체인과의 거래 건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장류의 균에 대한 제어가 까다로운 일본이라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다. 수개월 내로 월 10만 불 이상의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에게는 몇 가지 욕심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믿고 먹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된장을 좋아하고 양식보다는 한식을 즐기는 어린 세 딸의 식성을 지켜주고자, ‘내 가족이 먹는 안전한 제품’을 표방하고 나섰다. 과거의 직원들이 가족에게는 자사제품을 못 먹게 하던 식품업계의 풍토를 근절하고자 항상 노력한다.

다른 하나는 양지푸드만의 장맛을 만드는 것이다. 사실 장류업체의 경우 조합 차원에서 원재료를 구매하기 때문에 중간 공정과 후속적인 조치 부분에서 맛의 차이가 생긴다. 친정집은 지속적인 균주 연구·개발로 지역의 특색을 살린 독특한 맛의 완성을 위해 나아갈 예정이다. 마지막은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식품회사의 경우 내·외부에 일탈의 유혹이 즐비한데, 김 대표는 어디 내놔도 당당한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고자 한다. 낮은 가격이지만 가격대비 상당한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는 지금의 기술도 훌륭하지만, 높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장기적인 계획으로는 더 적합하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소비자의 의식수준도 높아지고 있고, 업계도 자발적인 개선의지를 보이고 있어, 머지않은 시기에 높은 수준의 장류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맛으로 업계를 대표하고,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류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 양지푸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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